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 파푸아 독립의 상징 '모닝 스타'위키피디아
얼마 전 3·1절이었습니다.
곳곳에 태극기가 게양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일제의 식민 지배에 맞서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모든 사람이 분연히 떨쳐 일어나 항거했던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려는 하나의 의식이겠지요. 태극기는 한민족 독립(의 열망)을 상징하는 것이니까요.
@BRI@혹시 '모닝 스타(Morning Star)'를 아시나요? '모닝 스타'는 '웨스트 파푸아'의 국기입니다. '웨스트 파푸아'라는 이름조차 낯설다고요?
'웨스트 파푸아'라고 말을 하면 보통은 파푸아 뉴기니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웨스트 파푸아'는 '파푸아 뉴기니'라는 나라가 있는 섬(뉴기니아 섬)의 왼쪽(서쪽) 절반에 해당하는 지역을 말합니다.
지도를 보면 뉴기니아 섬의 절반을 자로 그은 듯 반듯하게 나누어 오른쪽(동쪽)은 파푸아 뉴기니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섬의 왼쪽(서쪽)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습니다. 관찰력이 뛰어나신 분은 아마도 인도네시아와 같은 색깔로 칠해져 있으므로 섬의 서쪽은 인도네시아에 속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섬의 동쪽 부분인 '파푸아 뉴기니'는 유럽 열강(영국, 독일)의 식민 지배를 받다가 1975년 독립했습니다. 그런데 섬의 서쪽 부분인 웨스트 파푸아 지역은 네덜란드의 식민 지배가 끝나갈 무렵인 1950~1960년대 독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었지만,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은 인도네시아가 군대를 동원하여 인도네시아의 식민지로 복속시킨 곳입니다.
뉴기니아 섬 서쪽 지역의 사람들은 1961년 12월 1일 나라 이름을 '웨스트 파푸아'라 명명하고, 그 상징인 국기를 '모닝 스타'로 정하여 의회를 창설하였습니다.
즉, 태극기가 대한민국의 국기인 것처럼 '모닝 스타'는 '웨스트 파푸아'의 국기인 것입니다. 일본의 식민 지배 아래서 태극기가 대한민국 독립의 상징이었던 것처럼, 지금 '모닝 스타'는 '웨스트 파푸아' 독립의 상징인 것입니다.
인구의 10분의 1이 살해당해
'동티모르'에 대해서는 동아시아 국제문제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면 누구나 알고 계시지요. 동티모르는 최근이라고 할 수 있는 2002년에 인도네시아의 식민지배에서 독립을 이룬 국가이니까요.
인도네시아는 서구 열강의 식민 지배에서 독립을 이루려는 동티모르 지역의 지하자원에 욕심내었고, 군대를 동원하여 동티모르를 침공한 뒤 식민지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동티모르가 독립에 이르는 순간까지 인도네시아는 군대와 민병대를 동원하여 무차별적인 인권침해행위를 자행하였습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자국민들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동티모르에 대한 관심과 독립 지지를 바탕으로 동티모르인들은 끝끝내 독립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현재 '웨스트 파푸아' 또한 독립 이전의 동티모르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어쩌면 더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인구수 100만명 정도의 '웨스트 파푸아'인들은 인도네시아 군대에 의해 밀림 속으로 쫓겨 들어가고 있고, 그들이 살던 마을은 불태워지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웨스트 파푸아'의 문화와 전통을 말살하기 위한 정책을 실시하고, '웨스트 파푸아'와 관련된 서적 출간을 금지시키고 있으며, 많은 인도네시아 인들을 이주시켜 '웨스트 파푸아'를 인도네시아화시키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폐 기능을 하던 원시림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벌목되고 있고, 금과 구리 등의 자원은 다국적 기업에 의해 수탈당하고 있습니다.
유엔의 묵인 아래 인도네시아가 위임 통치했던 1962년부터 1969년까지 인구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10만여명의 사람들이 살해당했고, 현재도 고의적인 살해와 의문의 죽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웨스트 파푸아' 사람들은 독립을 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민국의 독립을 열망했던 것처럼, 그들은 '모닝 스타'를 흔들며 '웨스트 파푸아'의 독립을 외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웨스트 파푸아' 어느 곳에서도 '모닝 스타'를 들고 나올 수 없습니다. '웨스트 파푸아' 사람들이 독립기념일로 지정한 12월 1일에 '모닝 스타'를 게양 했다는 이유만으로 두 사람(필립 카르마, 유삭 파카쥐)이 인도네시아 정부에 의해 15년, 1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아 투옥될 정도입니다.
'모닝 스타'는 우리의 지지를 갈망합니다
세계의 평화를 열망하는 이들이 동티모르에 이어 '웨스트 파푸아'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영국의 상원에서는 '웨스트 파푸아' 문제를 주제로 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아시아의 어느 나라도 '웨스트 파푸아' 독립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얼마 전 영국에서 '웨스트 파푸아'의 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한 독립운동가분은, 한국 시민사회가 지난해 '웨스트 파푸아' 독립기념일에 맞춰 위 두 명의 양심수 석방을 외치며 '웨스트 파푸아' 독립을 지지하기 위한 행사를 조직한 데 대해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라며 '웨스트 파푸아' 사람들은 독립의 순간에 반드시 한국을 기억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던 시절, 우리는 세계에 대한민국의 사정을 알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때 우리는 대한민국의 독립을 지지하고 성원하는 작은 손길 하나가 절실했습니다. 현재 '웨스트 파푸아'는 과거 우리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모닝 스타'가 '웨스트 파푸아'의 독립기념일에 각 가정마다 지금 이 순간을 기리며 자유롭게 게양되는 날을 그려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위대영 변호사는 인권연대 운영위원과 법무법인 덕수의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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