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하남시장이 지난 2일 52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새로 구입한 뉴체어맨 관용차.제보사진
김황식(56·한나라당) 하남시장이 최근 어려운 시 재정문제 해결을 이유로 광역 화장장 유치에 나서 논란을 빚고 있는 와중에 수천만원짜리 고급 관용차를 새로 구입한 사실이 밝혀져 구설에 오르고 있다.
특히 김 시장은 지난해 9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관용차 구입예산을 업무용 경차 구입에 사용하고 기존 관용차를 수리해 타겠다는 '소신'을 밝힌 뒤 2개월여 만에 새 차 구입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드러나 당시 밝힌 소신의 진정성까지 의심받고 있다.
이런 사실은 기자가 지난 주 복수의 하남시민들한테 제보를 받고 취재를 벌인 결과 확인된 것이다. 취재 결과 김 시장은 지난 2일, 52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최신형 검정색 '뉴체어맨'(배기량 2800cc)을 새로운 관용차로 구입해 이용하고 있었다.
5200만원짜리 최고급 차종으로 관용차 교체
김 시장이 새로 구입한 관용차는 중소형 승용차에 비해 운행유지비가 월등히 높은 이른바 '돈 먹는 하마'로 불리는 최고급 차종이며, 배기량도 기존의 관용차(2500cc)보다 높다.
이에 앞서 하남시는 지난해 11월 2007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시장의 새 관용차 구입 예산을 반영해 시의회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남시 관계자는 "지난해 시장 관용차 구입 예산이 업무용 경차를 구입하는 데 사용돼 2007년도 예산안에 다시 예산을 반영했으며, 시의회 승인을 거쳐 이번에 새 차를 구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기존 관용차는 교체 당시 주행거리 15만4844㎞, 사용기간이 6년 된 차량으로, 현행 관용차운영관리규정에서 정한 주행거리 12만㎞, 사용연한 5년을 초과해 교체대상에 속한다.
그러나 일부 하남시민들은 김 시장이 시의 재정형편이 어렵다며 광역 화장장을 유치해 인센티브를 받겠다는 상황에서 값비싼 고급 관용차를 구입한 점과 기존 관용차를 고쳐 타겠다고 발언한 내용을 문제 삼고 있다.
하남시민 A씨는 "하남시에 예산이 없어 광역 화장장을 유치해 경기도로부터 인센티브를 받겠다는 시장이 5000만원이 넘는 대형 고급 승용차를 구입한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며 "전형적인 정치인의 이중적 행동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예전 관용차 수리해 타겠다더니"
A씨는 또 지난해 9월 <오마이뉴스>가 고위 공직자들의 대형화하는 관용차 문제를 집중 보도한 '관용차는 혈세로 굴러간다'라는 주제의 특별기획시리즈에서 김 시장이 인터뷰한 내용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A씨는 "김 시장은 지난해 취임 초기 관용차 구입예산을 업무용 경차를 사는 데 쓰고 자신은 기존 관용차를 수리해 타겠다고 언론에 말하고선, 5개월 만에 새 차를 구입했다"면서 "지각이 있는 시장인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시민 B씨는 "아무리 관용차를 교체할 상황이었다고 해도 시장이 진정으로 하남시의 어려운 재정 문제를 걱정했다면 '폼 나는' 대형 승용차보다 실속 있는 중소형 승용차를 선택했어야 옳았다"고 지적했다.
김 시장은 지난해 9월 '관용차는 혈세로 굴러간다'는 특별기획시리즈에서 중요한 '어록'을 남겼다. 김 시장이 당시 기자와 인터뷰에서 밝힌 주요 발언내용은 다음과 같다.
"직원들의 현장업무 지원용 차량을 구입해야 하는데, 예산이 없어 미뤄질 형편이었다. 그래서 시장 관용차 구입 예산을 직원들 업무용 경차를 사는 데 쓰라고 했다. 우리 시의 어려운 재정 형편을 감안해 내 관용차보다 직원들의 업무지원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직원들이 현장업무를 보는 데 불편을 겪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80만원을 들여서 기존 관용차를 수리했는데, 아직은 꽤 쓸 만하다. 수리비용이 새 차 운영비용보다 많이 들어가지 않으면 불편할 때까지 계속 타고 다닐 생각이다. 내구연한이 지났다고 금방 관용차를 바꾸면 엄청난 자원낭비다."
두 달 만에 쏙 들어간 '소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