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일 경북대학교 총장오마이뉴스
"교수 평가 강화는 시대적인 흐름이다. 대학 구성원들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취임 7개월째를 맞고 있는 노동일(57) 경북대학교 총장. 그는 내부 혁신을 강조하는 대목에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판단하는 국립 경북대의 현실은 '위기'였고 해결책은 '변화'였다.
노 총장은 지난 2월 26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교수 평가 강화는 시대적인 흐름인 만큼 가능하고 가능할 수밖에 없다"며 "교수 사회가 불편해 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경북대의 발전을 위해서 교수평가 강화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 총장은 또 지난 임기 중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일부 학과의 교수 임용 과정에서의 잡음을 꼽았다. 그는 "소중하고 쓰라린 경험이었다"며 "학교가 자랑 할 것도 많지만 구성원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상황"이라고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지금은 위기 상황... 교수 평가 강화 시대흐름"
노 총장은 "이번의 경험을 계기로 잘못이 있던 부분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며 "앞으로 긴장감 있게 조직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회에서 장기간 표류 중인 로스쿨 입법화에 대해 우려를 내비쳤다. 노 총장은 "로스쿨 입법화는 결국 정치권(국회)이 칼자루를 가지고 있다"며 "진도가 나가지 않으니깐 대학으로서도 답답하다, 만약 기다린다고 해결된다면 그나마 낫지만 무산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노 총장은 "(로스쿨 유치를 위해) 교수들을 추가로 뽑아놓고 건물까지 지어온 것은 결국 어떤 학문영역에 투자할 재원을 당겨왔던 것"이라며 "만약 로스쿨 자체가 무산된다면 (로스쿨 유치를 희망했던) 전국의 대학 중 어려움을 겪을 대학이 여러 곳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주대의 반대로 아직 답보 상태로 머물고 있는 대구경북권 국공립 통폐합 문제와 관련 노 총장은 "기본적으로 상대 대학과 윈-윈(Win-Win)하고 본부를 (상대 대학 소재지로) 옮긴다는 적극적인 각오로 통폐합 문제에 임하고 있다"며 "상대방이 무조건 안 하겠다고 하면 방법이 없지만 그렇게 되면 결국 관련 대학 모두 손해를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북대는 노 총장의 취임과 개교 60주년에 맞춰 지난해 교수업적 평가 강화 등을 바탕으로 한 '비전 2010 글로벌 100'을 발판으로 2010년까지 세계 100위권 대학으로 진입한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노 총장은 "2007년은 경북대가 세계 명문대학으로 발돋움하느냐 아니면 지역 거점대학이라는 위상에서 머물고 마느냐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시기"라며 "SCI(과학기술논문색인지수) 논문 피인용도 1위를 차지하는 등 교수와 학생들의 능력이 뛰어난 만큼 세계 100위권 대학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밝혔다.
다음은 경북대 노동일 총장과의 인터뷰 내용.
"경북대, 2010년까지 세계 100위권 대학 진입 목표"
- 지난해 경북대는 개교 60주년을 맞아 '비전 2010 글로벌 100'을 제시하면서 2010년까지 세계 100위권 대학으로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실적인 가능성이 있나?
"경북대를 둘러싼 대내·외적인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과감한 변신을 통한 발전이 요구되고 있다. 이런 점을 인식하고 세계적인 명문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 비전 2010을 제시했다. 2007년은 경북대가 세계 명문대학으로 발돋움하느냐 아니면 지역거점 대학이라는 위상에 머물고 마느냐 하는 중요한 전화점이 되는 시기다. SCI 논문 피인용도 1위를 차지하는 등 교수와 학생들의 능력이 뛰어난 만큼 세계 100위권 대학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 비전 2010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교수평가 강화다. 하지만 실제로는 교수 사회 내부 반발로 추진 자체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판단하나?
"가능하고 가능할 수밖에 없다. 교수 평가 강화 문제는 시대가 요구하는 흐름이고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교수들도 평가를 수용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마음적으로 불편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시대의 흐름이고 경북대의 발전을 위해서는 개인적인 불편함을 뛰어넘어 그 쪽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오히려 젊은 교수들을 비롯해 각 학교별로도 평가 기준을 높이고 좀더 앞서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니깐 다른 전공영역에서도 자극을 받고 있다. 경북대는 평가에 관한한 건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이것은 대학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법제화가 상당히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사실상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스런 목소리도 있다. 경북대도 로스쿨 유치를 위해 공을 들여온 상황인데 우려되는 점은 없는가?
"로스쿨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우리도 잘 모르고 정치권(국회)이 칼자루를 가지고 있다. 법이 (통과) 안 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국회에서 넘어가고 있지 않으니깐 더디어지고 있다. 학교에서는 당연히 통과돼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정부와 청와대가 하고 싶어도 진도가 나가지 않으니깐 대학으로서도 답답하다."
"로스쿨, 칼자루는 국회가 쥐어... 무산될지 몰라 답답"
▲노동일 경북대학교 총장오마이뉴스
- 로스쿨 법제화를 위해 정치권에 요청은 하고 있는가?
"기회가 되면 이야기한다. 로스쿨이 돼야 경북대 같은 지역 거점대학의 위상과 역할이 커진다. 학교차원도 그렇고, 지역이 업그레이드되고 인재할당제가 정착화 하는데 로스쿨이 역할을 할 것이다. 로스쿨을 통해서 인재가 지역에 균형적으로 배정될 수 있을 것이다."
