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재의 다른 글 만나고 싶은데 헤어진 지 너무 오래되어 연락할 방법이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가능한 대답 중 하나는 방송국에 사연을 보내는 것이다. KBS의 또는, MBC의 <꼭 한번 만나고 싶다>는 이렇게 여러 가지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만남을 성사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젊은 연예인들의 초등학교 시절 첫사랑이든 보고 싶은 은사든, 가난 때문에 불가항력으로 헤어져야 했던 가족사이든, 과거의 애틋한 사연을 재연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헤어진 지 몇 개월도 안 되어서 연락처와 사는 곳도 알고, 그 사람의 행동 영역이나 지인들에 접근이 충분히 가능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몇 가지 방법이 있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직접 연락하는 것이다. 또는 방송국에 의뢰하는 것이다. 케이블 TV Mnet의 <장근석의 X- 보이프렌드>(이하 ‘X')가 바로 혼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여겨지는 사람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이다. 연인을 찾아주는 <장근석의 X- 보이프렌드> @BRI@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여기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란 헤어진 예전 남자친구 혹은 여자친구에 국한된다. 그러나 현재 개인적으로 소식이 끊겨서 만날 수 없는 상태인지 아닌지의 여부는 아무 제한이 없다. 연락 두절 상황이 너무 오래 지속되어서 실마리를 찾기 힘들다면 오히려 사연 채택이 힘들 것 같다. 왜냐하면 이 프로그램은 주로 예전 애인의 현재 모습에 대한 몰래카메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스토리 및 그(녀)를 찾기까지의 과정이나 드디어 찾는 순간의 극적인 흥분보다는 철저히 현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카메라는 사람을 찾는 순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계속 숨어서 지켜본다. 패널과 방청객들은 몰래카메라로 찍힌 X들의 모습을 보면서 언제 집으로 돌아가고 언제 외출을 하는지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한다. 그리고 X들이 만나는 사람이 새로운 애인인지, 의뢰인을 만나러 방송에 나올 것인지를 투표한다. (물론 투표 결과는 아무 의미 없다) 아마도 개인의 사생활 보호가 현대 사회에 가장 침해받기 쉽기 때문에 가장 신경 써야 할 권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혐오할 만한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다. 간혹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는 X도 있다. 그럴 때 제작진은 이렇게 설명한다. 이것은 방송 촬영이며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고. 방송이라는 것이 시민 개인의 일상을 몰래 감시할 수 있는 이유로 정당한가? 방송의 권력을 과대평가하는 것은 아닌가? 방송은 사립탐정과 다르다. 사립탐정은 자신이 수집한 자료를 의뢰인에게만 공개한다. 그러나 방송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기 위한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자료를 수집한다. 는 추적의 과정에서 그(녀)에 대해 무엇을 더 알아내느냐는 긴박감과 들킬지도 모른다는 스릴에 집중하면서 추적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은 상실하고 있다. 개인의 인권을 무시한 ‘몰래카메라’ 연예인의 몰래카메라는 식상해 졌지만 몰래 훔쳐보는 쾌락에 대한 요구는 식상하지 않다. 그리고 원래 다른 사람들의 연애사는 호사가들의 영원한 주제다. 그리고 지금은 자신의 지나간 연애사를 방송으로 공개할 용의가 충분히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요건들에도 불구하고 는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몰래카메라의 대상이 된 개인의 권리를 상기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가? 이전에 일반 개인들을 몰래 촬영한 것을 방송의 소스로 삼은 프로그램들(예를 들면 SBS의 ‘1% 실험실’은 “방송을 허락해 주신 시민들께 감사드립니다”라는 자막을 삽입하였다)이 최소한 보여준 태도와 비교해 보아도 권리의식이 매우 후퇴했다. 프로그램에서는 의뢰인과 X가 사귀던 시절의 사연이 짧은 만화로 제시된다. 이 만화는 순정만화처럼 길쭉하고 멋진 인물들이 파스텔 톤의 배경 속에서 감동적인 사랑을 하다가 안타까운 이유로 헤어진다. 가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인격권에 대한 권리 의식은 마치 이런 순정만화처럼 뽀얗기만 하다. 순정만화로 덧칠한 몰래카메라를 보면서 의아한 점은 이것이다. 내가 사는 일상 공간에 허락하지도 않은 카메라가 나의 모습과 내 주변을 촬영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존재를 알게 된 X들은 왜 아무도 화내지 않고 자기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만 궁금해 하는 것일까? 혹시 있었는데 그것도 편집에서 누락된 것일까? 덧붙이는 글 | TV 리뷰 시민기자 공모 덧붙이는 글 TV 리뷰 시민기자 공모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