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의 6시간 동행의 대가는 1만원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무거운 짐을 짊어진 포터는 그 절반 수준이라 하니 미안한 생각마저 든다. 가이드들의 대부분은 차카족(Cagga)인데 그들은 킬리만자로와 모시 부근에서 살고 있다.조수영
사냥을 마친 표범은 먹이를 도둑맞지 않기 위해 일단 높은 나뭇가지 위에 숨긴다. 그리고 한참을 걸어둔다. 표범이 바로 사냥한 먹이를 먹지 않는 것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고기는 너무 질기기 때문이다. 우리가 와인에 재워놓은 삼겹살을 좋아하듯이 고기를 숙성시키는 것이다. 고기가 연해질 때까지 나뭇가지에 걸어두고 한숨 자고 나면 연하고 맛있는 먹이가 된다.
그러나 표범은 킬리만자로 정상과 같은 자연환경에서는 살지 않는다. 숨을 만한 숲이나 나무 그늘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표범이 화산탄과 바위로 이어지는 기나긴 길을 4박5일이나 걸려서 갈 이유가 없다. 또한 그동안 수많은 등산객 중에 정상에서 표범을 보았다는 사람을 아무도 없다.
헤밍웨이는 표범을 통해 죽는 순간까지 이상향을 쫓았다는 것은 말하고 싶었겠지만 여러 모로 맞지 않다.
생뚱맞은 나의 생각으론 필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표범이거나 왕따를 당해서 집단에서 쫓겨난 표범일 것이다. 그리고 정상에 올라가서 기대한 것이 없었다면 내려오면 될 것이지 굳이 정상에서 죽을 이유는 없다. 혹시 적에게 쫓기다 이 곳까지 왔는데 너무 급히 산을 올라서 고산증세로 죽었을 가능성은 있다.
이러한 나의 해석에 일행들은 모두 비난을 퍼부었다.
킬리만자로에 모여있는 원시림·사막·빙하
킬리만자로는 높이만큼이나 다양한 기후가 나타난다.
마랑구 게이트(입산신고소, 1980m)에서 만다라 산장(2700m)까지는 원시림 지대, 만다라 산장에서 호롬보 산장(3700m)까지는 관목 지대, 호롬보 산장에서 키보 산장(4700m)까지는 고산성 사막 지대이다. 그리고 키보 산장부터 길만 포인트(5685m)까지는 화산재로 이루어진 45~50도의 경사 지대이며, 길만스 포인트에서 우후루 피크(5895m)까지는 빙하로 덮인 용암 지대이다.
등반루트는 가장 일반적인 마랑구 루트를 포함하여 모두 6개의 루트가 있다. 완만한 '마랑구 루트', 오르기 힘들지만 경치가 좋은 '움브웨 루트'와 '시라 루트', 빠른 고도 상승으로 고소적응이 힘든 '마차메 루트', 산을 가로지르는 '므웨카 루트', 그리고 '롱가이 루트'가 있다.
우리는 코스가 완만하고 가장 쉬운 '마랑구 루트'로 가기로 했다. 일명 '코카콜라 루트'로 불릴 정도로 가장 쉬운 코스라 하지만, 산에 오르는 걸 죽어라고 싫어하는 나에게는 충분히 힘든 코스이다. 정상까지는 보통 4박5일이 걸리고 전문 산악인이 아닌 일반인도 오를 수 있는 루트이지만 3000m가 넘으면 많은 사람들이 고산증세로 도중에 포기한다고 한다.
세계적인 명산, 킬리만자로에 오른다고 생각하니 전날부터 긴장이 된다. 컨디션 조절을 위해 이 곳 맥주 '킬리만자로'를 보고도 참았다. 모시 시내에서 킬리만자로 등반의 출발점인 마랑구 게이트까지 가는 동안 황토빛 대지와 초목이 펼쳐 있다.
마랑구 게이트(1829m)의 주차장에 도착했다. 이곳 공원사무소에서 입산등록을 하고 요금을 지불한다. 수속을 끝내고 울창한 아열대 우림 지역을 따라 오른다.
경로의 절반 정도는 완만한 비탈길로 되어 있었다. 삼나무와 향나무, 올리브 나무들 사이에 덩굴식물과 이끼들이 치렁치렁 매달려 있다. 밤사이 비가 왔는지 길은 촉촉하게 젖어 있고 숲은 더욱 깊어만 간다.
울창한 정글이라서 직사광선을 피할 수는 있으나 공기는 습해서 훅훅 달아오른다. 비가 자주 내리는 지대라서 비가 내린 흑토는 미끄러지기 쉽다.
산을 오르면서 조용필의 노래를 멋지게 부르고 싶었다. 그러나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라는 부분만 계속 중얼거릴 뿐, 노래 부분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럴 줄 알았으면 노래방에 가서 연습이나 한번 하고 올 것을….
'뽈레뽈레' 오른 만다라 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