- 로스쿨 법제화가 사실상 무산된다면 우려되는 부분은?
"기다린다고 해결되면 그나마 낫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무산될지도 모르는 실정이다. 대학으로서 적절하고 효율적으로 재원을 운영하는 데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교수들을 (추가로) 다 뽑아놓고 건물을 짓는 데는 어떤 다른 학문영역에 부담을 준 것인데, 로스쿨이 안 되면 재원 운영에 왜곡된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이런 문제로 어려움 겪을 대학이 전국에 여러 군데 될 것이다."
- 한 때 경북대는 한강 이남의 최고 학부라는 위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위상이 낮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 이유를 외부적인 변화에 대응 못하는 내부의 보수적인 태도에서 찾기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부분 있다. 여러 가지 요인이 많겠지만 외부적으로는 구조적인 문제, 즉 수도권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하지만 내부적인 문제도 적지 않다. 오히려 구조적인 문제는 다른 지방대들도 마찬가지다. 결국 내부적인 영역에서 큰 영향을 받는다. 그런 점에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학 통폐합이나 한의학전문대학원 유치 등이다. 큰 국가적인 정책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두 번 변화의 흐름에서 벗어나면 그것이 5년에서 10년 넘게 간다. 그 사이 학교 랭킹 자체가 역전돼 버린다. 전세계적인 변화나 국가적인 정책, 그리고 지방정부와 기업, 작게는 학생들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것이 대학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대학 통합 못하면, 모두가 손해"
- 교육부의 국·공립대 통폐합 정책이 제시됐고 경북대도 상주대와 통합 논의가 진행됐다. 하지만 상주대 등의 반대로 논의가 사실상 무산됐는데.
"상주대는 총장 선거가 곧 있을 거니깐 좀 지켜봐야할 것 같다. 통합에 대해 긍정적인 관심도 계속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금오공대도 내부적으로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제대로 한 번 점검해 봐야한다. 경북대는 통합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얼마 전 전북대와 익산대도 구두합의를 했다고 하는데 각 지역에서 통폐합이 진행되고 있다. 통폐합이 어렵지만 그 어떤 지역의 대학은 이뤄내고 우리는 못 이뤄내면 변화에 처지는 것 아닌가. 제일 답답한 것은 상대 대학의 마음이다. 그쪽 입장을 존중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취임 6개월이 다 됐는데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다. 내부적으로도 통합에 대한 계획 등 어떤 모델이 좋을지 준비해오고 있다."
- 통폐합은 수월하게 될 것으로 보나?
"기본적으로 상대 대학과 윈-윈(Win-Win)하고 본부를 (상대 대학 소재지로) 옮긴다는 적극적인 각오로 통폐합 문제에 임하고 있다. 상대방이 무조건 안하겠다고 하면 방법이 없지만 그렇게 되면 결국 관련 대학 모두가 손해 보게 될 것이다."
- 교육부에 대해 대학으로서 부정적인 입장은 없나. 교육부의 정책에 따라오면 인센티브를 주고 그렇지 않으면 주지 않는 상황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교육부 정책이라고 무조건 따라 가는 것은 아니다. 인센티브만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등의 정책은 합리성이 있다는 것이다. 합리성이 없다면 반대하고 합리성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추진해야한다. 통합은 모두가 원하는 것인데 해당 대학들만 소위 기득권으로 보여선 곤란하다는 것이다."
- 인문사회 등 기초학문 분야의 위기라고 이야기한다. 사립대와는 달리 국립대는 나름대로 이것을 보완하기 위한 역할이 있지 않나?
"초기에는 먹고 살기 바쁘니깐 재원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정부에서도 인문사회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다. 대학 차원에서도 그 분야에 어느정도 뒷받침 해줘야 한다."
"수능·내신 등 현재 입시로는 학생 차별화 안돼"
| | | 노동일 경북대 총장 약력 | | | | - 48년 대구 출생 - 경북고등학교 졸업 -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박사) - 경북대학교 사회과학대학장 - 대한정치학회장 - 민족통일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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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서울대 논술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본고사 부활이라는 논란이었는데, 경북대는 어떤 입장인가?
"똑같은 고민은 아니지만 좋은 학생을 뽑고 싶다. 현재 입시로 차별화 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대학 자체 위원회를 만들어서 경쟁력 있는 학생을 뽑기 위해 개선안을 적극적으로 만들고 있다. 이미 논술은 2008년부터 도입을 할 계획이지만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 바탕위에서 창의성이라던지 열심히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 모형을 만들 것이다. 얼마 전엔 지역의 고등학교 담당교사를 초청해서 특강도 했다. 왜냐하면 경북대가 어떻게 뽑느냐에 따라 대구경북지역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논술 반영비율은 퍼센트가 중요하지 않다. 학생들 대부분이 수능이나 내신점수가 비슷하기 때문에 수치상 반영율은 낮더라도 실질적인 반영율은 꽤 높아질 것이다."
- 취임 후 지금까지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이었나?
"몇몇 학과의 교수 임용 문제였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해 인적쇄신을 할 것이다. 소중하고 쓰라린 경험이었지만 교훈을 삼아서 인적쇄신을 할 것이다. 대학에서 그런 문제가 있어 죄송스럽지만 앞으로 내부적으로 각오를 다짐하고, 잘못이 있던 부분은 조사하고 단호하게 조치해 긴장감 있게 조직적인 운영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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