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역사를 통해 본 '미래의 평화'

[서평] <청소년을 위한 이야기, 전쟁과 평화>

등록 2007.02.16 08:51수정 2007.02.1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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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인간이 인간을 상대로 벌이는 가장 잔혹한 파괴 행위이다. 누구나 전쟁이 나쁘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 해도 과언 아니다. 왜 인간은 이런 끔찍한 전쟁을 끊임없이 해온 것일까? 어떻게 하면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청소년을 위한 이야기, 전쟁과 평화>(옮긴이 장혜경·웅진지식하우스)의 저자 게르하르트 슈타군은 십자군전쟁부터 21세기의 테러와의 전쟁에 이르기까지의 흐름을 살펴보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전쟁은 지배계급의 전유물

먼저, 저자는 인간의 본질이 전쟁을 타고난 것인지 살펴보는 것으로 논의를 시작한다. 인간이 원래 호전적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저자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한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살펴보며, 전쟁은 남자들의 일이라고 본다.

고대 신화나 전설에서는 ‘남성’ 전쟁 영웅의 이야기만을 들려주고 있을 뿐, 여 전사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는 점이 그 증거이다. 전쟁이 남성들의 전유물이었음은 놀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데, 전쟁놀이는 사내아이들의 몫이지 여자아이들은 전쟁놀이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

@BRI@사내아이들이 싸워서 영웅이 되는 것을 꿈꾸는 것은 남성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전쟁은 권력과 부, 여자 등 '남자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수단이었다. 때문에 시대를 막론하고 전쟁사는 여성에 대한 대량 강간의 역사였다.

그러나 전쟁이 인간, 특히 남성의 본성에 기초한 것이라고 해서 이것이 전쟁의 원인을 설명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쟁은 '정치권력'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니까.


"전쟁은 전염병처럼 그냥 발발하는 것이 아니다. 권력자들이나 사회집단이 의도적으로 부추기고 일으키는 것이다. 전쟁에 끌려 들어가 전장에서 고통을 받아야 하는 개인들은 왜 싸워야 하는지 이유도 목적도 모른다."(267쪽)

종교와 전쟁


종교와 전쟁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이웃을 사랑하라는 종교적 가르침은 평화 달성에 공헌해왔는가? 저자는 인류 최초의 전쟁은 '카인과 아벨의 형제 전쟁'이었으며, 이 전쟁은 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믿는다. 또한 인류 최초의 '인종 청소'는 모세 5경 중 하나인 <신명기>에서 발견되는데, 이 대량 학살을 명한 것도 바로 신이었다고 한다. 한편, 여호수아는 아이 부족을 전멸시켰는데, 하루 동안 1만 2000명의 남녀가 살해당했다.

저자는 동양의 종교인 힌두교, 불교, 도교 등은 서양의 종교인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보다 훨씬 평화적이라고 본다. 그 이유는 일신론과 관련이 있다. 자기들만의 유일신을 강조하다보면 다른 신을 절대로 용납하지 못하게 되는데, 종교적 이기주의는 타종교에 대한 관용을 허용하지 않고, 타종교를 이단이라며 탄압하게 되는 것이다.

힌두교처럼 많은 신을 숭배하는 종교는 타종교의 신 때문에 별로 방해를 받지 않는다. 더구나 불교와 도교는 애당초 신이 없었다. 극동에서 상대적으로 종교 전쟁이 적었던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이는 동양의 종교가 교권을 형성하지 않았다는 사실과도 관련이 있다. 동양의 성직자들은 명망은 누렸지만 세속적 권력을 가지지는 못했다.

이에 반해 서양 중세의 성직자들은 정치적 권력까지 장악함으로써 막강한 힘을 구가하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십자군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성전'이라는 말을 들으면 먼저 이슬람교가 떠오르지만, 알고 보면 이 말은 기독교에 어원을 두고 있다. (이슬람을 무찌르는) 기독교의 성전 이념, 즉 십자군은 근본적으로 한 사람의 아이디어였다. 교황 우르바누스 2세가 바로 그 사람이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십자군 전쟁의 이념은 그 전에도 존재했다. 다만 그가 최초로 실행에 옮겼을 뿐이다."(73쪽)

그렇다고 저자가 전쟁의 책임을 기독교에만 돌리는 것은 아니다. 관용과 상대방에 대한 인정을 거부하는 종교라면 어느 쪽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거의 1000년이 흐른 지금 다시금 '성전'과 '십자군'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900년 전에는 우르바누스 2세가 성전을 촉구하였고, 지금은 이슬람 국가의 종교 지도자들이 성전을 외치고 있다. 당시 교황의 입에서 나왔던 말들이 이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다."(82쪽)

자원을 둘러싼 전쟁

저자는 전쟁이란 '천연자원이 매장되어 있는 땅에서만 자라는 열매'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따라서 세계의 영원한 화약고는 대부분 값진 천연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된 지역이다. 이를 반증하는 것이 에스키모라고 한다.

