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젠 고로 "고민만 하는 게 환자를 위한다고 볼 수 없어"후지TV 백색의 거탑 캡쳐
일본판 <백색의 거탑>을 토대로 구체적인 증거, 그 두 번째 예를 들어보자. 자이젠 고로와 사토미 슈지는 어떠한 상황에서 서로에게 똑같이 "의사는 신이 아니다"라는 말을 사용하게 된다.
자이젠 고로는 사토미 슈지에게서 우카이 료이치(이부 마사토, 한국판은 우용길, 김창완 분) 내과 교수가 오진한 환자를 수술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하지만 자이젠 고로는 사토미의 부탁을 거절한다. "우카이 교수였어? 미안하지만 다른 사람한테 수술을 부탁하게. 우카이 교수가 오진으로 놓쳤던 환자를 내가 수술하면 곤란해져."
사토미 슈지는 자이젠 고로에게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그만 두겠다는 건가"라며 반문한다.
자이젠 고로는 "난 그렇게 비겁한 놈이 아니야. 다만 우카이 교수에게 창피를 줘서 아즈마 테이조 교수(이시자카 코지, 한국판은 이주완, 이정길 분) 귀에 들어간다면 대학병원에서 여러 가지 말들이 많아질 거야"라고 대꾸한다.
사토미 슈지는 언성을 높혀 "어떠한 경우라고 환자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다시 반문한다.
돌아오는 답변은 "의사는 신이 아니야, 인간이니깐"이라는 자이젠 고로의 냉정한 시각일 뿐이다. 사토미 슈지도 앞서 자이젠 고로에게 같은 말로 충고한 적이 있다.
자이젠 고로가 암으로 의심되는 환자에게 "당신은 암입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라는 직설적인 말투로 완치를 약속할 때였다.
이에 사토미 슈지가 "위험한 시각 아니냐"면서 핀잔을 주자, 자이젠 고로가 말한다. "환자에게 의학전문용어를 남발해서 우롱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절대로 걱정 없다는 강한 한마디 어조가 안심시킬 수 있어."
사토미 슈지는 자이젠 고로에게 "의사는 신이 아니라 환자와 똑같은 인간이야"라면서 환자를 위한 의사가 되길 바란다.
사토미는 99% 확신이 서도 단 1% 이견이나 불확실한 사항이 있다면 철저한 조사와 검증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시각이야 어찌됐든 자이젠 고로나 사토미 슈지 모두 환자를 위한 자기만의 최선의 치료방법이라는 철학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닌, 가치관의 차이일 뿐, 환자를 위한 휴머니즘 구현이라는 결론 도출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