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 어린이들은 정리정돈을 못 할까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 박물관 봉사활동을 하며 느낀점

등록 2007.03.03 14:59수정 2007.03.0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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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 박물관은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모든 시설을 어린이들이 직접 만지고 조작하여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곡식들도 모두 손을 넣어서 만져 보며 느낌을 비교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쌀과 벼, 겉보리와 보리쌀, 콩과 팥이 어떻게 다른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면서 느낄 수 있다.

간장과 된장, 고추장이 있는 장독대에는 커다란 장독이 놓여 있고, 담그는 과정을 컴퓨터를 클릭하면서 배울 수 있다. 그 다음엔 김치 담그는 법이 나와 있다. 김치 종류에 다라 담그는 재료와 담그는 순서가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져, 아이들도 손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제사상과 돌상 차리는 코너가 있다. 뒷면에 자석이 붙어 있는 모형들을 상 위에 붙이면 된다. 모두 이곳에 가면 자기 집에서 차렸던 차례상을 생각하면서 상차림을 연습해보게 된다.

바로 곁에는 여러 가지 목공기구 들이 전시 되어 있다. 자와 먹통, 대패, 흙손 등을 이용해 간단한 체험을 하고 집짓는 과정을 배운다. 또 여러 지방의 집이 다른 이유를 배우게 되어 있다. 끝 부분에는 온돌이 있고, 곁에 탁본 체험을 하는 곳이 마련되어 있다.

다음에는 물레와 다듬이돌, 씨아를 직접 조작해 보는 곳이 있었으며, 벽에는 여러 가지 섬유와 베가 준비되어 있었다. 또 간단한 바느질 도구와 다리미, 인두, 홍두께 등을 만져 볼 수 있었다. 가운데에는 사계절의 세시풍속과 여러 가지 농기구를 배우는 곳도 있었다.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고누두기와 집짓기였다. 고누판이 2개 준비되어 있으며, 가장 간단한 수박 고누가 그려져 있다. 이곳에서 게임을 하기 시작하면 두어 판은 기본이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길 때까지 계속하자고 한다. 여기까지는 비교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신이 만지고 경험하고 나서 그냥 두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정리를 해두고 가야할 것도 있지만 간단하니까 크게 문제가 안 된다.

김선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집짓기이다. 한가운데 평상에는 초가집과 기와집 ㅡ자형과 ㄱ자형 두 가지씩이 준비 되어 있다. 집짓기는 준비된 판에 주춧돌 노릇을 하는 검정판을 넣고, 기둥을 세운 다음 방을 표시하는 육면체를 그림의 모양에 따라 집어넣어 집 모양을 만든 다음에 지붕을 얹으면 된다. ㅡ자형의 집은 4칸으로 되어 있고, ㄱ자형의 집은 5칸짜리다. 그런데 이 집짓기 놀이를 하고 나서 처리하는 것이 문제였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집짓기가 끝나면 기념사진을 찍고 나서 그냥 그대로 두고 가버린다. 그렇지만, 이것을 다른 어린이가 와서 만들어 보려면 일일이 다시 뜯어서 정리를 한 다음에 다시 집짓기를 하여야만 한다. 그래서 놀이가 끝난 다음에는 반드시 제자리에 차근차근 정리를 해두고 가야 하지만 이것은 잘 지켜지지 않는다.

처음에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외국어린이들이 오면 반드시 자기가 가지고 놀던 것들을 모두 정리를 하여서 깔끔하게 정리하고 가는데, 우리 아이들은 그냥 가버리는 것이었다.


몇 개월 전까지만 하여도 초등학교 교장이었기에 교육적인 면에서만 생각하는 버릇 때문인지 모르지만 신경이 많이 쓰였다. 그래서 나는 그냥 가는 어린이를 붙잡고 "자기가 놀았던 것은 자신이 잘 정리를 해두고 가면 다름 사람이 놀이를 하기 쉽겠지? 자, 정리를 좀 해주고 갈까?"하고 자신이 정리를 하고 가도록 유도를 하였다.

어떤 어머니들은 이런 것을 보면 자녀가 정리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것은 여기 계신 분들이 하는 것 아니에요? 왜 우리 아이가 그것을 정리해야 해요?"하고 따지고 드는 경우도 있었다.

"죄송합니다. 우리가 정리를 해도 되지만 우리 어린이들이 자기가 가지고 놀던 것은 자기 손으로 정리를 하는 버릇을 키우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 겁니다. 외국 어린이들은 놀고 나서 반드시 깔끔하게 정리를 하고 가는데, 우리 어린이들은 대부분 그냥 가거든요. 그걸 보면 화가 나서 그래요. 저 아이들이 자라서 함께 경쟁을 해야 할 텐데, 저렇게 철저하게 배우고 가르친 아이들을 이길 수 있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져 옵니다. 그래서 자기 스스로 정리를 하도록 시키고 있습니다. 이해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 아주 감사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별꼴이라는 식으로 생뚱거리는 어머니도 가끔 만난다. 그럴 때는 정말 화가 난다. 왜 외국어린이들은 스스로 잘 정리를 하고 있는데 우리 어린이들은 안 될까? 더구나 이렇게 자라면 결국 자기 자녀가 나중에 고생을 하게 될 것인데, 왜 그걸 모르나 싶다. 아무리 귀여워도 우리 어린이들에게 기본은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녹원환경뉴스, 다지털특파원,개인불로그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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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아동문학회 상임고문 한글학회 정회원 노년유니온 위원장,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멘토, ***한겨레<주주통신원>,국가인권위원회 노인인권지킴이,꼼꼼한 서울씨 어르신커뮤니티 초대 대표, 전자출판디지털문학 대표, 파워블로거<맨발로 뒷걸음질 쳐온 인생>,문화유산해설사, 서울시인재뱅크 등록강사등으로 활발한 사화 활동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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