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갯벌은 흑두루미가 지킨다

국내 유일의 람사갯벌, 순천만 탐조기행 (1)

등록 2007.03.05 12:29수정 2007.07.08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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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용산전망대에서 바라본 순천만 전경

용산전망대에서 바라본 순천만 전경 ⓒ 박정민

겨울이었나 싶었던 한 계절도 끝나가고 어느덧 경칩(3월 6일) 즈음입니다. 달마다 한 곳씩 한국의 주요 철새도래지를 돌아다닌 기자의 올겨울 여행도 종착역에 다다른 것 같습니다. 충남 천수만, 전북 금강 하구, 경남 주남저수지에 이어 마지막으로 소개드릴 곳은 전남 순천만입니다.

순천이라는 고장은 여러 모로 방문객을 끌어들일 만한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송광사와 선암사라는 천년고찰들, 하회마을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민속마을인 낙안읍성, 고인돌공원을 비롯한 선사시대 유적들, 그리고 순천만 갯벌의 경이로운 자연까지. 아, 미식가라면 장어구이나 짱뚱어찜도 빼놓지 않겠군요.


순천만의 생태적 의미는 각별합니다. 약 5000년 전에 형성되었다고 하는 이곳은 전세계 5대 갯벌 보유국인 이 나라에서도 특히나 가치가 높아 이미 지난 2003년 12월 해양수산부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한 바 있습니다.

245억원 짜리 람사습지

a 갯벌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람사습지로 등록된 순천만.

갯벌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람사습지로 등록된 순천만. ⓒ 박정민

이어 2006년 1월에는 람사습지로 등록되어 국제적인 공인까지 받았습니다. 한국에는 현재 5곳의 람사습지가 있지만 갯벌로는 공동등록된 순천만·보성벌교갯벌이 유일합니다. 이쯤 되면 가히 한국 최고의 갯벌이라 자부할 만도 하군요.

갯벌의 중요성은 이제 상식이 되었습니다만, 순천만의 경우는 지난 1999년 3월 순천시의 의뢰로 순천대 지역개발연구소가 산정해 놓은 값어치가 나와 있습니다. 자그마치 매년 245억원이라고 하는군요. 그나마 철새도래지로서의 기능, 태풍 및 홍수저감 기능 등 계산하기 어려운 것은 제외하고 난 8년 전의 액수라고 하니 대단합니다.

이러한 가치는 경제적·환경적 의미뿐 아니라 관광자원으로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갈대, 칠면초, 흑두루미는 순천만을 상징하는 삼두마차로 유명하지요.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이어볼까요.


갈대, 칠면초, 그리고 흑두루미

순천만의 갈대군락은 전국 최대규모라고 합니다. 무려 30만평에 이른다는군요. 규모와 더불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모양새에 있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마치 일부러 조경공사를 해놓은 듯 동그라미 형상으로 점점이 퍼져있지요. 이 특이한 풍광을 담기 위해 해마다 많은 사진가들이 찾기도 합니다.


a 일부러 조성한 듯 신비로운 경관을 자랑하는 순천만의 갈대군락지.

일부러 조성한 듯 신비로운 경관을 자랑하는 순천만의 갈대군락지. ⓒ 박정민


a 국내 최대를 자랑하는 30만평 규모의 순천만 갈대군락지. 관찰데크가 마련되어있어 훼손 염려도 없습니다.

국내 최대를 자랑하는 30만평 규모의 순천만 갈대군락지. 관찰데크가 마련되어있어 훼손 염려도 없습니다. ⓒ 박정민

칠면초 군락 또한 환상적입니다. 가을을 맞아 빨갛게 물든 칠면초가 마치 갯벌을 불태우듯 뒤덮은 사진을 본 적이 있다면 그 또한 이곳입니다. 항아리 모양으로 생긴 순천만의 양옆쪽에 주로 분포되어 있습니다(반면 갈대밭은 만의 제일 안쪽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흑두루미입니다. 한국에서 주기적으로 관찰되는 두루미(학)의 종류만도 4가지에 이릅니다. 그냥 두루미, 재두루미, 검은목두루미, 그리고 흑두루미인데요. 하나같이 천연기념물인 동시에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되고 있는 이들 중에서도 흑두루미는 유독 순천만으로만 도래하고 있습니다. 전세계에 남아있는 1만여 마리 중 1% 남짓이 올겨울도 어김없이 찾아왔다고 하는군요.

a 흑두루미. 천연기념물 228호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입니다.

흑두루미. 천연기념물 228호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입니다. ⓒ 박정민


a 흑두루미는 낮에는 휴경지로 날아와 낙곡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해가 질 무렵이 되면 갯벌로 나가 잠을 청합니다.

흑두루미는 낮에는 휴경지로 날아와 낙곡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해가 질 무렵이 되면 갯벌로 나가 잠을 청합니다. ⓒ 박정민

다른 주요 철새도래지에 비해 새의 종류와 개체수도 상대적으로 적고 초보자가 탐조하기에 용이한 곳은 아니지만, 순천만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역시 흑두루미의 힘입니다.

비록 경계심이 매우 강해 500m 이내로 접근하기도 어렵고 논에 앉아있을 때는 쉽게 눈에 띄지도 않지만, 수십 마리 이상이 무리를 지어 날아다니는 모습만은 하루에도 몇 번씩 볼 수 있습니다.

그 밖에 역시 희귀조류인 검은머리갈매기, 갯벌에나 와야 볼 수 있는 혹부리오리, 흑두루미와 함께 논밭을 가득 덮고 있는 기러기떼, 봄·가을 이동철에 찾아오는 1만 마리 이상의 도요·물떼새 무리 등을 순천만에서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a 쇠기러기 역시 순천만을 비롯한 겨울철새 도래지에서 흔히 마주치게 됩니다.

쇠기러기 역시 순천만을 비롯한 겨울철새 도래지에서 흔히 마주치게 됩니다. ⓒ 박정민

덧붙이는 글 | 2편 이어집니다. 이 기사는 유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2편 이어집니다. 이 기사는 유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순천만 #탐조 #람사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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