법무부 출입국 서비스 '키스'의 역설

[주장]여수 화재, 인권위의 운영개선 권고 무시가 부른 예견된 비극

등록 2007.02.13 22:49수정 2007.07.0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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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현장 천장 감식 모습
사건 현장 천장 감식 모습외노협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사건으로 이주노동자 인권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높아졌지만 과연 이러한 관심이 문제의 근본 해결에 단초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화재 사건에 대한 언론의 보도 태도는 경찰과 출입국의 입을 빌어 탈출하기 위해 '방화'를 시도한 혐의가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하다.

법무부출입국관리사무소(이하 출입국)과 경찰이 사건 진상규명을 한다고 하지만 '방화다, 아니다'하는 접근 방법만 갖고는 문제의 본질을 파헤칠 수 없다. 화재로 왜 사람이 죽게 됐는지에 대한 구조적 인식이 선행돼야 한다.

화재 발생 직후인 12일 이뤄졌던 현장조사에 동참했던 진상규명 대책위 관계자들은 사건 현장의 천장을 뜯어보는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었다. 화재발생 당시에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던 이들은 천장 내부에 스프링클러가 설치조차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구금 시설의 경우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규모 인명피해가 예상된다. 그러나 구금시설인 여수외국인보호소가 소방장비의 기본이라 할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것은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생각이 어떤 수준인지 쉽게 드러내 주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5년과 2006년 시민사회단체, 학계 등과 함께 이주노동자 단속 및 외국인보호소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보호소 운영에 대한 개선을 권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출입국 관계자들의 입장은 "그저 몇 사람 만나보고, 출입국의 모든 행정을 폄훼하는 것이 아니냐. 인권단체의 실태조사를 믿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27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시민사회단체의 실태조사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됐으며, 특히 보호소 운영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함을 말해주고 있다.

인권위와 시민단체의 운영개선 권고 무시가 부른 예견된 비극


법무부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법무부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외노협
출입국은 그동안 국가인권위와 시민단체 등의 지적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서도 출입국의 서비스 혁신을 홍보하기에 바빴다. 법무부 출입국이 자랑하는 서비스의 핵심브랜드는 키스(KISS, Korea Immigration Smart Service)였다.

출입국은 작년 열린 정부혁신브랜드 발표대회에서 '키스(KISS)'로 대통령상을 수상하여 올해의 톱 브랜드(Top Brand)로 선정됐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었다.


이에 대해 13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사건진상을 위한 대책위 기자회견장에 나왔던 한 이주노동자는 "대한민국 출입국이 자랑하는 키스는 대체 어떤 키스인지 묻고 싶다. 죽음의 키스냐?"고 물었다.

그의 질문이 아니더라도 법무부가 그렇게 자랑하는 키스는 이번 사건을 통해 '죽음의 키스'였음이 드러났다. 법무부장관이 기획하고, 출입국장이 집행한 출입국 행정이 '죽음의 키스'였던 것이다.

법무부 출입국은 자신들의 혁신 브랜드 'KISS'는 세련되고 멋진 대한민국 출입국심사 서비스를 의미하는 것으로, 출입국 심사조직·근무방식·시스템 등을 모두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도록 혁신해, 고품질의 3S(Smart, Speed, Smile)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자랑해 마지않는 고품질의 서비스는 외국인 보호소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말은 거창하게 '보호소'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쇠창살과 수갑으로 시설을 운영하는 '감옥'이었던 것이다.

대통령상 수상한 출입국의 '키스', 알고 보니 '죽음의 키스'?

사건 현장을 찾은 김성호 법무부장관(뒷모습)이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사건 현장을 찾은 김성호 법무부장관(뒷모습)이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외노협
대한민국 정부가 '보호'하던 외국인 9명이 죽었다. 보호한다고 해놓고, 사지로 보내버린 이번 참사를 두고 전 세계가 경악하고 있는데 정작 정부 관계자들은 '시간이 지나면 조용해지겠지'라는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진상규명 대책위와 "만사를 제쳐놓고 만나 의견을 듣겠다. 12일 대책위 기자회견 후 면담에 대한 확답을 주겠다"던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약속이 있어 못 만나니, 13일에 오라"며 사태수습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태수습에 발벗고 나서야 할 법무부 출입국은 여수출입국 내에 합동분향소 설치와 대책위의 진상규명 조사참여 등의 요구에 대해 "어떻게 할 수 없다", "장소가 좁다" 등의 이유로 회피하면서 유가족과 대책위의 원성을 사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외국인 보호시설 인권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출입국관리법이 법 위반 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 등의 대상이 되는 행정범죄와 범죄는 아니지만 행정처분의 대상이 되는 위법행위로 나누어져 있다"면서 불법체류자가 곧 범죄자는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외국인의 보호소 수용은 범죄자 구금이 아닌 "강제퇴거(출국)를 위한 신병확보"라고 명문화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출입국이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인권 보호를 대해선 별반 노력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법무부 출입국은 또 다시 '죽음의 키스'가 집행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라며, 이번 사건의 진상뿐만 아니라 개선대책까지도 철저하게 세우고, 출입국 행정이 환골탈태하길 기대한다.
#여수화재 #출입국관리사무소 #예견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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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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