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독립만세를 외쳐 보셨나요?

놀기만 한 삼일절 반성하고 서대문형무소에서 독립만세를 외쳤다

등록 2007.03.02 10:52수정 2007.03.02 10:52
0
원고료로 응원
a 김구선생, 유관순열사가 함께 만세를 외치다?

김구선생, 유관순열사가 함께 만세를 외치다? ⓒ 김교진


김구 선생은 검은 두루마기를, 유관순 열사는 흰 저고리에 검정색 치마를 입고 현대식 양장을 한 백성들과 함께 태극기를 들고 대한독립만세를 부르며 행진한다. 그 옆에는 일본헌병과 순사 복장을 한 사람들도 대한독립만세를 부르며 행진하고 있다.

@BRI@2007년 3월 1일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벌어진 광경이다. 삼일절 88주년을 맞아 서대문형무소에서 벌인 대한독립만세 부르기 행사의 모습이었다.

나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삼일절에 대한독립만세를 불러 본적이 없다. 대한독립만세 운동은 그저 국사책에나 나오는 옛날이야기일 뿐이었다. 삼일절이면 늦잠을 자던지 아니면 놀러 가기나 하는 역사의식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이번 삼일절에는 서대문형무소에 가서 독립만세를 불렀다.

올해에는 웬일인지 삼일절이 오기 며칠 전부터 그 동안 삼일절을 삼일절답게 보내지 못했다는 반성을 하게 되었고, 이런 역사적인 날을 역사의 현장에서 보내야 하겠다는 마음으로 서대문형무소를 찾았다. 삼일절이면 빠지지 않는 곳이 탑골공원과 보신각에서의 행사이지만 내가 정오를 지나 집을 나선 탓에 탑골공원과 보신각은 행사가 끝나서 볼 것이 없을 것 같고, 삼일절을 맞아 무료로 개방하는 서대문형무소로 가게 되었다.

예상대로 서대문형무소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입구를 들어서니 감옥 구경하려고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었다. 줄서는 게 귀찮으니 줄 서지 않고 다른 것을 보기로 했다. 다음에 사람들이 적을 때에 와서 여유 있게 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여기저기에 어린이들을 상대로 하는 행사가 있었다. 얼굴에 태극기 그려주기, 태극기 등사하기, 삼일절을 맞는 소감 적어 벽에 붙이기 등의 행사가 벌어졌다.

그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형무소 마당 가운데에 무대를 마련하고 삼일절 제대로 알기 O,X 퀴즈를 하는 것이었다. 퀴즈가 끝나니 김구 선생과 비슷하게 생긴 남자분의 선창으로 대한독립만세를 부르는 행사를 가졌다. 동그란 안경, 적당히 살집이 있는 체구가 김구 선생과 비슷하게 생긴 분이었다. 무슨 일을 하는 분인지는 모르겠다. 어떻든 김구 선생이라고 해두자. 그 옆에는 흰 저고리와 검은 치마를 입은 젊은 여자가 서있었다. 이 분은 유관순 열사라고 보아야 하나.

김구 선생 역할을 하시는 분이 선창을 하면 다른 사람들이 손에 태극기를 들고 독립만세를 외쳤다. 대한독립만세!! 그 김구 선생은 나라의 독립을 위해 피땀 흘리신 선열들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마음껏 대한독립만세를 부를 수 있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순국선열들의 고마움을 마음에 새기며 오늘만큼은 마음껏 대한독립만세를 불러야 하겠다. 집에서 혼자서는 부르지 못할 대한독립만세를 많은 사람들과 함께 목이 터져라 외쳤다. 그러나 이날 모인 사람들은 청년층 보다는 초등학생과 그들의 부모와 나이든 어른들이 대부분이었다. 중학생 이상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a 시민들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치고 있다

시민들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치고 있다 ⓒ 김교진


a 아이들과 어머니가 독립만세를 외치고 있다

아이들과 어머니가 독립만세를 외치고 있다 ⓒ 김교진


김구 선생과 유관순 열사가 맨 앞에 서서 만세를 부르며 사람들을 이끌고 형무소를 나와 독립문까지 행진하였다. 서대문형무소에서 독립문까지는 걸어서 몇 분 거리에 있는 곳이라 행진을 하기에는 너무 짧은 거리였다. 이런 뜻 깊은 날은 남대문에서 동대문까지의 도로 한 차선을 점유하고 손에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부르며 걸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삼일운동의 핵심은 거리 행진이었다. 탑골공원 안에서만 만세 부르다가 헤어진 게 아니라 탑골공원을 나와 서울 전역을 누비며 만세를 불렀던 것이다. 이에 일제는 조선인의 자발적이고 조직적인 만세운동을 보고는 심장이 떨려 왔고,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에 극심한 탄압을 한 것이었다.

삼일운동을 기념하려면 삼일운동 당시 행진했던 길을 따라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서서 만세를 불러야 제대로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a 엄마품에 안긴 아이부터 할머니까지 모두 힘차게 만세를 외치고있다.

엄마품에 안긴 아이부터 할머니까지 모두 힘차게 만세를 외치고있다. ⓒ 김교진


a 치마저고리를 입고 선봉에 서서 만세를 외치는 유관순 열사옆에 일본 순사가 따라가고 있다.

치마저고리를 입고 선봉에 서서 만세를 외치는 유관순 열사옆에 일본 순사가 따라가고 있다. ⓒ 김교진


a 서대문형무소 정문앞에서 만세를 외치는 시위대. 어린 학생들이 열정적으로 만세를 외쳤다.

서대문형무소 정문앞에서 만세를 외치는 시위대. 어린 학생들이 열정적으로 만세를 외쳤다. ⓒ 김교진


a 대한독립만세라고 쓰여진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대한독립만세라고 쓰여진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 김교진


a 대형 태극기가 앞장서고 있다.

대형 태극기가 앞장서고 있다. ⓒ 김교진


a 태극기를 든 시위대가 독립문을 향해서 인도를 따라 걷고 있다.

태극기를 든 시위대가 독립문을 향해서 인도를 따라 걷고 있다. ⓒ 김교진


a 독립문 앞에서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고있다

독립문 앞에서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고있다 ⓒ 김교진


이날 행진은 대형 태극기가 앞에 섰고, 태극기 뒤에 따르던 사람들이 만세를 부르며 독립문까지 걸어가는 것으로 끝이 났다. 짧은 행진이었지만 시민들은 소리 높여 만세를 불렀다. 다시는 나라를 빼앗기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대한독립만세를 불렀다. 삼일운동은 88년 전의 옛날 일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해야 할 현재 진행형인 것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2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3. 3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4. 4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5. 5 "이러다 임오군란 일어나겠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이러다 임오군란 일어나겠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