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데이? 우린 헌혈 발렌타인데이입니다

(주)한화 직원들은 ‘성 발렌타인’ 정신 되새기며 헌혈에 동참했습니다

등록 2007.02.14 17:02수정 2007.02.14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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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발렌타인데이을 하루 앞둔 13일 헌혈운동에 동참하며 성 발렌타이의 정신을 되새긴 (주)한화 직원들.

발렌타인데이을 하루 앞둔 13일 헌혈운동에 동참하며 성 발렌타이의 정신을 되새긴 (주)한화 직원들. ⓒ 최승주

발렌타인데이 유래

대부분의 사람들이 발렌타인데이가 오면 초콜렛 선물을 주고받지만, 발렌타인이 뭔지를 생각해 본 사람을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

발렌타인의 기원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몇 가지 설이 있지만 로마의 성 발렌타인(St.Valentine)에서 시작되었다고 보고 있다.

발렌타인은 황제 클라디우스가 젊은 청년들을 전쟁에 끌어들이고자 결혼 금지령을 내렸는데, 이에 반대하고 서로 사랑하는 젊은이들을 결혼시켜 준 죄로 A.D 269년 1월 14일 순교한 사제의 이름이다.

그는 그 당시 간수의 딸에게 “love from Valentine"이란 편지를 남겼고, 이후 발렌타인에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 풍습의 기원이 되었다.
/ 최승주
오늘(14일) 발렌타인데이를 어떻게 보내시고 계십니까? 백화점과 제과점 등 관련 업체들의 대대적인 마케팅에 떼밀려 사랑하는 연인과 아내를 위해 혹은, 자녀와 회사동료를 위해 값비싼 초콜릿 선물을 하느라 바쁘셨습니까?


저는 상업자본에 의해 왜곡된 발렌타인데이를 보면서 씁쓸함을 지울 수 없습니다. 초콜릿보다 더 비싼 화려한 포장지와 바구니, 그 비싼 값을 지불하고 선물하면 사랑이 꽃필 수 있을까요. 과연 사랑은 초콜릿처럼 달콤해야만 할까요.

발렌타인데이는 그런 날이 아닙니다. 사랑 또한 달콤하기만 해선 곤란하겠지요. (주)한화 사내 홈페이지에 게시된 글을 소개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량출혈 때문에 또는 수술을 받기 위해서 피가 필요한 환자, 혈액을 만들어 내는 골수의 이상으로 계속적인 수혈에 의해서만 생명을 이어가는 환자, 출혈이 되면 피가 잘 멎지 않는 환자 등 많은 종류의 환자들이 혈액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혈액은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고 오로지 헌혈에 의해서만 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헌혈은 생명을 살리는 고귀한 사랑의 실천인 것입니다. 또한 '발렌타인데이'는 성인 발렌타인의 삶과 정신을 기리는 날입니다. 이날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랑을 전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입니다."

이 회사는 상업적인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 발렌타인데이의 진정한 의미를 찾기 위해 헌혈을 하기로 했습니다. 무엇보다 동절기는 학생들의 방학으로 인해 피의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기여서 이 회사 직원들의 헌혈 동참은 생명을 살리는 데 매우 뜻깊은 것이었습니다.

발렌타인데이 하루 전에 실시한 '헌혈캠페인'


a 50번째 헌혈의 주인공 임문재씨

50번째 헌혈의 주인공 임문재씨 ⓒ 최승주

한화(주)는 국내 최초 민간혈액원인 '한마음혈액원'과 공동으로 발렌타인데이 하루 전날인 13일 오전 9시부터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임직원을 대상으로 '헌혈캠페인'을 전개했습니다.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이날의 헌혈 의미가 잘 전달된 덕분인지 출근시간이 조금 지나면서부터 직원들이 꾸준히 몰려왔습니다. 대부분 20∼30대 남성들이 많았지만 40대 여성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까다로운 문진을 통과한 헌혈 합격자는 지원자의 30%에 불과했습니다.


