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로비 시내조수영
나이로비는 오래된 도시가 아니다. 100여년 전만 해도 이곳은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동떨어진 고원 습지였다. 19세기 말, 아프리카 대륙은 서구 열강이 힘을 겨루는 장소였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대륙을 선점하기 위해 아프리카를 가로지르는 철도 만들기 경쟁을 시작했다. 철도를 가설할 때 많은 사람들이 사자의 밥으로 희생이 되었는데 이를 다룬 영화가 마이클 더글러스가 나오는 <고스트 앤 다크니스>이다.
당시 동부 아프리카를 지배하던 영국은 1896년 그들이 깐 동아프리카철도(인도양 연안의 몸바사에서 우간다의 빅토리아호 연안을 연결하는 철도)가 이곳을 지나면서 조그만 역을 세웠다. 나이로비는 철도건설의 베이스캠프가 되면서 비약적인 성장을 하게 된다. 이후 바닷가 몸바사에서 더위에 허덕이던 영국 총독은 나이로비의 쾌적함과 원활해진 교통 때문에 식민지의 수도를 이곳으로 옮겼다. 도로를 만들고 현대적 철근 콘크리트 빌딩이 올라갈 때도 코뿔소와 사자들이 거리를 활개 치고 돌아다녀 주민들은 집 주위에 철판으로 튼튼한 담을 세워 맹수를 막아야 했다고 한다.
이후 지속적인 독립운동으로 1963년 케냐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 키쿠유족 출신의 조모 케냐타(Jomo Kenyatta)가 독립운동의 지도자로서 세계에 알려지게 된 것도 이 무렵의 일이다. 현재 나이로비는 수많은 유엔 산하기구와 온갖 국제기구가 모여 있는 인구 300만명의 대도시가 되었다. 시내 중심에 있는 케냐타 거리(Kenyatta Ave.)는 관공서와 은행, 호텔과 현대식 고층건물들이 빼곡하다.
케냐가 마라톤의 강국인 까닭은...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마라톤을 비롯한 육상 중장거리 종목을 카타르가 모두 석권했다. 그러나 사실 그들은 모두 케냐 출신이다. 중동의 산유국들이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이들을 대거 수입, 귀화 시켜 출전하게 한 것이다. 케냐 선수들은 2006년 한 해 동안 세계 5대 마라톤 대회 가운데 보스턴, 런던, 시카고 등 3개 대회를 휩쓸었다.
케냐 선수가 잘 달리는 것은 해발고도가 높은 데서 나고 자라고 달려온 덕분이다. 해발 1500m 이상의 고도에서는 기압이 낮아 산소의 공급 또한 쉽지 않다. 사람의 몸은 이러한 환경에서 저산소증을 피하기 위해 혈액의 성분 중에 산소 운반 노릇을 하는 적혈구와 헤모글로빈을 증가하도록 변화한다. 실제 우리나라의 마라톤 선수들도 고지훈련을 다녀오는데 처음에는 힘들지만 과학적 데이터를 통해 그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지난 2006년 월드컵 때, 국가에게 수당을 요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뛰지 않겠다하는 토고 선수들이 비난당했던 일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을 비난하기 전에 문화의 차이로 이해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아프리카의 부족은 혈맹이다. 가족 공동체와 같다. 나름의 부족체제가 유지되고, 더불어 다른 부족과의 차이도 크고, 갈등 또한 심하다. 예를 들어 같은 나라에 살고 있지만 마사이족과 차카족은 그 생김새와 성품이 판이하게 다르다. 비록 서구 열강에 의해 자로 그은 듯이 지금의 국경이 정해졌지만, 그들에게 국경의 의미는 우리와 같지 않다.
소득이 낮은 아프리카의 축구선수들은 가족, 아니 나아가 부족의 부양을 위해 뛰고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 정부의 수당은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라, 어쩌면 몇 백 몇 천명의 부족의 생활과 사활이 걸린 일이었기 때문이다.
케냐에는 43개 부족이 있다. 키쿠유족이 최대 부족으로 20% 정도를 이루고, 그 외에 루오족, 루야족, 아캄바족, 카렌진족, 마사이족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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