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임기말 '한덕수-문재인' 체제로

총리 한덕수·비서실장 문재인... 경호실장은 내부서 발탁

등록 2007.03.09 16:14수정 2007.03.11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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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9일 오후 5시 25분]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말 체제를 구성했다.

노 대통령은 9일, 열린우리당으로 복귀한 한명숙 전 총리에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를 지명했다. 이병완 비서실장 후임에는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내정(지명전까지 는 내정상태)했다. 이병완 현 비서실장은 대통령 정무특보로 이동한다.

박남춘 인사수석은 9일 오후 이같은 인선내용을 발표했다. 박 인사수석은 "당분간 후속 개각은 없으며, 대통령 비서실 개편은 비서실장 부임 후 결정될 문제"라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내주 중 국회에 한 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 및 임명동의를 요청하고, 문 내정자와 염 내정자에 대해서는 다음 주 월요일(12일) 임명장을 수여한다.

"한덕수, 임기말 국정과제 관리할 적임자"

a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 ⓒ 오마이뉴스 남소연

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인터넷신문협회 주최 합동인터뷰에서 후임총리 인선에 대해 "정치적 내각보다는 행정 실무적 내각으로 가는 것이 맞는 시기"라고 말했었다. 전형적인 경제관료인 한덕수 전 부총리를 지명한 것은 이같은 맥락으로, 남은 임기 1년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겠다는 생각이다.

전주 출신으로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온 한 지명자는 참여정부에서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장, 국무조정실장, 경제 부총리, 총리 직무대행을 거쳤다.


청와대는 그가 정치권에서 '정치색이 없는 무난한 인사'라는 평을 받고 있어, 국회 인준과정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점도 고려했다. 노 대통령의 한 핵심측근은 "노 대통령이 탈당도 했고, 여당이 없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무난하게 인준을 받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박남춘 인사수석도 "임기말 주요 국정과제를 관리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면서 "국회인준문제와 관련해서도 각 정당이 제기하고 있는 대선에서의 중립문제에서도 자유로운 분"이라고 인선배경을 설명했다.


청와대에서 검토한 총리 후보자는 한 지명자, 전윤철 감사원장, 김우식 부총리, 김혁규 의원, 이규성 전 재경부장관 등 5명이었다. 박 인사수석은 "전 감사원장과 김우식 부총리의 경우 후임 인선이 뒤따라야 하고, 김혁규 의원은 당적문제가 걸렸다"고 밝혔다.

한 전 부총리 지명에는 노 대통령이 한미FTA 타결에 집중하겠다는 뜻도 읽힌다. 한 지명자는 경제부총리 시절 한미FTA 협상을 진두지휘했고, 부총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체결지원위원회 위원장 겸 대통령 한미FTA 특보를 맡아, 국내 갈등 조정 등 협상타결을 위해 지원해왔다.

최근 그는 총리 인선 하마평과 함께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일한 경력이 언론에 부각되기도 했다. 최근 김앤장이 대해 법조계와 경제부처 고위 관료를 영입해 각종 법안 입안과정에 참여하거나 자문을 통해 취득한 정보를 의뢰인을 위해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한 지명자의 김앤장 고문경력이 언급된 것이다.

임종인 의원은 지난 6일 자신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오늘 보도를 보니까 한덕수씨가 유력한 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한씨는 국무조정실장 등을 거친 뒤 김앤장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한 달에 17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며 "그렇게 관직에 있다가 김앤장에 몸담고, 이후 다시 관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사정이 이렇다 보니까 언제 자기 상사로 올지 모르는데 공무원들이 김앤장 사람들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내정, 국정장악력 놓지 않겠다는 의지... 퇴임 후 준비도

a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 ⓒ 이종호

한덕수 전 부총리를 총리로 지명한 것이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라면, 비서실장에 최측근 인사인 문재인 전 수석을 기용한 것은 임기끝날때까지 권력누수를 막고 국정장악력을 놓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인사수석은 "비서실장은 대통령 국정철학이나 뜻을 잘 알아야 하는데, 그 면에서 문재인 전 수석만큼 잘 할 사람이 없다"면서 "참여정부를 마무리해야 하는 노 대통령을 잘 보좌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경남 거제생으로 경남고, 경희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사법시험(22회)에 합격하여 부산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던 문 지명자는 노 대통령이 사석에서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고 말할 정도로 신뢰가 깊은 인물이다. 이미 노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을 맡을 것이라고 예측돼 왔다.

