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귀염둥이 '곤줄박이'를 만나다

민통선 해마루에서 곤한 삶을 떨구던 날

등록 2007.02.15 17:23수정 2007.02.15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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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인간의 본성은 자연을 떠나 살 수 없음이다. 일년 사계절 중, 봄부터 가을까지는 들꽃을, 겨울엔 철새를 찾는다. 생의 가파른 언덕을 오르면서 그렇게나마 마음의 안식처를 찾는지도 모른다.


곤줄박이가 물가에 내려 앉아 목을 축이고 있다.
곤줄박이가 물가에 내려 앉아 목을 축이고 있다.김계성
날이 풀리자 서둘러 집을 나섰다. 통일대교를 건너 민통선에 들어서니 상쾌한 공기가 콧등을 타고 오른다. 동족상잔의 흉터로 남은 비무장지대(DMZ)는 1953년 휴전협정에 따라 설정되었으며, 서쪽의 한강 어귀로부터 동해안 고성에 이르는 248km(155마일)의 길이로 한반도를 가로지르고 있다.

여기에 민통선은 남방한계선으로부터 5∼20㎞ 밖으로 그어진 보이지 않는 선으로 민간인 통제선을 말한다. 따라서 일반인들이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지역이다. 요즘 들어 통제가 완화됐다지만, 아직도 지뢰 등 낯설고 근접이 꺼려지는 곳임엔 여전하다.

민통선 숲의 작은 웅덩이는 새들의 보금자리다.
민통선 숲의 작은 웅덩이는 새들의 보금자리다.김계성
민통선 해마루의 한 산기슭이다. 주변으로 활엽수가 우거져 있고 그 아래로는 온갖 새들이 노닐다가 잠시잠시 목을 축일 수 있는 곳, 조그만 웅덩이가 덤불에 담겨있는 이곳이야말로 산새들의 보금자리다.

'쓰쓰삐이, 쓰쓰삐이' 청아한 울음소리가 발길을 재촉한다. 숲의 귀염둥이 곤줄박이다. 손으로 쥐면 한 줌이나 될까. 흰색의 이마에 머리 꼭대기서 뒷목까지는 검은 색이다. 배는 적갈색, 날개는 청회색인 작고 어여쁜 박새과의 새다. 검고 고운 무늬가 박혀 있어 곤줄박이로 부르게 되었나 보다. 가까이 접근을 하니 '뽀로롱' 땅을 박차고 오른다.

나뭇가지에 올라 쓰쓰삐이~ 목청을 돋우고 있다.
나뭇가지에 올라 쓰쓰삐이~ 목청을 돋우고 있다.김계성
박새도 곤줄박이와 무리를 지어 날아들고 있다.
박새도 곤줄박이와 무리를 지어 날아들고 있다.김계성
기다림에는 이골이 난 터, 카메라를 삼각대에 올려놓고 나서 쪼그려 앉는다. 곤줄박이는 박새과답게 박새와 무리를 이루며 숲을 날고 있었다. 몇 분 후 다시금 다가온 곤줄박이는 나뭇가지 위로 올라앉아 머리를 까닥이더니 이내 웅덩이로 내려간다.


물 한 모금 마시고 하늘 한 번 바라보고, 둘레둘레 몸을 털고서 수면 위로 작은 동심원을 남긴 채 날아오른다. 잠시 후면 또 다른 녀석이 찾아와 또 그렇게 물 마시고 노래하고….

목을 축이려고 물가를 향해 날아가는 모습이다.
목을 축이려고 물가를 향해 날아가는 모습이다.김계성
곤줄박이는 귀여운 외모도 한몫을 하지만 사람이 건네주는 먹잇감 땅콩을 보면 스스럼없이 손바닥에 내려앉기도 한다. 그만큼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랑스럽고 용한 새다.


둘레둘레~ 몸을 흔들어 물기를 털어내고 있다.
둘레둘레~ 몸을 흔들어 물기를 털어내고 있다.김계성
반세기 동안 분단의 아픔이 새겨진 민통선이지만 그곳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잠시나마 곤한 삶을 떨구며 새들의 예쁜 모습과 맑은 울음소리를 보고들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얼마나 다행스러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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