"전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민족이 있다. 에스키모가 대표적이다. 그들이 전쟁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들이 살고 있는 얼음 황무지에선 권력과 영토를 추구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24쪽)

자원을 둘러싼 갈등과 전쟁은 서구 열강의 '식민주의'를 통해 그 추악한 모습을 여실히 드러냈다. 식민지로 개척한 먼 나라의 사람들을 기분 내키는 대로 몰아 죽일 수 있는 동물처럼 취급했다.

"식민지 전쟁에 참전한 군인들은 여자와 아이들까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죽일 수 있는 비겁한 살인마들이었다. 이들의 만행을 부추긴 힘은 당연히 권력욕과 금전욕이었다. 유럽 열강은 자신들이 세계의 중심인 양 거들먹거렸고 세상을 자기들끼리 나눠먹었다."(147쪽)

자원을 둘러싼 권력다툼이 인종 간, 민족 간 이해관계와 얽힐 때, 그것은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화합물을 만들게 된다. 이 화합물의 폭발력을 더욱 키우는 것은 서구 산업 국가들, 그리고 최근에는 중국까지도, 이들의 생활방식이 온통 석유에 맞춰져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두 차례에 걸쳐 이라크 전쟁을 벌인 것도 석유의 확보에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바이다.

미래의 전쟁은 어떤 모습일까?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8장 '미래의 전쟁은 어떤 것일까?' 이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세계화의 흐름과 관련해 전쟁의 변화를 설명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세계화는 자본의 논리이고, 경쟁의 논리이고, 이윤추구의 논리이다. 그리고 이 흐름 속에서 효율성 향상과 경쟁력의 확보를 위해 '민영화'가 정책방향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 부분이 국방 분야로 연결된다면 어떻게 될까?

저자에 의하면, 국가의 정규군 수는 줄어들고 그 대신 고도로 전문화된 부대가 등장할 것이고, 병역의무가 있는 나라에서도 '하이테크 병사들'로 구성된 직업군인들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란다.(우리나라 국방개혁의 방향을 보는 듯하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군 임무의 대부분은 사설 보안업체로 넘어갈 것이라고 한다. 아울러 전쟁관련 분야의 민영화는 과거의 '용병제도'가 안고 있었던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드러낼 것이라고 진단한다.

"전쟁의 '민영화'는 한 가지 위험을 안고 있다. 역사를 되돌아보아도 알 수 있듯, 용병의 등장은 늘 잔혹한 폭력의 증가를 낳았기 때문이다. 민간기업이 용법을 통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이들 전쟁 전문가는 전문지식과 능력을 갖추었기에 쉽사리 잔악한 병사로 돌변할 수 있다."(247쪽)

평화로운 내일은 꿈일까?

저자는 할리우드 전쟁영화를 비판한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망나니 주인공(람보가 대표적이다)을 통해 거짓 영웅의 이미지를 만드는 할리우드 영화들의 전쟁 찬미는 참을 수 있는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하고 죽어 가는 장면을 팝콘을 먹고 콜라를 마시며 여가 활용 차원에서 감상한다는 것도 우려스럽기 그지없다."(55쪽)

저자는 <손자병법>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한다. <손자병법>이야말로 전쟁의 일반 전술을 설명한 최초의 저서이자 가장 천재적인 작품이라고 평가한다. 최고의 전술은 '평화술'인데, 손자는 전술이란 전쟁을 거부하는 기술이라고 가르쳐준다는 것이다.

"질병이 아예 발생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의술이 최고의 의술이듯, 전술 역시 무기를 들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어주는 전술이 최고의 전술일 것이다."(47쪽)

저자는 전쟁의 책임은 인간에게 있지만, 인간의 노력 여하에 따라 '바보 같은 짓거리'인 전쟁을 피할 수 있다고 낙관한다. 평화를 위해 모두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힘주어 말한다. 민주주의 교육, 다시 말해 타협의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쟁을 정치의 연장으로 바라보는 권력자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전쟁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앞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이 책은 전쟁의 역사에 대해서는 정리를 잘 해 놓았다. 하지만, '평화에 대한 새로운 눈을 키워주는 눈높이 교과서', '평화 마인드를 쑥쑥 키워주는 미래 교과서'라는 선전문구와는 달리 청소년들이 읽기에는 조금 버겁다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을 위한 이야기, 전쟁과 평화 - 평화로운 내일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

게르하르트 슈타군 지음, 장혜경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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