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제국> 르네 마그리트 작도서출판 돌베게
2007년을 힘차게 열어젖힌 TV문학관이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는 시간의 계속성이다. 그것은 지난 과거의 진실한 모습을 보지 않고는 현재의 올바른 정체를 파악할 수 없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과거에 대한 각성과 성찰의 진지한 수행으로만 현재의 시간을, 우리의 세상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시분 단위로 쪼개놓은 근대의 시간은 시간의 분절이 아니라 영악한 인간의 편의적 구분에 불과하다.
난장이네 가족의 싸움은 패배한다(구조적으로 패배할 수밖에 없다). 까만 쇠공을 타고 달나라로 날아간(벽돌공장 굴뚝 속으로 떨어져 죽은) 난장이의 자식들이나 남의 명령에 이끌려 남의 나라에서 전쟁을 벌인 박정희의 군대나 패배하기는 마찬가지다. <난쏘공>의 카메라가 잡은 영희 아버지의 발에 매달린 까만 쇠공은 이미 추락을 예감시킨다. <랍스터~>의 보 반 러이의 살 속에 박힌 파편들은, 비록 혁명의 훈장일지라도 일그러지고 파괴된 개인을 부각시킨다. 그것은 인간의 흉터이며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굴레다.
그럼에도 우리가 사는 까닭은, 살아내야 하는 이유는, 인간 모두가 놓여 있는 숙명의 비정함이며 시간의 냉정함이다. 죽도록 아픈 기억과 정면으로 상대하지 않고는 오늘 이 시간을 견딜 수 없고 내일로 예정된 삶의 분량을 채울 수 없다. 한 때 힘들고 고단했던 시간을 그리워할 수 있는 여유와 추억은, 한편 비정한 신의 장난이다.
"우린 왜 랍스터처럼 자신의 일부를 스스로 잘라내 버릴 수가 없을까?"(랍스터~)
우리가 '생애의 어느 부분도 잘라낼 수 없'듯이 우리의 삶으로부터 시간의 어느 부분만을 잘라낼 수 없다. 누구도 종교에서 기적만을 가질 수 없듯이, 우리의 시간 속에서 행복한 기억만을 가질 수는 없다. 그러나 TV는 다시 소음으로 왱왱거릴 것이다. 과거를 닫고 미래로 가자고….
덧붙이는 글 | TV리뷰 시민기자단 응모
ncn뉴스에도 송고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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