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대국민 소통 다시 '로그인'

[取중眞담] 임기 4년 '불통' 호소.. '친구'서 '논쟁가'로 변신

등록 2007.02.28 09:42수정 2007.02.28 11:35
0
원고료로 응원
a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4주년을 맞아 2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소속 16개사와 합동인터뷰를 가졌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제가 오늘 좀 욕심을 냈습니다."

회견이 끝난 뒤, 참석기자들에게 악수를 건네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긴 시간 고생하셨다'는 인사말을 전하자 이같이 답이 돌아왔다.

한국인터넷신문협회(회장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주최 '취임 4주년, 노 대통령과의 대화'는 2시간 40분만에 끝이 났다. 예정된 시간을 1시간이나 넘겼다. 사회를 본 김미화씨는 다음 방송스케줄 때문에 클로징 멘트를 앞서 하고는 대통령보다 먼저 자리를 떴다. 청와대측에서도 "최장시간 회견이었다"는 반응이다.

손짓 발짓 다하는 대통령

임기 4년을 평가하는 자리, '불통'을 뚫어보자는 노 대통령의 의지가 관통한 회견이었다. 노 대통령은 메이저 언론에 의해 의제가 왜곡되고 여론이 굴절된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로 인해 국민과 대통령이 단절된다는 것이다.

사회자가 '국민들이 진심을 몰라줘서 섭섭한가'라는 질문에 "참 소통하기 어렵다. 갑갑하다"고 말해 지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이 "친구 같은 대통령"을 공약으로 당선되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소주도 한잔 하면서 손짓발짓 다 하는 부담스럽지 않은 친구"라며 가볍고 조금은 우습게 소통하고 싶었노라 토로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통령은 그러면 안되는구나 싶다"며 "좀 딱딱하게 해야 될 것 같다"고 서두를 꺼냈다.

'대화'는 '논쟁'으로 바뀌었다. 임기 1년을 남긴 노 대통령, 더 이상 눈치 볼 것이 없다는 듯 거침이 없었다. 진보, 보수의 구분을 넘어 국민을 상대로 한 전방위적 전투 모드였다.

개헌 질문이 나오자 "왜 지금 하면 안되느냐"며 참석자들을 상대로 즉석에서 '타운미팅'을 제안했다.

회견장은 순간 싸늘해졌지만 노 대통령은 "언론이 입 다물고, 지지율 높은 정당이 입 다물고… 저의 반대편에서 총대 메는 사람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이 꺼낸 것인데 한번 토론은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 정도 무게는 인정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인정받지 못하는 대통령'의 처지를 드러냈다.

한미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해서도 "FTA가 양극화를 초래하는 근거가 무엇이냐"며 되받았다.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서는 '양도세 부담을 줄여서 주택 매매를 촉진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싼 동네로 이사 가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민생 파탄이라는 지적에는 "언제보다 얼마나 나빠졌는지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고 즉각 반박했다. 노 대통령은 "전문가와 1시간 정도 이런 문제들에 대해 토론하면 고개 끄덕이며 돌아가게 할 자신이 있다"고까지 말했다. "과격한 대통령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참여정부의 복지 정책을 적극 변론했다.

졸병 출신 대통령의 숙명

a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날 회견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된 점이지만, 노 대통령은 구체적인 '사실'을 토대로 '논리'적으로 사안을 '분석'하길 좋아했다. '논쟁'하는 대통령이다.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은 이런 노 대통령의 스타일에 대해 "지식인"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개헌을 꼭 이 정권 내에 할 필요가 없다는 여론이 높지만 노 대통령은 "아주 지지가 낮은 것도 (의제로) 제기해 점차 높여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지만 노 대통령은 "국민들 앞이라도 쓴소리는 하겠다"고 공언했다. "관료나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시대가 아니라 국민에게 직언하는 것이 더 필요한 시대"라는 인식이다. 직언하는 참모가 없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직언을 받아야 할 사람은 왕인데 한국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국민"이라며 "언론이 직언을 안하면 대통령이라도 해야 한다"는 논리로 반박했다.

