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올 수 없는 사막, 타클라마칸을 지나다

[생뚱맞은 과학선생의 실크로드 여행 13] 투루판

등록 2007.03.08 15:57수정 2007.03.09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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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황에서 투루판으로 가는 길은 항공편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여행자들이 기차를 탄다. 그러나 돈황에는 기차역이 없어 버스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유원(柳圓)역으로 가야 한다.

돌아올 수 없는 사막, 타클라마칸


이제부터 타클라마칸 사막을 지난다. 타클라마칸 사막은 한반도 넓이의 1.5배가 넘는 37만㎢의 면적으로 위구르어로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브루노 바우만이 스벤 헤딘의 여정을 그대로 체험하고 쓴 <돌아올 수 없는 사막, 타클라마칸>이란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버스로 2시간을 달리는 동안 산자락은커녕 구릉 하나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것은 하늘과 자갈뿐이다. 아스팔트 도로 위를 모래가 기어 다닌다. 이곳은 모래가 바람에 밀려 이동하기 때문에 예로부터 교통의 큰 장애가 되었다. 이런 길을 낙타로 오갈 때, 그 공포감은 오죽했을까.

이 사막의 험로에 대해 <삼장법사전>에는 다음과 같이 전한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보아도 인적은 물론 하늘을 나는 날짐승도 없는 망망한 천지가 벌어지고 있을 뿐이다. 밤에는 요괴의 불이 별처럼 휘황하고 낮에는 죽음의 바람이 모래를 휘몰아와 소나기처럼 퍼부었다. 이런 일이 일어나도 두려운 줄 몰랐다.

다만 물이 없어 심한 갈증 때문에 걸을 수조차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5일 동안 물 한 방울 먹지 못하여 입과 배가 말라붙고 당장 숨이 끊어질 것 같아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었다. 여윈 말에 몸을 신고 가다 모래위에 엎드려 관음을 염한 덕에 겨우 살아남았다."


지금도 이곳은 신기루가 곧잘 나타나는 지역이다. 지평선 끝으로 오아시스가 펼쳐지면 기갈이 들린 대상들은 미친 듯이 낙타를 몰았을 것이다. 기차로 휙휙 지나가는 오늘날 나그네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다.


신기루[蜃氣樓, mirage] 가 일어나는 까닭


뜨거운 여름 자동차를 타고 가다 보면 아스팔트 위에 물웅덩이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신기루 현상은 빛의 굴절 때문이다.

아스팔트가 햇빛을 받아 뜨거워지면 그 주위의 공기 역시 위의 공기에 비해 뜨거워진다. 뜨거운 공기는 차가운 공기에 비해 밀도가 낮은데 이러한 밀도차이에 의해 빛이 굴절한다.


위의 그림에서와 같이 지면에 있는 공기로 빛이 들어오면 올수록 그 빛은 위쪽으로 휘게 되어 반대편 물체(그림에서 파란색의 하늘)가 지면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즉 이것이 사막의 오아시스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a 이 사막의 험로에 대해 현장은 "아무리 주위를 둘러보아도 인적은 물론 하늘을 나는 날짐승도 없는 망망한 천지가 벌어지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 사막의 험로에 대해 현장은 "아무리 주위를 둘러보아도 인적은 물론 하늘을 나는 날짐승도 없는 망망한 천지가 벌어지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 조수영


a 돈황에서 투루판으로 가는 길은 열차를 타야 한다. 유원역은 돈황에서 가까운 이유로 돈황의 역이 되었다.

돈황에서 투루판으로 가는 길은 열차를 타야 한다. 유원역은 돈황에서 가까운 이유로 돈황의 역이 되었다. ⓒ 조수영

서쪽으로 서쪽으로... 천산북로를 지나다

1950년 러시아 자본으로 세워진 유원역은 돈황에서 가깝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돈황의 역이 되었다. 1970년대만 해도 유원역은 티베트의 라사로 통하는 주요 교통로였다. 인구는 6천명이며 철도 노동자가 대부분이다. 유원에 가까워질수록 검은 산은 더 가까워 보이고 땅의 색도 검게 나타났다. 이렇게 천지가 검은 것은 이 곳이 중국 내의 최대 석유산지이기 때문이다.

유원역에서도 X-ray 검사대를 통과하여 대합실로 들어갔다. 기차편명이 LED를 통해 빽빽하게 소개되는데 꼭 공항 같은 기분이다. 4인 1실의 침대칸 루안워를 탔다. 열차가 가는 방향은 계속 서쪽이다. 따라서 뉘엿뉘엿 지는 석양을 오랜 동안 감상할 수 있다.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검고 누런 황무지가 끝없이 펼쳐지고 있다. 실크로드 중에서 천산북로(天山北路)를 가고 있는 셈이다.

저녁 9시 반에 돈황을 출발한 기차는 밤새 서쪽으로 서쪽으로 달려 다음날 새벽 6시 30분 투루판역에 도착했다. 우루무치까지 가는 열차라 중간에 내리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더니 역무원이 30분이나 정차하니 걱정하지 말라 한다.

이른 새벽인데도 역 앞은 열차에서 내린 사람들과 그들을 기다리는 여행사 직원과 차들로 복잡하다.

a 돈황을 출발한 열차는 서쪽으로 달려 다음날 새벽 투루판역에 도착했다.

