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화려하던 꽃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즈음이면 숲은 완연한 봄을 넘어 또다른 계절을 향할 것이다.김민수
이제 화려하던 복수초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즈음이면 숲은 완연한 봄을 넘어 또 다른 계절을 향해서 달려갈 것이다. 이미 복수초가 피어난 주변에는 다른 들풀들이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너도바람꽃의 이파리와 중의무릇의 푸릇한 이파리들이 하나 둘 고개를 내밀었으니 복수초가 지나간 자리에 또 다른 들꽃들이 숲을 충만하게 채워갈 것이다.
숲, 그곳에는 질서가 있다. 작은 들풀들이 피어나고, 그들이 온전히 그 삶을 살다가 내년을 기약할 즈음에서야 키가 큰 나무들도 이파리를 낸다. 어찌 보면 경쟁이고, 어찌 보면 배려다. 나는 그것을 숲 속의 배려라고 말하고 싶다. 빈 숲이 아니었다면 이 작은 꽃들이 피어날 수 있는 햇살을 얻지 못했을 터이니 오직 빈 숲만이 작은 풀꽃들을 담을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해 뜨는 동해, 그 아침 햇살을 담고 피어난 복수초를 보고 돌아오는 길, 80년대에 즐겨 부르던 던 '동해에서'라는 노랫말이 흥얼거려진다.
'해 뜨는 동해에서 해지는 서해까지 뜨거운 남도에서 광활한 만주벌판….'
봄이다. 해 뜨는 동해와 서해와 저 남도, 만주벌판에 작은 들꽃들이 하나 둘 피어나며 새 계절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 모두 빈 숲과 그 숲 사이를 비춰주는 햇살 덕분이다. 복수초, 이 꽃을 바라보는 모든 이들에게 '영원한 행복'이 가득하시길.
덧붙이는 글 | 기사에 사용된 사진은 2월 14일 촬영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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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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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뜨는 동해, 그 아침 햇살 담고 피어난 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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