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로 우린 정말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한국인 밥상에 스테이크 강요하는 한미FTA

등록 2007.03.09 12:38수정 2007.03.09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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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말하는 대로 우리가 행복해 질 수 있을까? 멕시코가 답이다.
정부가 말하는 대로 우리가 행복해 질 수 있을까? 멕시코가 답이다.최종수

@BRI@한미FTA가 파국으로 가는 길인지, 장밋빛 미래인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때이다.

한일FTA 협상은 5년 동안 추진해 오다가 결국 결렬되고 말았다. 일본은 세계 2위의 경제부국이지만 미국 경제에 비하면 작은 나라이다. 모든 분야, 심지어 스포츠까지도 세계 1위인 초강대국 미국과의 FTA에는 고작 1년을 준비했다.

전북지역 시민 사회단체 주최로 전주 전동성당에서 한미FTA 진실학교가 열리고 있다.

지난 6일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한미FTA 국회는 없다'는 강연에서 "1·2차 협상과정에서 이미 미국의 굴욕적인 협상구조가 드러났다"며 "하루 빨리 협상을 중단하고 타당성 재검토나 이해 당사자와의 조율을 새롭게 거쳐야 된다"고 강조했다. 심 의원은 또한 "지금 중단하면 마치 엄청난 피해가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데, 미국과 FTA 협상을 하다가 중단하거나 보류한 나라가 39개국이나 된다"고 역설했다.

8일에는 정지영 영화감독의 '스크린쿼터와 문화적 다양성' 대한 강의가 있었다. "이제 <왕의 남자> 같은 영화는 극장에 걸릴 수도 없다"는 끔찍한 선언으로 강의를 시작한 정 감독은 지난해 대통령과 영화인과의 대담을 상기시켰다.

당시 노 대통령은 "우리 영화 미국영화보다 재미있게 잘 만들고 있잖아요. 왜 영화인들은 스크린쿼터에 그토록 의존하려고 하죠?"라고 물었다.

이에 영화배우 이준기씨는 "<왕의 남자>는 홍보과정에서 대작들에 가려졌지만, 다양한 관객들의 선택으로 1000만 관객을 이끌었다"며 "스크린쿼터가 20%로 바뀐다면 극장에 걸릴 수나 있을까? 저자본이라 하더라도 긴 여운을 남기는 다른 영화들을 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이 반의 반의 반으로 줄어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스크린쿼터 대책위 공동위원장 정지영 감독이 영화인들도 참여가 저조하다고 고백한다.
스크린쿼터 대책위 공동위원장 정지영 감독이 영화인들도 참여가 저조하다고 고백한다.최종수
강의를 마친 정 감독과의 질의응답시간에 한 청중이 질문을 던진다.

"지금 한미FTA를 추진하는 한국 관료들은 '73일 이상 상영'하는 제도를 '왜 73일만 상영한다고 말하느냐'고 호도하고 있습니다. 외국과의 무역협상을 하는 관료들이 초국적 자본의 힘을 모르는 철부지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극장에서 스크린쿼터를 잘 지키면서 한국영화의 경쟁력이 살아나자 미국영화 직배사들이 미국영화를 패키지로 안기며 상영을 강요했습니다. 예전에 <약속>이라는 우리 영화가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었는데 부산 극장에서 갑자기 간판을 내렸습니다. 제작자가 영화관에 항의하자 '미국 직배사의 압력이 있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하고 '스크린쿼터 다 채웠으니까 상영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73일로 축소되면, <왕의 남자> <괴물> 같은 영화일지라도 1000만 관객을 끌지 못할 것입니다. 미국 직배사들의 대작을 주지 않겠다는 압력을 당해낼 영화관이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 감독의 대답이다.

스크린쿼터 덕분에 한국영화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왕의 남자, 이 영화로 스타덤에 오른 이준기
스크린쿼터 덕분에 한국영화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왕의 남자, 이 영화로 스타덤에 오른 이준기이글픽쳐스
세계영화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할리우드 영화자본은 한국 영화자본과 비교할 수 없다. 어디 자본뿐인가. 세계적인 톱스타는 모두 할리우드 영화계에 있다.

할리우드 영화인 <그리스도의 수난>은 제작비가 2500만 달러였다. 국내영화 한 편당 제작비 10억으로 잡는다면 이 영화 제작비로 25편의 한국영화를 만들 수 있다. 이러니 기고 나는 재주가 있다고 한들 한국영화가 어디 경쟁상대나 될 수 있겠는가?

