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다니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자"

한목협, 기독인 대통령 선호 의지 나타내 '논란'

등록 2007.02.16 15:39수정 2007.02.1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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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 옥한흠 목사·한목협)는 15일 프레스센터에서 정치와 한국교회의 바람직한 관계와 방향이란 주제로 제9차 열린 대화마당을 개최했다. 왼쪽부터 손인웅 목사(한목협 상임회장), 김원배 목사(한목협 상임총무), 전병금 목사(한목협 상임회장), 이성구 목사(한목협 정책위원장)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 옥한흠 목사·한목협)는 15일 프레스센터에서 정치와 한국교회의 바람직한 관계와 방향이란 주제로 제9차 열린 대화마당을 개최했다. 왼쪽부터 손인웅 목사(한목협 상임회장), 김원배 목사(한목협 상임총무), 전병금 목사(한목협 상임회장), 이성구 목사(한목협 정책위원장) ⓒ 박지훈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 옥한흠 목사·한목협)가 2007 대선에서 보수 정당, 특히 기독인 대통령을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올바른 방향 설정이 없는 무조건적인 지지는 기독교의 위상과 세를 감소하는 역효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한목협이 15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정치와 한국교회의 바람직한 관계와 방향' 대화마당에서 참석자와 토론자들은 발언을 통해 "차기 대통령으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적합하다"는 지지 의사를 은연 중에 표현했다.

또한 "기독교인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자체 여론조사에 대한 공론화를 당부하기도 했다.

앞서 한목협은 지난 4~13일까지 <국민일보>와 공동으로 '교회와 정치관계에 관한 한국교회 성도들의 의식조사’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64.7%는 '대통령 후보의 종교가 중요한 판단요인이 된다'고 응답해 입후보자들의 종교가 향후 대선에서 중요한 선택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교회 입장 대변하는 인물 대통령 되길 바래"

a 아름다운 재단 이사장 박상증 목사가 한목협 대화마당에서 토론자들의 말을 들으며 심각한 표정으로 턱을 괴고 있다.

아름다운 재단 이사장 박상증 목사가 한목협 대화마당에서 토론자들의 말을 들으며 심각한 표정으로 턱을 괴고 있다. ⓒ 박지훈

한목협 상임회장 손인웅 목사는 "올해 대선에서 사학법과 사회복지사업법에 맞서는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정당에 교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며 "목회자들은 교인들이 지혜롭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현 상황에서 사학법과 사회복지사업법에 가장 큰 반대 목소리를 내는 정당은 한나라당임을 감안할 때, 한목협이 이번 대선에서 어떤 정당에 힘을 실어줄 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목협 관계자는 이번 설문조사에 대해 "종교적 이유에 의한 선택은 선거 후보자의 종교가 중요한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됐던 만큼 가급적 교회 입장을 대변하며 기독교 정신에 합당하게 공직을 수행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대화마당이 정치 행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명절에 가족끼리 모여 이번 설문조사와 대화마당에 대해 많은 공론화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이번 대화마당이 한목협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세몰이(?)를 일으키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둔 말이다.

기독민주복지당 대표 최수환 장로(새문안교회)는 "역사적으로 최종 대선 후보 두 사람 중 일반적으로 크리스찬 후보가 대통령으로 뽑혔다, 국회의원 세 사람 중 한 사람은 기독인이며 국민 넷 중 한 사람도 역시 크리스찬이다"라며 "한국은 어떻게 보면 기독교 국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반적 한국 정치 상황을 살펴볼 때 지도자는 기독인이 되는게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원순 변호사, 원론적 발제만... "여기서 무슨 말 하겠나"

a 희망제작소 박원순 변호사. 박 변호사는 한목협 대화마당에서 주제 발제에 나섰지만 원론적인 발제에 그쳤다.

희망제작소 박원순 변호사. 박 변호사는 한목협 대화마당에서 주제 발제에 나섰지만 원론적인 발제에 그쳤다. ⓒ 박지훈

이런 노골적인 특정 정당, 특정 후보 지지 발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이들도 있었다.

아름다운 재단 이사장 박상증 목사는 "요즘 한국사회는 출애굽 시대를 보는 듯 하다, 자유를 위해 지도자(대통령 및 여권)를 따라 나섰는데 앞이 안 보이니 애굽(한나라당)으로 돌아가자고 외치는 이스라엘 백성과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교회는 방황하는 지도자에게 신뢰 회복의 길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심판의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박 목사는 이어 "백성들이 마음 깊은 곳에서 던지는 질문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면서 묻지도 않는 질문에 답변하는게 한국교회 실태"라고 꼬집었다.

원주시기독교연합회 회장 서재일 목사도 "특정 정당과 연합해 기독교인 대통령 창출하자는 것은 과거로 돌아가는 일"이라며 "통렬한 회개 없이 과거로 돌아간다면 기독교에 몸담고 있는 젊은이들은 개신교를 떠날 것이다, 교회는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고 대선에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열린대화마당 주제발제에 나선 박원순 변호사(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교회와 정치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 ▲보편적 가치와 철학의 기초 ▲공공 이익과 공동체 발전의 기준 ▲초정파적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발제가 끝나고 "너무 원론적인 발제가 아니었느냐"라는 기자들 질문에 박 변호사는 "여기서 무슨 할 얘기가 있겠느냐"고 답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에큐메니안(www.ecumenian.com)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에큐메니안(www.ecumenian.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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