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중에 플래시 터트려도 된다고?

[재반론] 관람객도 공연 즐기는 '태도'는 갖춰야

등록 2007.02.28 11:01수정 2007.07.03 18:28
0
원고료로 응원
a

ⓒ 김태성

한 판의 공연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 콘셉트를 잡고 무대를 세우고 전체의 흐름을 구성하고 여기에 음향과 조명, 무대와 영상. 특수효과와 장치장식까지….

공연의 규모와 형식에 따라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공연 한 판은 가수와 연출가와 스텝들이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을 때 비로소 막을 올리게 된다.


거기까지의 수고만으로 완성되는 것이라면 공연의 성패와 공과는 고스란히 이들 만든 사람의 몫이다. 하지만 공연은 영화와 달리 이제까지의 수고를 완성시켜줄 또 하나의 출연자를 필요로 한다. 그것이 바로 관객이다.

영화에서의 관객이 단순한 관람을 강요받는다면 공연에서의 관객은 공연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존재다. 공연이 가수와 무대와 관객이 만드는 것이라는 말은 절대 빈말이 아니다. 같은 레퍼토리, 같은 장소에서의 공연도 관객이 어떠냐에 따라 완성도와 감상의 진폭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구절절 공연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유는 관객의 존재가 이렇게 크고 소중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어서이다. 관객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공연의 질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관객이 관객으로서 제대로 역할하지 못하면 가수가 아무리 노래를 잘해도, 특수효과가 아무리 화려해도 그 공연은 재미가 없다.

공연의 즐거움, '나' 아닌 '우리'가 누리는 것

도대체 공연에서 관객의 역할은 무엇인가? 공연의 한 축으로 음악과 무대를 즐기며 때론 무대보다 뜨겁게 열광하며 전체의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관객은 누구보다 공연에 몰입해(주어)야 하며, 가수보다 열정적으로 노래하고 춤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방신기 콘서트 파문을 이야기했던 궁극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방신기 공연에서 있었던 파문은 관객에 대한 서비스의 문제이며 기획사에게 100% 책임이 있다.

공연이 끝나고도 관객들의 물건을 되돌려주지 못한 기획사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보상이든 배상이든 위로든 사과든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야 한다. 그리고 재차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해야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소중한 관객들에 대한 서비스 문제와 공연의 한 축으로서 관객이 갖추어야 할 태도는 별개다. 관객은 서비스를 받을 권리와 함께 스스로의 즐거움과 주위 관객들의 즐거움을 위해 또, 무대 위 가수들과 그날 공연의 전체를 위해 복무해야할 의무(?)같은 것이 있다는 말이다.

지정된 좌석을 벗어나거나 무대 위로 올라가는 행동은 공연을 해치는 행위로 인식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진을 찍고, 녹음하는 행위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공연에서 어두운 암전효과 뒤에 감동스러운 한 장면을 위해 연출 안을 짜고 몇 번이고 리허설을 하며 준비했던 공연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카메라 플래시에 속수무책으로 까발려질 때는 정말 난망하다.

모쪼록 공연 그 자체를 즐기라고 애원을 해도 캠코더를 뻗쳐놓고 무대를 촬영하고 박수와 호응이 필요할 때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는 관객들은 인간적으로 밉기도 하다.

하지만 '적지 않은 돈을 낸 관객들이 거기에 걸 맞는 서비스'를 받아야 함은 물론이다. 그래서 그 서비스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번 동방신기 기획사 같은 곳에 대한 일벌백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니 재삼 말하지만 끝까지 책임지고 단 한 명의 관객에게도 소홀함 없이 보상하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 좋아하는 마음에', '그 정도는 공연장을 찾은 관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며 배려'라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래, 사진도 마음대로 찍고, 녹음도 마음대로 하고, 음식도 마음대로 가져와 먹을 수도 있고, 힘들면 중간에 왔다 갔다 해도 되고, 어두운 걸 관객들이 싫어 할 수도 있으니 무대는 언제나 밝고 환하게 하고, 공연장이 추운 사람도 있을 테니 담요도 덮고 뜨거운 커피도 마시면서 보는 공연이면 관객들에게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연일까? 그런 공연이 진정 관객들이 원하는 공연일까?

아직도 요원한 관람문화

관객에 대한 서비스와 관객이 갖추어야 할 태도는 전혀 다른 문제다. 동방신기 콘서트 파문으로 제기된 관객에 대한 기획사의 서비스는 고쳐지고, 보완되고, 책임져야 할 문제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이번 파문의 발단인 관객이 공연에 임하는 태도와 자세의 문제 역시 그냥 지나 칠 수 없다

여전히 '사진 몇 장 찍는다고 뭐 대수야' 하는 생각으로 디카와 휴대폰으로 무장하고 공연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공연을 찍어 오겠다는 생각으로 객석에 앉는다면 관람문화, 공연문화의 발전은 요원하다.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적지 않은 공연현장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몇 마디 덧붙이자면 실상은 이렇다.

① 공연장에서 그 가수의 팬클럽과 같은 소위 마니아들은 공연 중에 사진을 찍지 않는다. 가수와 기획사가 협조를 구하면 그들 스스로 공연을 즐기기 위해 그런 행동을 자제하며 또 주위 사람들에게도 찍거나 공연분위기를 헤치지 말기를 권한다.

② 이따금 사진 찍어도 되는 공연을 기획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공연은 연출의 디테일을 포기하는 이벤트 공연 같은 것이다. 공연의 완성도를 위해서는 정해진 콘티와 무대연출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③ 일본과 미국, 유럽도 마찬가지인데 촬영이 금지된 공연장에 들어갈 때는 당연히 가방검사 한다. 미국의 공연장은 검색대도 통과한다. 카메라나 음료수 기타 금지품목이 있으면 보관소에 맡기거나 그 자리에서 처리해야 입장 가능하다. 행여 숨겨가지고 갔다가 공연 중에 촬영하다 걸리면 집채만 한 안전요원에게 들려서 바로 쫓겨난다. 설사 그들이 못 봤더라도 주변 관객들이 엄청나게 항의하고 심지어는 꼰지르기도 한다.

④ 여러분은 혹시 공연 보는데 사진 찍겠다고 플래시 터트리고 이리저리 앵글 잡으려 부산한 관객을 만나면 짜증나지 않는가?
#플래시 #관람객 #공연 #재반론 #콘서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석 앞두고 날아드는 문자, 서글픕니다 추석 앞두고 날아드는 문자, 서글픕니다
  2. 2 "5번이나 울었다... 학생들의 생명을 구하는 영화" "5번이나 울었다... 학생들의 생명을 구하는 영화"
  3. 3 개 안고 나온 윤 대통령 부부에 누리꾼들 '버럭', 왜? 개 안고 나온 윤 대통령 부부에 누리꾼들 '버럭', 왜?
  4. 4 추석 민심 물으니... "김여사가 문제" "경상도 부모님도 돌아서" 추석 민심 물으니... "김여사가 문제" "경상도 부모님도 돌아서"
  5. 5 계급장 떼고 도피한 지휘관, 국군이 저지른 참담한 패전 계급장 떼고 도피한 지휘관, 국군이 저지른 참담한 패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