돈황을 출발한 열차는 서쪽으로 달려 다음날 새벽 투루판역에 도착했다. ⓒ 조수영


a 새벽이지만 역 앞은 열차에서 내린 사람들과 그들을 기다리는 여행사 직원들로 북적인다.

새벽이지만 역 앞은 열차에서 내린 사람들과 그들을 기다리는 여행사 직원들로 북적인다. ⓒ 조수영

아시아의 우물, 투루판(한자어로 吐魯番)

투루판은 위구르어로 '파인 땅', '분지'란 뜻이다. 사방이 높은 산들로 에워싸인 동서 120㎞, 남북 60㎞의 타림분지 속 분지 오아시스다. 지각변동으로 주변의 천산산맥이 융기했을 때 부분적으로 함몰하여 투루판분지가 생긴 것이다.

시내에서 50km떨어져 있는 해발 800m의 기차역에서 시내 호텔에 이르는 길은 내내 내리막길을 가는 기분이다. 투루판 중심부가 해면보다 60m나 낮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투루판의 총면적 5만㎢ 중에서 80%인 4만㎢가 해면보다 낮다.

가장 낮은 곳은 한가운데의 아이딩호(艾丁湖)인데, 수면이 해발 -154m로 지구상에서 가장 낮은 사해(-395m) 다음으로 낮은 지역이다. 예로부터 이곳은 '아시아의 우물'이라 불리었다.

강우량도 16.6㎜밖에 되지 않고(우리나라 평균 강우량은 1400㎜이다), 평균 기온이 여름은 45℃의 혹서, 겨울은 영하 20℃의 혹한이라는 가혹한 기후조건이다. 특히 여름철의 체감온도가 60℃에 달해서 살인적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은 아주 작은 바람이라도 불어오는 것을 차단할 뿐만 아니라, 고도마저 낮으니 태양열이 주위로 발산되지 않는 것이다.

위구르인들은 투루판을 가리켜 최열, 최저, 최조, 최감의 도시라고 설명한다. 기온이 땅 위에 놓은 계란이 익어버릴 정도라 최열이고, 지면이 해면보다 낮아 최저이고, 건조해서 최조이지만, 일교차가 크고 햇빛이 강해 포도의 단맛이 뛰어나서 최감인 것이다.

a 시내 곳곳에 있는 포도넝쿨은 뜨거운 햇빛을 막아주고 있다.

시내 곳곳에 있는 포도넝쿨은 뜨거운 햇빛을 막아주고 있다. ⓒ 조수영


a 투루판의 포도는 통풍이 잘되는 집을 지어 말리고 있었다.

투루판의 포도는 통풍이 잘되는 집을 지어 말리고 있었다. ⓒ 조수영

이러한 기후적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예로부터 북서쪽은 우루무치, 남서쪽은 카슈가르, 남동쪽은 감숙성으로 연결되는 교통의 요지로 발전하였다.

도시의 북서쪽에 있는 야르호토에는 차사국의 교하성이 있었고, 남동쪽의 카라호토에는 고창국의 수도였던 고창성이 지어졌다. 그 때문에 청대 이전까지는 분지 전체를 고창 또는 호토라고 불렀다. 오늘날 50만 인구 중에서 위구르족과 회족, 한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달빛 아래서 빛을 낸다는 야광잔

돈황과 투루판 근처에는 어렵지 않게 야광잔을 파는 상점을 볼 수 있었다. 기련산맥에서 나는 야광옥은 순수 수작업으로 다양한 모양으로 가공되고 있다. 야광이라고 하지만 스스로 빛을 내는 것은 아니고, 이 잔에 포도주를 따라 달빛에 비추면 곳곳에 있는 반투명한 부분이 비치는 것이다.

당나라 시인 왕한(王翰)은 야광잔으로 마시는 포도주와 변방의 군인을 생각하며 시를 지었다.

葡萄美酒夜光杯
欲飮琵琶馬上在催
酒臥沙場君莫笑
古來征戰幾人回

감미로운 포도주를 야광잔에 담아
마시려는데 말 위의 비파는 재촉하네
취하여 모래밭에 누웠다고 웃지 마시오
예로부터 전쟁에 나간 사람이 몇이나 돌아왔는가


a (왼쪽)야광잔에 포도주를 따라 달빛에 비추면 빛을 낸다고 한다. (오른쪽) 야광잔은 순수 수작업으로 만들어 진다.

(왼쪽)야광잔에 포도주를 따라 달빛에 비추면 빛을 낸다고 한다. (오른쪽) 야광잔은 순수 수작업으로 만들어 진다. ⓒ 조수영


a (왼쪽) 낙타발 요리. 낙타의 발에는 관절이 3개나 있어 관절염에 좋다고 한다. 그러나 고기는 무지 질기다. (오른쪽) 당나귀고기 요리. 퍽퍽한 살코기 맛이다.

(왼쪽) 낙타발 요리. 낙타의 발에는 관절이 3개나 있어 관절염에 좋다고 한다. 그러나 고기는 무지 질기다. (오른쪽) 당나귀고기 요리. 퍽퍽한 살코기 맛이다. ⓒ 조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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