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독선 물리칠 새 기 불어넣어 주소서

[지역언론 별곡-174] 마이산의 봄기운

등록 2007.02.25 15:34수정 2007.02.2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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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전주와 진안을 잇는 국도에서 쉽게 바라볼 수 있는 마이산 전경.

전주와 진안을 잇는 국도에서 쉽게 바라볼 수 있는 마이산 전경. ⓒ 박주현


a 마이산 북쪽 입구 계단을 오르다 보면 마이산의 명물 '숏다리 말 약수터'가 눈에 띈다.

마이산 북쪽 입구 계단을 오르다 보면 마이산의 명물 '숏다리 말 약수터'가 눈에 띈다. ⓒ 박주현

천겁만겁의 시간을 뚫고 온갖 인연을 만들어 냈을 마이산. 언제 보아도 한결같다. 잘 알다시피 동쪽을 숫마이산, 서쪽을 암마이산이라고 부르는 이곳은 전국에서 기가 세기로 유명한 산이다.

@BRI@진안군 진안읍 남쪽 약 3㎞ 지점에 있는 두 봉으로 된 마이산엔 봄의 정취와 힘센 기를 만끽하려는 등산객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오늘(25일)은 마치 참여정부가 출범 4년을 맞는 날이다. 임기가 1년 더 남았지만 4년은 정권의 공과를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기간이다.

그러나 언론에 비친 참여정권의 평가는 절망적이다. 논평들에서 묻어난다. 대통령의 당적정리로 인해 여당이 사라지는 현실이 도래함으로써 남은 1년 동안의 국정이 제대로 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무엇보다 크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민연금 개혁, 사법개혁, 부동산 입법 등 국가 장래와 관련된 국정과제가 산적해 있다. 초당적 국정운영과 초당적 협력이 절실한 국면이다. 그럼에도 갈등과 분열은 쉽게 봉합되지 않을 기미다.

참여정부 4년 평가, 왜 이리 초라한가?

a 주차장에 들어서면 마주 보이는 숫마이봉.

주차장에 들어서면 마주 보이는 숫마이봉. ⓒ 박주현


a 풍화작용 때문에 곳곳이 파인 암마이봉. 지금은 등산로가 폐쇄돼 있다.

풍화작용 때문에 곳곳이 파인 암마이봉. 지금은 등산로가 폐쇄돼 있다. ⓒ 박주현

마이산 은수사 주지스님 말마따나 기가 허해진 탓일까. "기가 허하면 오만과 독선에 가득 찰 수 있다"는 뼈 있는 말에 공감이 간다.


각종 여론조사가 보여주듯 참여정부의 종합평가는 낙제점에 가까울 정도로 부정적이다. 참여정부를 비판하는 것에도 지쳐 대화 중 입에 올릴 경우 벌칙을 부여하는 게임까지 시중에 나도는 것은 민심의 소재를 보여주는 단면일 것이다.

특권과 반칙의 역사를 해체한다며 코드와 로드맵을 쏟아냈으나 결과는 그리 썩 좋지 않다. 오히려 갈등과 반목이 지배하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참여정부가 남은 1년 동안 해야 할 일도 분명해진다.


그런가 하면 연초 각종 여론조사에서 유력한 대선주자로 지목됐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도덕성과 관련된 의혹이 증폭되고 있음은 예사롭지 않다. 정인봉 변호사의 폭로에 이어 '15대 총선 선거법 위반 재판 당시 이전시장 측이 거액을 주면서 위증을 교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던 김유찬씨는 다시 기자회견을 갖고 관련 자료들을 제시했다.

이 전시장과 한나라당 꼴이 우습게 됐다. 모두가 사실이라면 하나같이 파렴치한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직접 해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비등함에도 웃음으로 대신하고 있으니 이 또한 기가 허약해진 때문일까.

이를 바라보는 언론은 또 어떠한가. 보수언론들은 '허무맹랑한 의혹', '무모한 충성분자의 돌출행동', '제 살 뜯기 식 공방', '일탈과 자해행위'라며 두둔하거나 침묵하고 있다. 일부 진보신문과 지역신문들만이 이 전시장의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며 입장을 함께할 뿐이다.

대장놀이에 길들인 지역 언론, 좌고우면

a 마이산 은수사 주변엔 '변산바람꽃'들이 봄 소식을 가장 빨리 전하고 있었다.

마이산 은수사 주변엔 '변산바람꽃'들이 봄 소식을 가장 빨리 전하고 있었다. ⓒ 박주현

그런가 하면 일부 지역 언론사들과 종사들의 부도덕성이 도마에 올라 연초부터 부끄럽다. 외롭고 힘든 정도의 길을 마다않는 언론사들이 있는 반면 아직도 권력과 금력에 좌고우면하는 언론사와 종사들은 기가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진 느낌이다.

광주와 대전지역에선 촌지수수와 공짜해외취재 등으로 빈축을 샀다. 또 전남지역에선 기자가 공무원폭행 시비로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또 전북지역에선 기자가 기자들 간 대화내용을 녹취해 취재 외 수단으로 이용해 출입정지를 당하는 등의 크고 작은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경남지역에선 합천군의 일해공원 명칭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음에도 상관조정기능을 끝내 외면하는 지역 언론사들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모두 지역언론에 대한 불신의 골을 키우는 요인들이다.

대장놀이에 길들인 언론들은 참여정부 내내 관행과 유혹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일까. 오늘따라 마이산을 찾는 이들의 주된 담론은 정치인과 언론에 집중돼 따갑게 들려온다.

