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를 위해 아내가 만든 이바지 음식

인삼 튀김이 눈처럼 보송보송 하여야 시집가서 잘 산다

등록 2007.02.23 13:39수정 2007.02.23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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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조카와 아내, 그리고 아이들.

조카와 아내, 그리고 아이들. ⓒ 전병윤

설날 며칠 전날 일요일(11일). 큰 누님의 큰 딸, 나에게는 큰 조카가 결혼식을 올렸다. 큰 누님께서는 설날 며칠 전이고, 첫 딸을 결혼시켜서인지 정신이 없었고 무척 바빴다.


결혼식 당일, 누님은 아내에게 부탁을 하였다.

"올케야, 애들이 신혼여행을 갔다 오면 이바지 음식을 시가에 보내야 하는데 전문 음식점에 시키기도 시간이 없고, 내가 하기엔 너무 바쁘고, 솜씨도 그렇고, 그래서 미안하고 어렵지만 너에게 부탁을 좀 하자구나."

그 순간 아내는 당황하였다고 하였다. 평소에 집안의 장손 며느리로 제사 음식은 많이 해 보았지만, 과연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앞섰다고 한다. 이바지 음식은 맛도 맛이지만 많은 시간과 모양, 그리고 모든 것이 예뻐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바쁜 누님을 대신하여 쾌히 승낙을 하였다고 한다.

누님에게 부탁을 받은 그날 저녁, 아내는 인터넷에서 이바지 전문음식점에서 하는 방법과 모양을 보고, 그림을 복사하고, 그곳에서 필요한 품목을 공책에 정리하여 다음날 장을 보았다. 대형할인점에 가서는 큰 문어나 전복, 그리고 새우가 없어서 울산 바다가 근처 수산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 가지고 왔다.

그날 저녁에 우리 가족은 아내를 도와서 이바지 음식을 준비하였다. 아이들은 채소를 다듬고 난 문어와 새우를 벗기고 삶고, 아내는 장만한 음식을 하나하나 굽고 볶고 튀기기 시작하였다.


a 아내의 이바지 음식

아내의 이바지 음식 ⓒ 전병윤

a 아내의 이바지 음식 전복과 새우

아내의 이바지 음식 전복과 새우 ⓒ 전병윤

정말 제사 음식을 만들 때와는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드는 것 같았다. 계란 노른자와 흰자를 일일이 분리하고, 버섯을 구울 때는 프라이팬 위에 한 알씩 올려서 눌어붙지 않게 하였다. 오징어에 칼집을 넣을 때도 가로세로 모양이 똑같게 하였고, 새우등에 이물질이 들어 있다며 이쑤시개로 파냈다.

a 인삼튀김 뿌리의 모양이 눈꽃처럼 보송 해야 조카가 잘 산다며 아내는 정성을 다하였다

인삼튀김 뿌리의 모양이 눈꽃처럼 보송 해야 조카가 잘 산다며 아내는 정성을 다하였다 ⓒ 전병윤

그리고 인삼을 튀길 때에는 튀기는 꼬리 부분의 모습이 눈처럼 아름답게 만들어져야 시집가는 조카가 잘 산다면서 기름의 온도를 몇 번이나 손으로 만져 보다가 손에 물집이 생기고, 몇 번의 실패 끝에 정말 신기한 인삼 튀김을 만들어내었다.


장을 본 저녁 날부터 만들기 시작한 음식은 다음날 저녁에 다 만들었다. 아내가 만든 음식을 누님께 가져갔더니만 깜짝 놀라셨다.

예쁘게 만든 모습에도 놀라셨고, 모든 재료의 비용이 너무 저렴한 것에 대해 서도 놀라시면서 수고 많았다면서 아내의 손을 잡아 주셨다.

a 아내의 이바지 음식

아내의 이바지 음식 ⓒ 전병윤

a 아내의 이바지 음식

아내의 이바지 음식 ⓒ 전병윤

덧붙이는 글 | 아내는 이바지 전문음식점에서의 가격보다도 반의 가격으로 음식을 만들었지만 크기나 모양이 더 아름다웠습니다.

덧붙이는 글 아내는 이바지 전문음식점에서의 가격보다도 반의 가격으로 음식을 만들었지만 크기나 모양이 더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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