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자전거> 중에서김동화
"설레고 부끄럽고,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어떻게든 시작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어. 당장의 실적이 있든 없든 꾸준히 참가했지. 그래서인가, 그쪽도 우리 만화에 관심을 갖게 됐고, <빨간 자전거>가 스위스 출판사 파케를 통해 현지 출간되게 됐지."
내심 걱정도 많았다. 다분히 한국적인 정서가 그곳 유럽인들의 입맛에 맞을 것인가. 그렇지만 그의 걱정을 덮듯 그곳 한 출판인이 “고향이나 가족, 그리움이라는 정서는 어디나 똑같다”는 말을 들려줬고, ‘빨간 자전거’는 그들의 마음속에 들어갔다.
김 화백의 말을 빌자면 “일본 만화의 쫀쫀한 틀과는 또 다른 한국 만화의 자유스런 소재나 이야기”가 유럽인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고, 해를 거듭하면서 그 인기가 오르고 있다.
<요정 핑크> 등으로 1980년대 하이틴 여학생들을 울고 웃겼던 순정만화계의 대부인 그가 1990년대 초 <황토빛 이야기>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선보인 사건에 주변의 우려도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급선회’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만화를 어른들에게까지 읽히자는 것.
"어른들이 보는 만화를 그리자고 생각했어. 사실 만화가 아이들 것이다 보니 어른들은 만화에 무관심해지고, 함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 만화를 함부로 할 수 없게 모두가 보게 만들자고 생각했어. 그리고 열심히 했어. 새로운 만화는 늘 긴장하고 신선해야 하는 거니까."
새로운 소재에 맞춰 새로운 이야기와 새로운 그림이 따랐다. 트레이드 마크와 같았던 얼굴의 3분의 2는 차지할 것 같던 큰눈이 10분의 1 크기로 줄고, 화려한 드레스 대신 고운 한복이 입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