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근원을 찾아서

<로크의 정부론>, 신자유주의는 '부의 불평등'을 간과

등록 2007.03.11 16:18수정 2007.03.12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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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크의 정부론> 표지.
<로크의 정부론> 표지.삼성출판사
존 로크의 <정부론>은 대입논술에 제시문으로 자주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그 이유는 17세기 당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존 로크가 내놓은 '자유주의'에 대한 논란이 오늘날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로크의 <정부론>은 당시 요크 공작, 즉 제임스 2세의 왕위 계승을 철학적으로 반박한 책으로, 제임스 2세의 절대 왕정에 대한 반대 입장을 체계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로크가 살던 시대는 가톨릭과 개신교, 심지어 개신교와 개신교 사이의 종교 대립이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던 때이다. 국왕과 시민, 토리당과 휘그당, 왕과 의회 사이의 정치 갈등도 깊었다. 종교 대립과 정치 갈등이 뒤죽박죽된 아픈 시대였던 것이다. 이런 시대의 문제를 치료하기 위해 로크는 '경험론'과 '자유주의'라는 처방전을 내놓았다.

로크의 자유주의 사상을 발전시켜 나타난 것이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이라 할 수 있고, 로크의 자유주의 사상과 반대되는 사상으로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를 들 수 있다. 아담 스미스는 로크보다 한 세기 뒤 인물로 로크의 자유주의를 발전시켜 시장의 자유경쟁체제를 주장했다.

존 로크(John Locke, 1632~1704)
영국의 철학자이자 정치사상가

세계에 대한 인식은 오직 경험과 경험에 대한 반성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고 주장하여 계몽철학과 경험철학론의 원조가 되었다. 국민의 저항권, 대표제에 의한 민주주의, 삼권 분립, 이성적인 법에 따른 통치와 개인의 지유 등을 강조한 그의 사상은 영국 명예 혁명, 프랑스 혁명, 미국의 독립전쟁의 사상적 기반이 되었고 서유럽 민주주의 토대가 되었다. <인간오성론> <관용편지> <교육론> 등의 저서를 남겼다. / 삼성출판사
마키아벨리는 로크보다 한 세기 전의 사람으로 국가통치자로서 군주가 할 수밖에 없는 행위, 즉 도덕성이나 종교에 반하는 행위를 정당화하였다. 마키아벨리의 사상은 국민의 자유보다는 군주의 통치권을 강조한다.

로크의 <정부론>은 당시로서는 극히 혁명적인 사상을 담고 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종교로부터 정치를 독립시켰다면, 로크는 <정부론>를 통해 정부라는 개념을 창출하여 새로운 국가관을 만들었다. 일인 왕권으로부터 권력을 분리시키고 일반인들에게 일정한 권리를 이양하고자 했다. 왕의 권력에 의해 운영되는 국가가 아니라, 권력을 분산시켜 의견을 형성하고 운영하는 체계라는 '정부' 개념을 탄생시킨 것이다.

지금은 정부라는 단어를 흔히 쓰고 있지만 로크가 살았던 시대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개념이었다. 이런 로크의 사상은 현대에 이르러 권력분립, 대의제 정부, 관용과 언론과 양심의 자유, 법치주의, 부를 추구할 권리 등 어디에서든 흔히 볼 수 있는 이념의 근간이 된다. 이처럼 철학자의 사상이 시대를 넘어 폭 넓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과 없는 개념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경이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로크의 자유주의는 완성이 아니라 출발에 불과하다. 로크는 정치적 권리의 평등하게 하면서 부의 불평등을 합법화했다는 문제점을 낳았다. 국가 운영을 위해 다수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하여 소수의 정당성은 간과하였다. 현대에도 로크의 자유주의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신자유주의가 그것이다. 이 책에서는 신자유주의가 새로운 개념에서의 자유주의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케인즈가 주장한 복지국가 개념에서 다시금 로크의 자유주의로 돌아가자는 복고 운동이라고 한다.


그러나 신자유주의가 몰고 온 당면 과제를 생각해 볼 때, 비효율성으로 인해 발생된 복지국가 혹은 수정 자유주의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이 책 <로크의 정부론-권력의 기원을 찾는다>(삼성출판사)에서도 다음과 같이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세계화와 구조조정이라는 말로 대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고전적 자유주의의 문제점인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양극화 문제를 세계화하는 데 기여하였습니다. 신자유주의는 시장의 자연 발생적 질서에 의해 생겨난 불평등을 정당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양극화를 과연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인정하기에 지금의 양극화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참을 수 없는 '세계화의 덫'일 뿐입니다. 이양극화의 지나침 때문에 온건한 자유주의 이론가들도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비판합니다. 그들은 신자유주의가 아닌, 인간의 얼굴을 한 자유주의를 원한다고 말합니다.'

'로크는 자유주의적 이론 체계를 만들면서도 정치적 민주주의, 다시 말해 독재에 대한 저항, 평등, 자유, 독립이라는 인간의 권리를 주장했다는 점에서 인류 사상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그의 민주주의 사상도 부의 불평등 문제에 눈감았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의 사상이 이러한 불평등을 더욱 강화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로크의 민주주의는 자유주의를 위한 일종의 치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자 소개

한편으로는 현실에 대한 철학적 비판을 다른 한편으로는 철학의 대중화를 지향하는 전문 철학 연구자들의 모임 1989년 설립되어, 현재 석·박사, 대학원생 및 대학 강사, 연구원, 교수들을 합쳐 전국적으로 3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펴낸 책으로는 <삶과 철학> <문학과 철학> <이야기 학국 철학> <동서양 고전, 읽고 쓰고 생각하기> 등이 있다. / 삼성출판사
로크의 자유주의 정치철학은 현대의 가장 큰 모순의 기원이 되기 때문에 오늘날 정치, 경제사상의 치열한 논쟁 중심에 있다. 이런 현상이 우리에게도 예외일 수 없고 어쩌면, 그 어느 나라보다도 더욱 치열한 논의 되어야 할 시기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가장 시급한 당면 과제로 한미FTA만 보더라도 자유주의에 대한 논의가 왜 필요한지 알 수 있다.

이 책 <로크의 정부론-권력의 기원을 찾는다>는 로크의 <정부론>을 소개하고 그로 인해 생겨난 현상과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로크의 사상을 알기는 해야겠는데 <정부론>를 읽기는 부담스러운 학생들에게 권하고 싶다. 현대에 문제와 연관시키기고 해석했다는 점과 부록에 관련 논술을 문제를 실었기 때문에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리더스 가이드, 네이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리더스 가이드, 네이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만화 존 로크 정부론

이근용 글, 주경훈 그림, 손영운 기획,
주니어김영사,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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