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기 동국대 교수오마이뉴스 안홍기
- 이달 말 초중등 교육과정이 개편된다. 교과과정 개편논의가 졸속으로 치닫고 있다는 비판이 있는데 어떻게 보나.
홍윤기 "지난 2년간 현장 교사·교수들이 모여 바람직한 교과서 만들기에 대해 토론했다. 나름대로 진보적인 전교조까지 참여했다. 이 사람들은 특정 학맥이 국정교과서 집필을 25년간 독점했던 걸 검인정으로 풀자고 얘기를 해왔다. 그런데 최종보고서를 내는 단계에서 교육부가 전체 콘셉트를 흔들었다. 교육부가 요식적으로 교과서를 심의하려고 하고, 논의되지 않았던 의제를 교과과정 개편에 끼워넣으려고 하기 때문에 대혼란이 온 것이다."
박효종 "상당히 자율적으로 논의가 이뤄졌는데, 교육부가 갑자기 현장과 조율하지 앟은 상태에서 '위로부터의 지시'를 내렸다. 교육부가 처음부터 필수 교과목이나 국정·검인정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더라면 현장과 조화로운 논의가 있었을 텐데 아쉽다. 새로운 안을 들고 나와서 주장할 때는 좀더 시간을 갖고 의견을 수렴했으면 좋겠다. 위와 아래의 조화 과정이 막판에 혼란돼 유감스럽다. 교육부가 책임있는 자세로 임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홍윤기 "교육부도 자기 의견을 가질 수 있다. 옛날처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문제다. 검인정으로 교과과정을 개편한다고 '바람을 잡아왔는데' 막판에 태도를 바꾸면 어떻게 하나. 처음부터 5개 교과군을 7개로 늘렸으면 모르겠는데, 이제 와 이러면 뜬금없다. 현 정부의 국정운영이 미숙하다고 욕먹는 이유가 바로 이런 데 있다. 선진정부가 할 의사결정방식이 아니다."
"서구 지식 베낀 한국사회는 정신적 식민지"
- 이필상 고려대 총장의 논문표절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박효종 "논문은 학계에서 등뼈 역할을 한다. 논문 표절이 없어야 한다는 대원칙은 시대정신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 학계에서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컸다. 서구사회는 표절 기준이 엄격해서 하다못해 '자기표절'까지 비난받는데, 지적재산권이나 창의성의 콘셉트가 서구와 다르다. 관행으로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고 할 정도이니, 아이디어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앞으로 자기 글과 남의 글을 엄격하게 구분해서 남의 도움을 받는 것은 인정하는 풍토가 생겨야 한다. 표절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을 시대의 흐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홍윤기 "한국사회는 발전된 서구사회 지식을 빠른 시간에 받아들였다. 외국지식, 특히 미국이나 유럽의 지식을 그냥 거의 다 베꼈다. 기술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과학이나 인문학에 이르기까지 모두 그랬다. 급격한 지식 수입에 따라 우리는 정신적 문화식민지 상황에 놓여있었다. 이걸 빨리 탈피해야 한다. 그런데 내부 인프라가 별로 없다.
이런 역사적 한계를 들여다보고 표절논란을 들여다보자. 지식사회의 대안이 있나? 표절한 분들에게 뭔가 요구하기 전에 지성의 자기생산 인프라 부족을 철저하게 반성해보자는 거다. 표절 척결을 위한 대학·연구사회의 지적 인프라 향상으로 논의가 확장되지 않고 있다. 교수사회의 자기 지식 생산구조가 얼마나 허접한지 따지는 투명성기구가 섰으면 좋겠다.
모든 걸 정략적으로 접근하니까 문제가 안 풀린다. 언론이 책임지고 여론을 모아달라. 과학이나 공학 같은 경제적 관심 때문에 얘기되나 인문학 사회학까지도 지적 인프라를 갖춰달라."
박효종 "표절문제가 흠집내기, 징벌적인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정략적인 차원에서 문제가 제기되면 해법은 찾기 어렵다. 아무개 죽이기 식의 정략적 접근이 아니라 지성의 발전이라는 방향성을 갖고 인프라를 고민할 수 있다."
홍윤기 "표절 문제는 당연히 극복해야 한다. '황우석 사태'도 결국 연구윤리 문제였다. '학술발전 대토론회'를 열어서 과거의 때도 씻고 대안도 만들어야 한다. 이필상 총장의 표절 문제도 이 차원으로 풀어야 한다. 대학 자체의 노력도 좋지만, 학술 발전이 필요하다."
"뉴+라이트, 스펙트럼이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