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포 경수로 공사 현장.KEDO
그러면 언제쯤 북한의 기존 핵무기 폐기가 논의될 수 있을까?
그것은 아마도 대단히 지루하고 긴 과정이 될 것이 분명한 북한 핵 협상의 맨 마지막 단계, 북한 스스로가 말하는 '핵무기가 필요 없는 상황', 즉 북미 관계 정상화 단계에서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자신의 핵무기를 미국의 핵 위협에 대항하는 자위적 수단이라고 주장해왔다. 이 논리에 따르면 북미가 수교하면 핵무기가 필요 없게 된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기존 핵무기를 경수로와 맞바꿀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이는 가능성이 낮다. 북한은 그동안 영변이나 태천의 북한 핵시설은 전력 생산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던 만큼 이 시설의 완전 폐기와 경수로를 맞바꿀 것이다.
이정철 교수는 "북한은 비핵화는 정치적 결단의 문제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며 "기존 핵무기의 폐기는 아마도 북미간의 신뢰구축, 관계 정상화와 연계 지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홍현익 연구위원도 "북한 입장에서 볼 때 기존의 핵무기는 마지막 억제력이기 때문에 북미 관계 정상화 수준 때에야 폐기 문제가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상황 진전에 따라서는 북한 핵시설의 불능화가 논의되는 단계에서 경수로 제공 문제가 논의되는 것과 동시에 기존 핵무기 처리 문제가 협상 대상으로 등장할 수 있다. 이는 2·13 합의에 따라 초기 조치가 잘 진행되고 6개국 외무장관 회담이 원만하게 열려서 관련국들 사이에 신뢰가 형성되는 조건도 필요하다.
2·13 합의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것이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정부의 태도로 보나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은 지금 단계에서 남북 정상회담의 개최가 급선무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홍현익 연구위원은 "지금은 남북 정상회담보다는 장관급 회담을 할 분위기가 성숙됐다"며 "쌀·비료 등의 인도적 지원, 이산가족 상봉 재개, 경협 문제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장관급 회담 등이 차근차근 잘 진행되면 남북정상회담도 개최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렇게 해서 남북 관계가 강하게 진전되면 미국의 대북 정책 책임자들이 딴 생각을 못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정철 교수는 "2·13 합의는 초기 60일간의 행동만 규정하고 있다, 그 이후의 상황은 예측하기 힘들다"며 "결국 핵심은 관련국들간 신뢰가 문제다, 핵 문제 해결의 출구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하면 의미가 약하지만 입구에서 열어 신뢰 구축의 방편으로 활용한다면 지금이 오히려 기회다"라고 강조했다.
미국, 제네바 합의 때보다 부담 훨씬 줄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