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은 개코 원숭이의 세상이었다. 나무 위는 물론 도로까지 원숭이들이 점령했다.조수영
숲으로 난 길을 들어서니 어미 개코원숭이가 앉아 있다.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이 사람과 똑같다. 한참을 보고 있다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앞에 펼쳐진 것은 몇백은 되어 보이는 원숭이 무리였다.
엉덩이가 빨간 놈, 엉덩이에 굳은살이 생겨 검게 된 놈, 아기를 업고 가는 놈, 나무에 매달려 있는 놈, 차가 지나도 비키지 않는 놈, 그리고 우리를 구경하는 놈들…. 마치 영화 <혹성탈출>처럼 원숭이들에게 포위되었다.
개코원숭이는 바분(baboon) 또는 비비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다. 나뭇잎이나 과일, 나무열매뿐만 아니라 치타가 가젤이나 임팔라 등을 사냥한 후 헉헉거리는 동안 고기를 빼앗아 먹는 등 치사한 행동을 하는 개코원숭이이지만 영화 <라이언 킹>에서는 심바를 도와주는 현명한 주술사 '라피키'로 나왔다.
개코원숭이는 적이 나타나면 경고음을 낸다. 그 경고음을 통해 그 적이 어떤 적이냐를 다른 원숭이에게 알려 준다. 표범이 나타났을 때와 독수리가 나타났을 때, 뱀이 나타났을 때 각각 다른 경고음을 내고 원숭이들의 행동도 달라진다고 한다.
표범이 나타났다는 경고음을 들으면 가까운 나무로 올라가 나뭇가지 끝으로 도망을 가고, 독수리가 나타났다는 경고음을 들으면 숲 속으로 숨는다. 뱀이 나타났다는 경고음에는 뒷발로 서서 땅바닥을 살펴보는데 사람들마저 표범이나 치타를 찾고 싶을 때 사바나 원숭이들의 경고음을 참고한다고 한다.
이번에는 영화 <라이언 킹>에서 '품바'로 나왔던 워톡(Warthog)이 지나간다. 꼬리를 바싹 치켜들고 엉덩이를 흔들며 분주하게 뛰는 모습이 무척이나 귀엽다. 워톡은 우리말로는 혹멧돼지라고 한다. 회색을 띠는 다부진 몸매는 맹수의 공격에도 튕겨 나갈 뿐 상처를 입지 않게 보인다.
굴을 파고 살아서 그런지 머리가 삽처럼 생겼다. 아래턱의 송곳니는 짧고 날카롭고, 위턱의 송곳니는 길게 위를 향해서 감듯이 자라 있다. 워톡의 뿔에 당하면 사자조차도 치명타를 입는다고 한다.
사파리의 가격은 천차만별
▲캠프 사파리에서 저녁은 동행하는 요리사가 준비해준다. 저녁으로 숯불에 구운 닭고기와 스파게티가 나왔다.조수영
오늘 저녁은 응고롱고로 캠프 사이트에 텐트를 쳤다. 이름은 응고롱고로이지만 분화구 공원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쿠유니(Makuyuni)라는 마을 근처에 있는 것이다. 캠프 사이트에 도착하면 우선 텐트를 친다. 운전사와 가이드가 도와주기는 하지만 텐트는 각자 세우는 것이 원칙이다. 공동의 화장실과 샤워실을 이용해야 한다. 우리가 운전사와 텐트를 치는 동안 요리사는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 숯을 피운다.
사파리의 가격은 다양하다. 4시간에 350불이나 하는 열기구 사파리도 있지만 대부분 캠핑 사파리(Camping Safari)나 롯지 사파리(Lodge Safari) 중에 선택한다. 캠핑 사파리는 우리처럼 텐트에서 생활하면서 욕실이나 식당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이고, 롯지 사파리는 국립공원 내에 있는 호텔에서 생활하면서 훌륭한 식사와 수영장 시설을 사용할 수 있다.
