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봐요, 목사님도 햇닭이라 그렇죠?"

숯가마 속에서 재미있는 농담을 주고 받았어요

등록 2007.03.08 21:08수정 2007.03.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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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숯가마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저 멀리 재래식 화장실도 보이고, 여러 숯가마들도 놓여 있습니다.

숯가마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저 멀리 재래식 화장실도 보이고, 여러 숯가마들도 놓여 있습니다. ⓒ 권성권

오늘(8일)은 멀리 경기도 가평군 명지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숯가마에 다녀왔다. 교회에 다니는 몇몇 어르신들과 함께 한 자리였는데, 대부분 뼈마디가 쑤시는 분들이라 다들 좋아했다. 더욱이 어제오늘 추운 날씨라, 뜨거운 숯가마 속에 몸을 녹인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도 없을 듯싶었다.


"여기가 어디래요? 하나도 보이지 않네요."
"그러니까 기어서 들어와야죠."
"왜 이렇게 캄캄하데요?"
"그래야 수작이라도 부리며 놀지요?"
"하하하."


a 이곳이 숯가마 속으로 들어가는 문입니다. 천으로 돼 있는데, 지금은 불이 켜져 있지만 처음엔 불도 없이 컴컴했습니다. 누가 누군지, 손과 발이 어디에 있는지 도무지 앞을 분간할 수가 없었죠. 그래서 재미난 농들도 주고 받았지요.

이곳이 숯가마 속으로 들어가는 문입니다. 천으로 돼 있는데, 지금은 불이 켜져 있지만 처음엔 불도 없이 컴컴했습니다. 누가 누군지, 손과 발이 어디에 있는지 도무지 앞을 분간할 수가 없었죠. 그래서 재미난 농들도 주고 받았지요. ⓒ 권성권

숯가마 입구에 들어서서 천을 걷어내니 정말로 앞이 캄캄했다. 어디에서 왔는지 벌써 한 팀이 와 있었다. 하지만 우리 식구들은 앞도 보이지 않는 곳을 쫓아 졸졸 따라 들어갔다. 그 무렵에 그렇게들 재미나게 농을 던졌던 것이다.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날 무렵 서서히 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물방울이 송알송알 맺혔던 것이다. 그 까닭에 이 사람 저 사람, 한 사람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a 이 분이 숯가마 속에 참나무를 넣어 불을 때는 분입니다. 그래서 숯들을 빼 내고, 그 열기 속으로 우리 일행들이 들어간 것이죠. 우리가 들어간 곳이 3일이 지난 곳인데, 뜻뜻하고 좋았어요.

이 분이 숯가마 속에 참나무를 넣어 불을 때는 분입니다. 그래서 숯들을 빼 내고, 그 열기 속으로 우리 일행들이 들어간 것이죠. 우리가 들어간 곳이 3일이 지난 곳인데, 뜻뜻하고 좋았어요. ⓒ 권성권

"등허리도 지져요?"
"어휴? 익겠는데요?"
"우린 나갈래요."
"왜 벌써들 나가세요?"
"우리는 오래 있었거든요."
"그게 아니라, 묵은 닭이라 그러지요."
"그런가요? 저도 나가야 되겠는데요, 너무 뜨거워서요."
"저 봐요. 목사님도 햇닭이라 그렇죠?"
"숯가마 속에서 목사님을 놀리시네요?"
"뭘요, 재밌잖아요."


a 숯가마 앞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이 분들과 함께 오늘 하루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모두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합니다.

숯가마 앞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이 분들과 함께 오늘 하루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모두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합니다. ⓒ 권성권

그만큼 젊은 사람 축에 낀 나는 얼마 있지 않아 그곳을 빠져나왔고, 나이 든 분들은 오래도록 그곳에서 몸을 지졌다. 그래야만 뼈마디 마디마다 좋아질 것이고, 몸속 노폐물까지도 쑥쑥 빠질 것이라 생각했던 까닭이다.


그래서 한참 점심이 지난 시각까지도 그분들은 그 속에서 있었고, 이후 점심을 먹고 난 뒤에도 곧장 그곳을 찾아 들어갔던 것이다. 그만큼 나이 든 분들에게 그곳보다 더 좋은 곳도 없을 듯싶었다.

"오늘 숯가마 갔다 왔으니 이제 한 달은 개운하겠는데요."
"어떻게 그것이 한 달씩이나 간데요. 농담도 잘하시네요."
"하하하."



a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에 산 자락 아래서 찍은 사진이예요. 나이가 많은 분들이라 걷기도 힘들었지만 그래도 기념 사진이라면서 힘을 보태 주었지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에 산 자락 아래서 찍은 사진이예요. 나이가 많은 분들이라 걷기도 힘들었지만 그래도 기념 사진이라면서 힘을 보태 주었지요. ⓒ 권성권

집으로 향하는 길목에 나와 함께 홍일점으로 끼어든 남자 집사님 한 분이 던진 농담이었다. 그만큼 숯가마가 좋다고는 하지만 그 효과야 얼마 가지는 않을 테고, 대신에 여기저기 쑤셔대는 뼈마디들이 덜 아팠으면 하는 바람으로 한 말이지 않겠나 싶었다.

오늘 함께 한 분들 모두가 다시금 숯가마를 찾아 여러 농담을 주고받더라도, 아무쪼록 오래도록 건강하게 사셨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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