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쉬는 명절 일하는 보람 더커요"

대형유통매장 주차아르바이트 이선영씨

등록 2007.02.17 14:45수정 2007.02.1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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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아르바이트면 어때요? 눈높이를 한단계 낮추면 됩니다."


인터뷰요청을 하자 수줍어 하면서도 자신만의 아르바이트 철학을 다부지게 얘기하고 있는 이선영씨.
인터뷰요청을 하자 수줍어 하면서도 자신만의 아르바이트 철학을 다부지게 얘기하고 있는 이선영씨.안영건
"하루 10시간을 뛰어다니다 보면 목도 아프고 배도 아프지만 주차공간이 생길때마다 안내하고 여성운전자의 경우 주차때 오른쪽! 왼쪽! 하면서 안전하게 쏘옥~하고 주차가 잘되면 왠지 기분이 좋습니다."

설을 하루 앞둔 17일, 한 대형유통매장 주차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이선영(20)씨의 말이다.

3개월차라는 이선영씨는 구정인데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요즘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잖아요. 근데 사람들은 너무 높은 곳만 바라보고 있어 청년실업자가 는다는 소식을 접하면 안타까워요"라며 "남의 돈을 벌기가 그리 쉬운것 아니잖아요"라고 현 세태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했다.

"고객들과 마주치기 때문에 항상 청결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긍정적 마인드와 서비스정신으로 임한다고 생각하면 그리 힘들지 않습니다"라고 아르바이트 3개월차의 경륜(?)을 얘기한다.

이날 한시간동안 주차장 내 차 안에서 지켜보다 계속 뛰어다니며 주차공간이 확보됐는지 알아보고 '헉헉'대는 모습을 보고 한 시대를 같이 공유하며 살고 있는 같은 시민으로서 차에서 내려 애로점이 없는지에 대해 인터뷰를 시도했다.


이선영씨는 사실 내성적이어서 쉽게 얼굴이 빨개지고 아르바이트를 잘 할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단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회경험에도 도움이 되고 집안에도 도움을 줄수 있는 길을 찾다가 대형마트 아르바이트를 찾았다고..

"평일에는 그다지 힘들지 않은데 주말에 한 시간에 차가 200~300대 밀려드는데 10시간 동안 일을 하다보면 목 아프고, 다리 아프고, 거기다가 가끔 욕까지 먹는다면 배부르죠"라며 "첨에는 너무 힘들고 욕먹고 그러면 울고했는데 지금은 그나마 적응되었답니다"고 당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날도 자신의 차가 먼저 왔는데 왜 다른 차가 먼저 주차하냐며 화를 내는 운전자를 볼 수 있었다. 주로 "자리 없는데 왜 이리로 안내했느냐"는 고객분들이 많은데 안내해준 방향으로 안 간 다른 운전자가 먼저 주차할 경우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한다고.

언제 쉬냐는 질문에 "주말에는 더욱 바쁘니까 대부분 주중에 쉬게 되는데 한 주에는 5일, 다음 주에는 6일 근무 이런 식으로 쉰다"며 "계속 서있다 쉬는 시간의 소중함을 오히려 배우게 되었다"고 말을 이었다.

"주차 알바하고 세수하면 물이 시커멓게 되고 목도 답답하지만 하루하루 뭔가를 해냈다는 맘에 발 쭉 뻗고 잡니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특히 구정휴일이어서 정신없지만 나름대로 우리나라 최대명절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귀띔한다.

고객이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계속 뛰어다니는 모습. 젊을때 고생은 사서 한다는 옛말이 떠올랐다.
고객이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계속 뛰어다니는 모습. 젊을때 고생은 사서 한다는 옛말이 떠올랐다.안영건

처음엔 서먹서먹했던 아르바이트원들과도 이젠 친해져 쉬는 시간에 재미있는 얘기도 주고받고 언니들과 따뜻한 커피 한잔 마시면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이선영씨는 인터뷰 도중 수줍어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고 있었지만 "걱정 안하셔도 되요. 보통 제나이 또래들이 대부분 일하고 있고, 내성적인건 성격적인 문제는 자신이 하기 나름인것 같아요"라는 말로 안도시켜 젊은나이에 성숙된 가치관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년실업이 늘고 있다는 보도보다는 "뭐든지 해보고 돈도 자신의 힘으로 벌어보았으면 해요"라며 "전국의 청년여러분 모두 힘내세요"라고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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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지에서 사회부 기자로만 17년 근무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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