총선과 지자체선거 출마 요청을 계속 거부했던 문 특보는 "다른 자리는 맡지 않겠지만, 노 대통령이 임기를 잘 마무리 짓는다는 차원에서는 험한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그는 1987년 6월 항쟁 때 노 대통령과 함께 부산에서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 부산본부 상임집행위원으로 활동했으며, 2002년 대선 때는 부산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참여정부에서 민정수석을 거쳐 시민사회수석을 맡았다가 다시 민정수석을 맡은 뒤 지난해 5월 청와대를 떠났고 그 뒤 정무특보를 맡았다. 청와대 시절 그는 '왕수석'으로 불렸다. 청와대를 잠시 떠나있던 2004년 3월 탄핵 때는 네팔 여행중 귀국해 노 대통령의 변호인단을 이끌기도 했다.

문 지명자는 사실상 '청와대 정무수석' 역할까지 겸해온 이병완 현 실장과는 달리 노 대통령이 탈당한 상황이기 때문에 정무 쪽에서의 역할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의 한 측근은 "노 대통령은 비서실장이 '좁은 의미의 정무'를 맡아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문 지명자는 대통령의 퇴임이후를 위한 준비작업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문 전 수석은 노 대통령 퇴임 후에도 같이 할 사람 아니냐"면서 "그를 비서실장으로 기용한 것은 노 대통령의 퇴임 후까지 같이 고려한 인사"라고 말했다.

이병완 실장은 정무특보로 '계속'

염상국, 경호실 출신 첫 경호실장

최근 사의를 표명한 김세옥 경호실장 후임에는 염상국 경호실 차장이 지명됐다. 경호실 내부출신이 경호실장을 맡은 것은 정부수립후 처음이다.

경호실 내부 출신으로는 첫 경호실장을 맡게 된 염상국 차장은 25년간 대통령 경호실에서 근무해왔다. 염 차장은 노 대통령의 당선자 시절, 경호전담 부장을 맡은 바 있다.

박남춘 인사수석은 염 차장의 발탁배경을 "'권력기관을 제자리로 돌려놓는다'는 대통령의 뜻이 구현된 인사"라며 "국정원장에 사상 처음으로 공채 출신을 기용한 것과 맥을 같이 하며, 참여정부가 주창한 '열린 경호'의 정신을 마무리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병완 비서실장은 정무특보로 이동해, 계속해서 노 대통령을 보좌하게 됐다. 그는 홍보수석과 비서실장 사이에 대통령 홍보문화 특보를 맡기도 했다.

문희상, 김우식 실장의 뒤를 이은 이병완 실장은 노 대통령과 개인적인 인연은 없었다.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기획조정분과 간사를 거쳐 청와대로 들어와 기획조정비서관, 정무팀장, 홍보수석, 홍보문화 특별보좌관을 거친 뒤 2005년 8월부터 비서실장으로 일해왔다. 청와대 최장수 고위직이었다. 기자출신인 그는 김영상 대통령 때는 청와대 출입기자였고, 김대중 대통령 때 국정홍보조사비서관으로 청와대에서 근무해, 세 정부에 걸쳐서 청와대와 인연을 맺었다.

청와대 외부에서는 "참모라기보다는 비서형"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청와대 내에서는 "노 대통령의 철학을 내재화한 사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노 대통령의 신뢰는 대단히 깊다. 이 때문에 그가 정무특보 이상의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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