거부 요인으로는 전날의 과음(밤 10시 이후의 소주 1병 이상은 결격사유) 때문인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해외 출장 때문이었습니다. 동남아와 터키 근방에 다녀온 사람들은 말라리아 지역으로 선포되어 헌혈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직원들이 다녀온 나라 가운데 이름도 생소한 국가도 많아서 그 지역이 어느 곳에 있는지 서로 묻고 고민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헌혈이 취소됐지만 내심으로는 '기업의 해외 사업 확장으로 인해 이렇게 많은 젊은이들이 세계시장을 개척하면서 국익을 성장시키고 있구나!' 하고 감탄했습니다. 건강하다고 자부했던 직원들은 자신의 헌혈 취소에 대해 의아해했고, 이에 대해 이유를 설득하자 이해하였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헌혈이 매우 소중한 상황에서 헌혈 취소는 몹시 안타까웠습니다.

몸매도 얼굴도 하얀 남성 직원의 헌혈 의지는 대단했습니다. 저혈압 판정으로 헌혈이 거부된 이 직원은 "어제 늦게까지 일하는 바람에 피곤해서 그럴 것"이라며 "조금 후에 다시 혈압을 재보자"고 말했습니다. 그런 뒤 20∼30분 지나서 다시 간호사에게 혈압을 쟀습니다. 밖에 나가서 달리기를 하고 왔다는 그는 기어이 헌혈을 했습니다.

또 한 여성 직원은 여성으로서 드물게 혈액비중검사(철분 혹은 혈색소검사라고도 하는데, 흔히 빈혈검사로 알고 있음)에 통과하자 헌혈이 취소된 남성 동료직원들은 “우리보다 더 씩씩하다"며 부러워하기도 했습니다.

(주)한화1무역의 직원 임문재(35)씨는 이날 헌혈이 50번째를 맞이하는 특별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혈액원 직원들의 감탄에 쑥스러워하던 그에게 헌혈을 자주 하게 된 이유를 묻자, "별것 아니다"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자신의 소중한 피를 나누고도 부끄러워하는 소박한 모습에서 사랑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a 끝내 헌혈에 동참한 남성 직원과 헌혈비중검사에 통과해 당당하게 헌혈하고 있는 여성 직원.

끝내 헌혈에 동참한 남성 직원과 헌혈비중검사에 통과해 당당하게 헌혈하고 있는 여성 직원. ⓒ 최승주

성 발렌타인의 정신을 되찾기 위한 헌혈

발렌타인데이의 진정한 의미를 되찾자는 첫 시도로 시작한 이 회사의 '헌혈운동'으로 인해 뿌듯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사랑하지만 쉽게 표현하지 않았던 가족들에게 사랑과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던 발렌타인데이가 단순한 연인의 날로 변질된 요즘, 성 발렌타인의 삶과 정신을 되찾기 위한 이 회사의 '헌혈캠페인'이 널리 확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날 헌혈운동을 주도한 한화국토개발 사회공헌팀의 공은미 대리는 "발렌타인데이는 성인 발렌타인의 삶과 정신을 기리는 날이므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랑을 전하는 것이 진정한 발렌타인"이라며 "헌혈에 동참한 직원들과 회사에 감사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헌혈자는 103명이었습니다. 이날 회사는 헌혈에 동참해준 직원들에게 격려의 표시로 사랑하는 사람과 영화를 보라며 영화티켓 2장씩 나누어주었습니다. 티켓을 받고는 물끄러미 들여다보더니 이렇게 말하는 직원이 있었습니다.

"영화 보러 갈 시간이나 있었으면 좋겠네요. 집사람이나 주어야지."

덧붙이는 글 | 최승주 기자는 민간혈액원인 '한마음혈액원' 대외홍보국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최승주 기자는 민간혈액원인 '한마음혈액원' 대외홍보국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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