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북구청의 2004년부터 2005년까지의 기관업무추진비 등의 지출결의서를 분석해 별도로 정리한 자료. 자료에 따르면 북구청은 홍보성 기사를 쓴 해당 기자와 언론사에 사례비를 준 것으로 기재돼 있다.오마이뉴스 강성관
'인물마당 10만원, 지방자치판 20만원, 민선3기취임2주년 130만원, OOO매거진 20만원, 신년특집 20만원.'
한 지방자치단체 단체장이 각종 치적이나 홍보성 기사를 보도한 언론사 기자 등에게 '보도 사례비'를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광주광역시 북구청은 명절 떡값 등 일반적인 의미의 '촌지' 성격을 넘어서 해당 기사나 TV 프로그램의 보도에 대해 단체장의 업무추진비에서 사례비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지출 기간 등에 비하면 많지 않은 돈으로 볼 수도 있지만, 주민들의 혈세가 행정기관이 출입기자들을 '관리'하는데 부적절하게 사용된 것이다.
이는 행정기관과 언론의 부적절한 관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홍보성 기사에 '혈세'로 사례비 건네
이승희(민주노동당) 북구의회 의원이 2004년부터 2005년까지 북구청의 '기관업무추진비 및 시책업무추진비' 지출결의서를 분석한 자료에는 날짜, 해당 언론사나 기자 이름, 지급된 액수, 명목 등이 상세히 적혀있다. 이 의원이 분석한 지출결의서에 기재된 부분은 순수하게 현금으로만 지출된 업무추진비로 다른 행태의 촌지는 제외된 것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북구청은 당시 김재균 구청장이 사용한 업무추진비 중 1830만원을 모두 73차례에 걸쳐, 23개 언론사와 북구청 출입기자단, 광주시청 출입기자단 등에게 10만원에서 130만원까지 각종 명목으로 지급했다.
그 동안 '단체장 인터뷰 기사에 한 지면을 할애하면 몇 십만원'이라는 보도 사례비 관행에 대한 소문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확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눈에 띠는 부분은 각 언론사들의 기사 꼭지마다 사례비 명목으로 돈이 건네졌다는 것이다. 한 언론사의 '인물마당판'에 10만원, '지역기업을 키웁시다'는 10만원, '지방자치판'은 20만원, '문화주역 전라도 2030'에는 10만원, '자치단체장 릴레이 인터뷰'는 10만원, '사람 그리고 세상'에는 30만원이 지출됐다.
한 라디오 방송사에는 편성 프로그램에 대해 10만원에서 20만원이 지출된 것으로 기재돼 있고, 한 케이블 방송사 역시 편성 프로그램이나 신년특집 명목으로 20만원을 몇차례 받았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또 광주·전남지역이 아닌 마산지역 한 방송사에도 '주요시책 프로그램 제작 관계자 격려금' 명목으로 20만원을 건네기도했다.
가장 많은 돈이 오간 것은 구청출입기자단과 기자들의 체육대회 등 각종 행사 지원금이다. 지난 2004년 6월에는 '민선3기 취임 2주년'을 기념해 구청 출입기자단에게 모두 130만원의 촌지가 건네졌고, 같은 해 '그린시티 선정' 기념으로 100만원이 건네졌다. 또 지난 2005년에는 구정 주요시책 홍보를 명목으로 광주시청 출입기자단에게 180만원, 언론사 편집국장단에 100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게다가 어떤 경우는 구청과 상관도 없는 해외 특별 취재와 한 언론사의 창사 기념행사를 명목으로 10만원에서 20만원이 건네지기도 했다.
언론사별로 받은 횟수와 규모는 천차만별이다. 특히 방송사의 경우 거의 한차례씩 받았지만 일부 지방지는 9차례에 걸쳐 150만원을 받았고, 또 한 곳은 6차례에 걸쳐 9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언론사의 경우는 몇 곳만 언급됐다.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은 지방지도 있다.
"언론사가 부적절하게 받은 돈 환수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