우리의 저녁이 스파게티와 숯불에 구운 닭인데 비해, 롯지에선 뷔페식사가 준비된다. 물론 비용은 3~4배의 차이가 있지만 같은 공원 안을, 같은 길로 다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보는 동물은 같다. 사파리 차량도 거의 차이가 없다.
요리사가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마쿠유니 마을로 나갔다. 마을이 작고 캠프장이 마을의 가장자리에 있기 때문에 걸어서 둘러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작은 마을에 들어선 우리에게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집안을 둘러보고 싶다고 청했지만 번번이 거절을 당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어느 가정집에 들어가 볼 수 있었다. 비교적 집도 크고 주인 아주머니의 옷차림으로 보아 여유 있어 보이는 집이었다.
그러나 거실이라고 안내한 곳의 바닥은 흙바닥이었다. 거실의 한쪽에는 막걸리와 비슷한 술을 끓이고 있었다. 그다지 깨끗하지 않은 플라스틱 그릇에 한 가득 떠주는데 지푸라기까지 떠있어 먹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웃으며 건네는 아주머니의 술잔을 거절할 수 없었다. 생긴 것처럼 맛도 걸쭉한 막걸리의 맛이다.
▲마쿠유니 마을의 아이들. 아이들은 자신들과 달리 곱슬거리지 않고 반들거리는 내 머리카락을 만지고 쓰다듬고, 웃고 난리법석이다.조수영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처음에는 경계를 하였지만 디지털카메라에 찍힌 자신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다가갔더니 포즈를 취하면서 사진을 찍어 보라고 한다. 아이들에게는 디지털카메라보다 신기한 것이 내 머리카락이었다. 자신들과 달리 곱슬거리지 않고 반들거리는 내 머리카락을 만지고 쓰다듬고, 웃고 난리법석이다.
캠프장으로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 두 명씩 짝을 지어 텐트로 들어갔다. 캠프장에는 조명시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손전등이 필수인데 어디다 흘렸는지 찾을 수가 없다. 어두운 텐트 속에서 더듬거리며 침낭으로 들어갔다. 중학교 때 걸스카우트 활동 이후에 참으로 오래간만에 지내는 텐트에서의 밤이다.
내일은 영화 <말아톤>의 주인공 초원이가 달리고 싶어하던 세렝게티로 간다.
| | 아프리카 대륙은 쪼개지고 있다 | | | 아프리카 대지구대(Great Rift Valley) | | | |
| | | ⓒWikipedia |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에티오피아까지 남북으로 나 있는 거대한 상처는 조금씩 폭을 넓히고 있다. 4000만 년 전에 시작된 이 상처는 아프리카 대륙에 멈추지 않고 홍해를 빠져나가 요르단 강까지 이어지는 총 길이 6400㎞의 거대한 균열이다.
아프리카 대지구대(Great Rift Valley)의 폭은 30~50㎞이며, 양쪽으로 절벽이 솟아있다. 계곡 바닥에는 쪼개진 틈을 메우듯이 땅속에서 용암에 배어 나오고 있다. 남북에 점점이 이어지는 호수는 쪼개진 틈에 물이 들어가 생긴 것이다. 이러한 지각활동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지형이 바뀌는 이유는 지각 밑에 있는 맨틀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발 딛고 있는 육지가 단단히 지구의 중심에 뿌리를 뻗은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지각은 맨틀이라는 바다에 떠있는 모습이다. 육지를 실은 판은 맨틀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맨틀의 흐름에 따라 대규모의 판운동과 대륙이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지구대는 북쪽으로 갈수록 폭이 넓어진다. 1억 년 전 마다가스카르가 아프리카에서 떨어져 나간 것처럼, 수천만 년 후에는 에티오피아에서 분열하여 또 다른 섬이 될 것이다. | | | | |
덧붙이는 글 | <생뚱맞은 과학선생의 아프리카 여행>는 30일간 동남부 아프리카를 여행한 기록이다. 케냐- 탄자니아-잠비아-짐바브웨-남아프리카공화국-나미비아를 거쳐 6개국을 2006년 1월 2일부터 1월 31일까지 여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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