동북공정 논란과 함께 최근 '이성계는 고려계 몽골군벌이었다'는 한 대학교수의 조선개국사 재검토 주장이 제기된 때문인지 여느 때보다 등산객이 많아 보인다. 마이산이 조선을 개국한 이성계와 인연이 깊은 산이기 때문일 것이다.

고려 우왕 6년(1380년), 이성계는 남원 운봉 황산에서 왜구를 무찌르고 개선 길에 마이산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꿈에 신에게서 금척을 받은 장소가 바로 마이산이기 때문이다. 조선개국을 정당화하고자 한 노력으로 볼 수 있겠지만 지금도 마이산 은수사 절간엔 낯익은 일월오봉도가 선명하게 눈에 띤다.

분열과 갈등은 기가 모두 허해진 탓?

a 은수사 절 주변에 그려진 마이산을 형상화 한 일월오봉도

은수사 절 주변에 그려진 마이산을 형상화 한 일월오봉도 ⓒ 박주현


a 은수사 절 앞의 풍천약수터는 섬진강의 발원지라고 한다.

은수사 절 앞의 풍천약수터는 섬진강의 발원지라고 한다. ⓒ 박주현

마이산 은수사를 지키고 있는 한 노승은 "마이산을 형상화한 그림"이라며 "그저 임금의 통치권을 나타낸다는 평범한 해석에 불과한 그림 같지만 해와 달은 왕과 왕비, 5개의 봉우리는 5악(五嶽), 동심반원형 물결무늬는 바다의 파도를 의미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만백성을 다스리는 통치권을 상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자뭇 짐작이 간다는 듯이 등산객들은 고개를 끄덕거린다. 이처럼 마이산에는 조선왕조 창업과 관련해 이성계의 자취가 짙게 남아 있다. 한 마디로 기가 센 곳이다. 이 때문인지 마이산의 석탑들도 금척의 조형물로 쌓은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일월오봉도의 해와 달은 마이산의 암마이봉과 숫마이봉을, 5개의 봉우리는 석탑군 중 5개의 원추형 석탑들을, 45개에 달하는 동심반원형 무늬는 줄줄이 서 있는 외줄탑들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하는 절 관계자들의 주장이 그럴듯하다.

이성계가 꿈속에서 금척을 받고 나라 이름을 단군과 같이 조선으로 했던 것은 단군의 맥을 이어 이 땅에 천부도(天符都)를 건설하려 했던 의도의 소산이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무게를 더 한다.

탑사 위쪽 은수사를 굽어보고 있는 수마이봉은 이목구비 뚜렷한 미륵불을 마주하는 것 같다. 이처럼 은수사에는 이성계가 꿈속에서 왕조창업의 계시를 받았다는 몽금척에 얽힌 이야기가 전한다.

은수사는 청실배나무와 거꾸리 고드름으로도 유명하다. 겨울철 사발에 물을 담아 은수사 주변에 두면 고드름이 치솟는데 고드름 크기가 한 뼘이 넘는 것도 있다. 바로 옆에는 '섬진강 발원지'라는 푯말이 눈에 띈다. 과학으로 증명된 것은 없지만 이 지역 공기흐름과 관계있을 것이란 추측이다.

독선과 오만을 두 귀에 모두 담을 수 있다면

a 언제 보아도 정교한 마이산 석탑.

언제 보아도 정교한 마이산 석탑. ⓒ 박주현


a 마치 코끼리를 닮은 듯한 숫마이봉.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형상으로 바뀐다.

마치 코끼리를 닮은 듯한 숫마이봉.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형상으로 바뀐다. ⓒ 박주현

운이 좋아야 절 주변 사발에 언 거꾸리 고드름을 볼 수 있다고 절 관계자는 말한다. 스님 나름대로 정리한 거꾸리 고드름 생성원리와 함께 이성계와 마이산에 얽힌 얘기를 듣는 것도 재미있거니와 기가 허약한 사람들은 기를 많이 받아가라고 말하는 스님의 말에 발길이 머문다. 등산객들마다 이곳을 지나가면서 호흡을 길게 들이쉬느라 바쁘다.

마이산에는 돌탑들만 있는 게 아니다. 숫마이봉과 암마이봉 사이의 448층 계단을 오르면 숫마이봉 중턱의 화암굴에서 약수가 솟는다. 이 약수를 마시는 사람들은 옥동자를 낳는다고 전해지고 있다. 기도 보충된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은 물이 얼어 녹아 흐리지 않아 아쉬웠다.

마이산은 동서로 큰 암수봉우리 두개가 있다. 동편 숫봉우리는 거대한 남성을 닮았다 하여 서다산(西多山)이라는 옛 이름을 지니고 있는데 강한 양기를 품고 있기에 산길이 험준하여 등산을 할 수가 없다. 서편에 있는 암마이봉은 나긋나긋하게 손짓하는 여성처럼 많은 등산객을 맞았지만 지금은 등산로 정비작업 중이서 일부가 폐쇄돼 있다.

그러나 마이산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물은 금강 물줄기를 이루고, 남쪽으로 흐르는 물줄기는 섬진강으로 흐른다. 그 흐름이 반원을 그리고 있어 마이산은 금강과 섬진강의 분수령이 되고 있으며 두 강의 물줄기는 마이산을 중심으로 태극을 이루고 있다.

신라시대에는 서다산, 고려시대에는 용출산, 이태조가 등극하기 전에는 속금산이라 불렸다가 태종이 진안읍 성묘산에 제를 올리다 바라보니 말의 두 귀와 같아서 마이산으로 바꾸어 부르기 시작했다.

그 귀에 참여정부 4년 동안의 온갖 독선과 오만을 모두 담아버릴 수만 있다면. 독선과 오만에 지친 모든 사람들의 허한 기 대신에 새로운 기를 불어넣어 주소서라고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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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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