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호수와 공원, 놀이터를 보다

[현민이의 유럽에서 삐대기 - 독일 베를린 ②편]

등록 2007.02.16 14:48수정 2007.03.2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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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주변에서 만나는 넓은 호수.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공간 ⓒ 이현민

시민의 생활공간인 호수와 공원

@BRI@베를린에도 도시 곳곳에 크고 작은 공원과 호수가 있다. 친구 집에서 가까운 첼른도르프(Zehlendorf)의 쉴라흐텐(Shlachten)에서 아침마다 조깅을 하거나 친구와 함께 산책을 하였는데, 쌀쌀한 날씨에 따뜻한 한 잔의 글뤼바인(Gluehwein 와인에 계피나 과일을 넣어 끓인 것)이 기가 막히다.

아침마다 호수를 둘러있는 길에는 조깅을 하거나 산책, 유모차를 끌고 나오거나 자전거 타는 이들이 제법 많다. 하루는 산책을 하는데 50대쯤 되는 아줌마가 조깅 복을 벗고 물 속으로 들어가 수영을 하는 게 아닌가. 에궁! 보기에도 민망스러운데… 본인이나 다른 이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여기뿐만이 아니라 호수마다 여름에는 나체로 일광욕을 하거나 수영을 하는 이들이 많다.

물위에는 여전히 새들이 한가로이 노닐고 있다. 사진은 자주 찾았던 Schlachten See와 구린발트(Grunewald See), 크루머랑케(Krumme Lanke)의 모습과 베를린-포츠담 사이에 있는 아주 넓은 호수 반제(Wahnsee)이다.

평화주의자임을 고백하였던 케테 콜비츠를 만나다

베를린 남쪽 프츠다머 플라츠(Potsdamer Platz) 부근에는 유명한 건물과 갤러리, 공연장이 모여 있다. 소니센터(Sony Center)와 다임러 크라이슬러(Daimler Chrysler City)건물과 신 국립미술관(Neue Nationalgalerie), 쿨투어포럼(Kulturforum), 필름박물관(Film museum) 그리고 금빛으로 치장한 베를린 필하모니 콘서트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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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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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 피카소.. ⓒ 이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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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주의자임을 고백하였던 케테 콜비츠를 만났다. ⓒ 이현민


Kaethe Kollwitz(1867-1945)는 개인적으로 내 인생에 많은 영향을 끼쳤던 예술가 중에 하나이다. ‘전쟁은 이제 그만’ ‘어머니들’ ‘씨앗을 짓이겨서는 안된다’ 등의 작품이 잘 알려져 있다. 그녀는 자서전에서 스스로를 ‘공산주의가 아닌 평화주의자’임을 자기고백 했었다. 당시로서는 오랫동안 많은 고민을 하게 했던 부분이었다. 세월이 지나서 일까? 지금은 콜비츠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이를 밝힐 수 있었던 용기야말로 그녀의 힘이었겠구나 싶다.

이국 땅이지만 베를린 같은 도시에 지내더라도 아침에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할 수 있는 공원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도 행복하다. 덕분에 한국에서보다 더 규칙적이고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다.

숲길에 쌓여 있는 낙엽은 청소하는 이들이 한곳에 갈퀴로 모아두면 집게차가 와서 수거한다. 퇴비로 쓰인다고 한다. 이상기온 때문에 수 십 년만에 처음으로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나그네 처지로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래도 눈이 그립다. 겨울에는 눈이 와야 제 맛인데…쩝! 작은 공원의 언덕도 눈이 내리면 동네 개구쟁이들의 눈썰매장이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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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찍은 사진이지만 진짜로 멋지다. 실제는 100배, 1000배로 멋졌는데... ⓒ 이현민


유럽에서는 지하철(S-bahn, U-bahn), 버스, 트램(Strassen-bahn), 혹은 열차에조차 자전거나 유모차를 자유롭게 가지고 다닐 수 있다. 사람들 역시 당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비좁더라도 자리를 내주고 전혀 불편한 내색을 하지 않는다. 가능한 1일 자유교통권(Day travel card, Targeskarte)과 자전거를 렌터 한 덕분에 교통비를 줄일 수 있었다. 1일 교통카드가 런던은 6.3파운드, 베를린은 5.8유로이다.

여행 준비중에 읽은 <어린이 공화국 벤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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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도 지하철에 들어갈 수 있다. 우리는 어떤가... ⓒ 이현민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읽은 책 중에 <어린이 공화국 벤포스타>(보리출판사)가 있다. 스페인 서부의 오렌세(Orense)라는 곳에 있는 어린이 공화국을 소개한 책이다. 물론 정치적으로 독립된 나라는 아니지만 이곳 주민인 어린이에 의해 분명히 자치가 이루어지고 있는 ‘어린이 공화국’이다. 정식 명칭으로는 ‘Ben posta nacion de Muchachos : 벤포스타 어린이 나라’이다.

