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불 콤비'...만화계 새바람 예상

첫작품 도해·앙주 <용의 기사> 출간...변병준, 최규석, 변기현 등 준비중

등록 2007.02.27 11:09수정 2007.02.27 11:54
0
원고료로 응원
최초의 한불 합작 만화 <용의 기사>의 표지와 내지
최초의 한불 합작 만화 <용의 기사>의 표지와 내지솔레이

‘프랑스가 쓰고, 한국이 그린다’.

<천상천제전>, <낭인도> 등으로 잘 알려진 임석남 작가(필명 도해)는 최근 프랑스의 부부 작가인 앙주(안느와 제라르)와 함께 작품을 냈다. 이른바 최초의 한불 합작 만화인 <용의 기사>(Chevaliers Dragons)가 솔레이 출판사를 통해 프랑스 내 출판된 것.


솔레이 ‘퓨전’ 시리즈의 첫 시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베이’라는 용의 마력으로 어린이들과 처녀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괴물처럼 변해가는 상황, 주인공 ‘아에린’이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용의 기사였던 돌아가신 할머니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홀로 용에 맞서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작품의 시나리오를 담당한 앙주는 수많은 히트작을 낸 프랑스의 대표 작가. <잃어버린 천국>, <보이지 않는 학교>, <벨라돈느> 등이 이들에게서 탄생했다. 이번 작품은 그들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용의 기사들의 공적>의 외전인 동시에 독립된 작품이다.

이번 <용의 기사> 출시를 시작으로 만화계에는 한불 합작 새바람이 불게 될 것이라는 업계의 분석이다. 이번 작업을 중개한 오렌지에이전시의 박정연 대표는 “프랑스 등 주요 출판사한국 작가들의 뛰어난 역량에 주목하고 있다”고 합작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 만화의 그림 퀄리티를 굉장히 높게 사고 있다는 것. 실제로 “<용의 기사>도 솔레이의 총편집장인 장 와케의 제안으로 2년 전 시작됐다”고 박 대표는 덧붙였다.

유럽인의 입맛에 맞춰 올컬러로 제작됐지만 <용의 기사>는 유럽 만화 편집인과 독자들의 눈에 매우 색다른 느낌을 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지에서는 이러한 시도에 따로 ‘메티세’(metissé)라는 명칭을 붙이기도 했다. 프랑스어로 ‘혼혈’이라는 뜻이다.

앙주는 “아시아 흑백만화의 특성을 고려, 가능한 대로 페이지당 칸수를 줄이려 했다”면서 “이번 앨범의 가치는 무엇보다 임 작가의 섬세한 데생에 있다”고 밝혀 임 작가의 그림에 대한 높은 평가를 드러내고 있다.


이번 작품으로 ‘한불합작 만화 1호’의 주인공이 된 임석남 작가는 “밀도 높은 시나리오에 보다 밀도 높은 연출로 색다른 경험을 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러한 합작 움직임은 수년 전부터 있어왔으며,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용의 기사>에 이어 임 작가와 앙주의 차기작인 <잃어버린 천국>이 제작될 예정이며, 불어권 3대 출판사로 손꼽히는 벨기에의 카나에서는 변병준, 최규석, 변기현 등과 이미 합작을 한창 진행중에 있다.


변병준은 모파상의 단편 <첫눈>을 원작으로 한 슬픈 사랑이야기를, 최규석은 <좋은 기억만…>(가제)이라는 제목으로 새로운 한불 판타지를 선보일 계획이다. 변기현은 우리나라의 군대 이야기를 소재로 한 <고양이 대학살>(가제)을 별도 시나리오 작가 없이 혼자서 작업한다. 카나는 이밖에도 국내 대학 만화학과에 직접 접촉, 신인 발굴의 의지를 드러내 눈길을 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프랑스 글, 우리나라 그림이라는 조합은 문화 차로 인해 하나의 스토리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따를 것”이지만 “서로 다른 문화권이 함께 작업한다는 의미에서 문화적인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독특하면서도 뛰어난 그림 실력을 1차 인정받았으니 이를 비즈니스적으로 한층 발전시킨다면 산업적 확산에도 일조할 것이라는 분석이 따르고 있다. 실제로 한국 작가들의 실력에 주목하는 프랑스 내 주요 출판사들은 근래 3~4년 사이 한국 작가들의 이른바 오리지널 작품 시리즈를 펴내기도 했는데 카스터만의 ‘한국’, 솔레이의 ‘고차원’, 씨베데의 ‘도깨비’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박정연 대표는 “<용의 기사>는 프랑스 출간과 동시에 스페인에도 수출을 앞두고 있다”면서 “유럽 만화의 중심인 불어권 마켓이 이웃해 있는 유럽권 시장에의 영향력을 생각했을 때 한불 합작은 국내 작가들이 또 한 번 알려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러한 작업이 변화를 겪고 있는 국내 만화가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임석남 작가는 “다른 작가들도 이러한 기회가 온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며 “비단 일본의 망가 뿐 아니라 여러 권역에서 다양한 형태의 만화를 접하면서 자신의 작품을 변화시킬 수 있는 충분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2. 2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3. 3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4. 4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5. 5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