광우병 걸린 소를 먹으면 사람도 미치게 된다. 문화도 마찬가지다. 스테이크와 햄버거만 먹고 공부할 수 없다. 한국인에게 김치는 필수다. 문화는 김치와 같은 것이다. 우리 식탁에 김치와 된장만 있어도 풍요롭지 못하다. 스테이크와 햄버거도 김치와 된장도 함께 식탁에 올라와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인에게 김치는 한국인의 정체성이다. 문화는 김치와 같은 것이다. 우리 식탁에 김치와 된장만 있어도 풍요롭지 못하지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스테이크와 햄버거는 선택사항이다. 어떠한 강요에 따르지 않고 자유 의지로 택하는 것이다. 그런데 강제로 스테이크와 햄버거를 식탁에 올리라는 것이다.

스크린쿼터 축소 압력은 우리 식탁에 73일만 김치와 된장을 올려놓으라는 말과 같다. 그리고 292일은 스테이크와 햄버거와 콜라를 올려놓으라는 것이다. 한국 영화관에서 73일만 한국영화를 보고 292일은 미국영화를 봐야 된다고 생각해봐라, 얼마나 끔찍한가. 우리 삶이 얼마나 팍팍해지겠는가? 한국 영화만큼 자국 영화가 활발하게 제작되고 상영되었던 멕시코가 이미 그 경험을 했지 않은가?

감독이자 배우인 멜 깁슨이 2,500만 달러(한화 250억)를 들여 제작한 <그리스도의 수난>
감독이자 배우인 멜 깁슨이 2,500만 달러(한화 250억)를 들여 제작한 <그리스도의 수난>최종수
그런데 한국 정부는 어떤가? 2006년 10월에 유네스코에서 2007년도 시행을 목적으로 '문화다양성협약'을 맺고 '문화는 교역의 대상이 아니라 교류의 대상'임을 선언했다. 행여나 '문화다양성협약'이 효력을 발생할까봐 노무현 대통령은 서둘러 스크린쿼터를 축소하고 말았다.

영화가 포함된 지적재산권의 시장은 천문학적이다. 한국에 유리하다는 전자제품이나 섬유제품처럼 예측이 가능한 분야가 아니다. 미국은 그야말로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70년 동안 물을 퍼가듯 돈을 끌어갈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영화를 방송사에서 상영을 하게 되면 영화 한 편에 얼마가 아니라 시청률에 따라 로열티를 내야 한다. 그동안 미국의 인기 프로그램을 그대로 따라 해도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불가능하다.

한미FTA는 한국 IT 산업에도 치명적인 해가 될 수도 있다. IT의 대부분의 기술은 미국이 소유하고 있다. '한글 2006' 원판을 구입해서 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미국회사의 '윈도우' '플래쉬' '포토삽'이나 '워드' 등의 프로그램 원판을 사서 쓰는 사람 또한 그리 많지 않다. 앞으로는 미국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동안 논문이나 책을 쓰는데 미국 논문과 책 한 구절을 인용한 것을 로열티로 내지 않았다. 미국의 복사판이라고 말할 수 있는 한국의 논문과 책들이 얼마나 많은 로열티를 지불해야 할지 모른다.

어디 그뿐인가. 홈페이지나 블로그 인터넷 상에서 배경음악을 마음대로 사용해왔다. 지적재산권이 50년이든 70년이든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한미FTA가 체결되면 불가능할 것이다.

미국의 A라는 회사가 한국 사람들이 불법으로 음악을 다운해서 사용함으로 인해 손해를 보았다며 한국정부를 상대로 국가소송을 재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미국회사의 음악이 깔릴 수 없다면 얼마나 삭막하겠는가? 또한 한국영화를 마음대로 골라볼 수 없다면 우리 삶이 얼마나 팍팍하겠는가?

대부분의 국민들은 정부의 말을 신뢰하는 것일까? 강당이 너무도 쓸쓸하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정부의 말을 신뢰하는 것일까? 강당이 너무도 쓸쓸하다.최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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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 기자는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일꾼으로, 불평등한 소파개정 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으로 2000년 6월 20일 폭격중인 매향리 농섬에 태극기를 휘날린 투사 신부, 현재 전주 팔복동성당 주임신부로 사목하고 있습니다. '첫눈 같은 당신'(빛두레) 시사 수필집을 출간했고, 최근 첫 시집 '지독한 갈증'(문학과경계사)을 출간했습니다. 홈피 http://www.sarang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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