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 화해상생모임 세번째 마당 '화해상생 노사 어떻게 가능한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엔 포스코, 우리은행, 유한킴벌리, 경기고속, KSS해운 등 5개 기업의 노사 양측이 나와 각 기업내에 '상생의 노사관계'가 이뤄진 배경과 현황,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발표했다.안윤학
"경기고속 전체 6500여명 중 '비정규직' 직함을 가진 직원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운전기사 뿐만 아니라 청소원·조리원 등 모두가 정규직이다."(경기고속 허명회 회장)
"경기고속 노조는 28년 동안 무분규·무파업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해고도 없다. 또 경영이사회, 인사위원회, 영업평가회의에 노조가 참석해 실질적인 경영 참여를 하고 있다."(경기고속 박용덕 노조위원장)
기업과 노조 대표가 한자리에 모여 자사의 모범적인 노사협력 사례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8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화해상생마당'이 주최한 기업별 노사협력 사례보고모임 '화해상생 노사 어떻게 가능한가' 토론회에서다.
'화해상생' 세번째 마당인 이번 토론회에서는 포스코, 우리은행, 유한킴벌리, 경기고속, KSS해운 등 5개 기업의 노사 양측이 나와 각 기업내에 '상생의 노사관계'가 이뤄진 배경과 현황,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발표했다.
[경기고속] "직원 부인이 회장님과 남편 외도 상의할 정도로 친해요"
@BRI@처음 발표자로 나선 경기고속 허명회 회장은 노조와의 원만한 관계를 넘어 노조원 가정내 어려운 사정을 그 부인들과 긴밀히 상의함으로써 '기업과 조합원 가정의 일체화'를 일궈낸 특별한 노사협력 사례를 소개했다.
허 회장은 "운전기사의 가정이 불행하고 정상적이지 못하면 그 피해가 고객에게 돌아간다"면서 "직원 부인들을 매년 7월 워커힐 호텔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고 강의를 여는 등 어떻게 하면 가정을 편하게 만들까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직원 부인들에게 하루 평균 5~6통의 전화를 받는다"면서 "대부분 등록금에서부터 병원비, 전세값 등 돈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남편들의 외도를 상의할 정도로 거리감없이 대화하기도 한다, 생일케이크를 비롯해 쌀과 김치를 보내 고맙다는 인사도 많이 받는다"고 털어놨다. 이어 "노사 관계는 부인들이 50%를 참여하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허 회장은 ▲투명경영을 바탕으로 한 노사간 신뢰구축 ▲약속 이행 ▲나눔의 정신을 통한 이익 배분 ▲인간적인 예우 등 노사 관계에 대한 철학을 밝혔다.
그는 사내 비정규직 직원이 한 명도 없는 점과 노조원 135명을 선출한 뒤 인사, 영업, 결재권을 줘 경영에 참여토록 한 점, 30년간 해고자가 한명도 없었다는 점 등을 나열하며 '노사 상생의 정신'을 강조했다.
허 회장에 이어 발언자로 나선 경기고속 박용덕 노조위원장은 "2001년 우리나라 최초로 노사파트너십을 체결하고, 2005~2007년 사측이 노조에 임금을 백지위임하는 등 '협력과 상생'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고속은 1930년대 설립돼 현재 버스 1365대, 직원 2349명, 1일 수송인원 42만 명에 이르는 대표적인 운수 업체다. 허 회장은 1978년 8월 대표이사로 경영을 시작했다. 경기고속은 지난해 노동부가 주관하는 노사문화대상 중 대통령상을 수상한 바 있다.
[우리은행] 정규직 월급 떼서 비정규직 명절 떡값 만들었다
우리은행 김창호 부행장과 마호웅 노조위원장은 최근 3000여명의 비정규직 직원들의 대규모 정규직 전환 과정, 그리고 이같은 정규직 전환이 금융계를 비롯한 다른 기업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등에 대해 발표했다.
김 부행장은 우리은행에 대해 "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12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돼 대표적인 부실금융기관이었다"면서 "그러나 최근 4년 매년 1조원 이상 당기순이익을 내는 대표은행이 됐는데, 그 배경에는 노사상생의 문화가 있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최근 비정규직의 대규모 정규직 전환에 대해 "정규직의 임금동결을 통해 전환 합의에 이르기까지 겪었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면서 "공적자금을 수혜받은 기관이라는 의무감과 오랜 세월동안 형성된 노사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노사간 협의가 "고용안정, 양극화 등 사회난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해법을 제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마 위원장은 정규직 전환합의 과정에 겪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합의 과정에서 정규직 직원들에게 '왜 비정규직을 위해 일하냐'는 눈총도 받았다"면서도 "명절 보너스를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정규직 직원들이 월급을 조금씩 떼 전해주는 등 우리은행 특유의 나눔의 문화가 있었기에 전환합의가 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우리은행 노사문화의 특징으로는 인사·연수제도 개선 TFT(테스크포스팀), 근로조건개선 TFT 등 노사 공동기구를 설치·운영하여 은행 현안에 대해 상호 협의하는 것 등이 거론됐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 노동부의 노사문화 최우수 및 대상 기업으로 선정돼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