이 지방 출신인 실바 신부님과 가난한 동네에서 살던 열 살에서 열두 살 사이의 15명의 사내아이가 처음으로 시작하였다. 이때가 1956년이었다. 가난과 궁핍, 절망을 이겨내기 위하여 노력한 결과로 만들어진 나라이다. 이곳에는 세계 각지에서 찾아든 어린이들이 살고 있으며, 자신들의 대통령과 장관을 뽑는 등 정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버젓이 국경이 있어 관문을 통과해야 하고 비자를 발급한다. 학교, 병원, 가게, 경찰, 법원 등이 있고, 은행과 독립된 화폐가 있다. 학교 역시 스페인 당국의 정식 인가학교로서 교사 역시 이들 주민이자 학생인 어린이들이 선발을 한다.

단순히 아이들의 소꿉장난이라고 생각하면 크나큰 오산이다. 어른들의 일그러진 눈으로 바라보았던 세상과는 분명히 다른, 정의와 합리성, 철학과 경제가 있는 공동체이다. 여기서는 학교에 다니는 것이 ‘의무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교육받을 권리로 여겨진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 다니는 것은 다른 일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겨져 돈을 받는다.

이곳에서는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마라’는 철저한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이 지켜진다.
잘못을 저지른 경우에는 어린이 공화국의 법전에 의거하여 재판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재판은 ‘처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문제점을 확인하거나 당사자에 대한 ‘구제’의 의미이다. 책에 나오는 한 구절을 소개한다.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이 아이들은 얌전한 노력가와는 거리가 멀다. 끊임없이 묻고, 묻고, 또 묻는다. 그리고 토론한다. 재치 있고, 끈기 있고, 빈틈없고, 지식욕에 불타는 모습의 아이들. 과연 어떤 학교가,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갖는 이런 관심을 북돋우는 것은 둘째치고 적어도 말살하지는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서울은 도시라 땅 값이 비싸서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주지 못한다고 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손에 이끌려 고작 놀이동산이나 찾을 수 있다. 그러니 매일 컴퓨터 앞에 파 묻혀 있을 수밖에.

농촌은 또 돈이 없어서 못한다고 한다. 아이 울음소리가 사라져 버린 시골에서 그나마 몇 몇 안 되는 아이들은 도시아이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하여 학원으로 내 몰리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이 완전한 인격체로 자라길 기대하고, 어른들 스스로조차 지키지 못하는 엄격한 도덕성을 강요한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삐뚤어진 자화상이다.

‘아이들에게 평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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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는 공공성을 배우는 아이들의 또 다른 교육장이다. ⓒ 이현민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공동묘지

지나는 길에 공동묘지가 있어서 들어가 봤다. 외국에서는 묘지가 동네 가운데 있다. 물론 사람들이 데이트를 하거나 일부러 찾아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우리 나라처럼 혐오시설은 아니다. 한 번 묻히면 30년 정도가 유효기간이다. 기간이 끝나면 무덤 연고자에게 연락을 하여 이후 조치를 상의한다고 한다. 간혹 연고자가 연락이 되지 않아 이처럼 무덤 앞에 알림판을 남겨 두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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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묘지 풍경. 삶과 죽음은 이렇게 공존하는 것일까? ⓒ 이현민


열차를 타고 나가다가 오랜만에 풍력발전 단지(수 십 개가 서있었다)를 발견하고 찍었는데 제대로 나온 것이라고는 이것 한 장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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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에서 찍은 풍력발전기 모습. 이제 우리나라도 정말 간혹 볼 수 있죠.. ⓒ 이현민

덧붙이는 글 | * 생태지평연구소(ecoin.or.kr) 운영위원이자, 부안 시민발전소 소장인 이현민은 농사일이 끝난 지난 11월부터 영국 런던 - 독일 베를린 - 체코 프라하 - 독일 프라이부르크 - 라이프찌히 등 유럽 각지를 돌며, 교통 - 에너지 - 놀이 - 공원 - 여가 등 우리의 모든 일상을 통해 유럽은 어떤 생태적 변화를 추구하며, 큰 흐름을 맞이하고 있는지 농부의 시선으로 찾아가보는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이후 농부가 바라본 유럽과 환경에 대한 소박한 시선의 연재는 계속 진행됩니다.

덧붙이는 글 * 생태지평연구소(ecoin.or.kr) 운영위원이자, 부안 시민발전소 소장인 이현민은 농사일이 끝난 지난 11월부터 영국 런던 - 독일 베를린 - 체코 프라하 - 독일 프라이부르크 - 라이프찌히 등 유럽 각지를 돌며, 교통 - 에너지 - 놀이 - 공원 - 여가 등 우리의 모든 일상을 통해 유럽은 어떤 생태적 변화를 추구하며, 큰 흐름을 맞이하고 있는지 농부의 시선으로 찾아가보는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이후 농부가 바라본 유럽과 환경에 대한 소박한 시선의 연재는 계속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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