자신의 통치 행위가 국민의 '선호' 보다는 국민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확신에서다. 노 대통령은 "나폴레옹 황제도 국민 투표로 뽑혔고, 유신 헌법도 국민의 투표로 통과되었다"는 점을 거론한 뒤 "국민들이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당대를 넘어서 역사로 가 있었다. "아주 솔직히 말하면 훗날의 평가와 기록까지도 염두하고 있다"며 "역사적 관점에서 제 책무를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정치적 역량이 부족한 것이 첫 번째일 것이고, 또 하나는 국민들과 대통령 사이에 소통이 굉장히 어렵다"는 점을 꼽았다. "지지율은 포기하겠다"는 반어적 표현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나왔다. 하지만 후자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임기 하루 전까지 할말은 다 하겠다고 작심하고 나선 걸 보면 지지율 포기는 '빈말'이다.

언론의 제목을 장식해온 '말실수'에 대해서도 "앞으로는 최대한 조심하고 살려고 한다"고 한발 물러서 교정 노력을 보였다. "어릴 때부터 버릇이고 군대도 '쫄병'으로 다녀온" 비주류 태생의 "숙명"이라 인식하면서도 말이다. 지지도 때문에 '위축된다'는 말도 "쭐린다"는 사전에도 없는 표현을 쓰고 싶어하는, 정말 유별난 대통령이다.

노 대통령은 자산으로 '당적'과 '대통령직'을 꼽았었다. 당적은 포기했다. 이날 열린우리당 탈당계에 도장을 찍어줬다고 한다. 대통령의 탈당이 "과거 아닌 척 하면서 공작으로 정치를 운영하던 독재시대의 잔재"라고 인식하면서도 "매일 시비가 되니 정리해 줬다"고 한탄했다. 자신을 향해온 화살이 당에 빗맞는 상황을 제거하겠다는 판단이다.

대통령의 등쌀에 국민은 괴롭다

a

ⓒ 오마이뉴스 이종호

그 대신 노 대통령은 좀더 홀가분해진 모습이다. 더 물러설 데가 없다는 판단인 것 같다. 무게추는 대통령의 어쩌면 가장 강력한 수단인 '의제 설정권'을 통해 국민과의 직접 소통으로 옮아갔다.

'우군'도 예외 없다. 진보 논쟁에 대해 "제가 금기가 없기 때문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구름 위에서 놀고 있는 논쟁"의 '권위'에 대한 문제제기다. "대통령 선거가 모든 가치의 중심에 있는 것 아니"라고 말해 열린우리당 사정과도 거리를 뒀다.

노 대통령은 이날 주최측을 향해 "온라인 매체가 없었다면 제가 어떻게 이 정치무대에 발을 붙일 수 있었을까"라며 찬사를 보냈다. 대통령이 '로그아웃'하기까지 1년의 시간이 남았다. 노 대통령은 계속해서 "왜?"라는 질문을 던질 것이다. 이날 기세로 봐선 앞으로도 꼬박꼬박 묻고 답할 것 같다.

소통에 욕심 많은 대통령, 공론장의 부활을 꾀하는 것일까? 말의 경로를 상실한 대통령 등쌀에 국민은 괴롭다. 참여민주주의를 복원할 힘은 '신명'이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파묘' 최민식 말이 현실로... 백두대간이 위험하다
  2. 2 도시락 가게 사장인데요, 스스로 이건 칭찬합니다
  3. 3 제주가 다 비싼 건 아니에요... 가심비 동네 맛집 8곳
  4. 4 '내'가 먹는 음식이 '우리'를 죽이는 기막힌 현실
  5. 5 1심 "김성태는 CEO, 신빙성 인정된다"... 이화영 '대북송금' 유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