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남북연합단계 진입"
"북미간 비밀거래 경계해야"

[현장] 열기 후끈했던 '한반도 평화체제' 토론회

등록 2007.03.14 10:39수정 2007.03.1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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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평화재단 주최로 '2·13 합의와 한반도 평화체제' 토론회가 열렸다.
13일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평화재단 주최로 '2·13 합의와 한반도 평화체제' 토론회가 열렸다.오마이뉴스 김태경
"1970년대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수교 협상에 나서는 닉슨 쇼크가 발생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도 닉슨 쇼크를 다시 일으킬 수 있다. 2008년에 한반도 평화협정 체제가 개막되고 2013년 이후 미북 수교 및 유엔 보장하에 남북연합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조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13 합의가 이뤄진 배경을 추축해 볼 때 북한과 미국이 지난 1월 베를린에서 한반도 미래를 놓고 비밀거래를 한 것 같다. 핵무기 및 핵물질을 확산시키지 않는 조건으로 미국이 북한의 기존 핵을 묵인해주는 내용일 수 있다. 한국이 배제되는 새로운 질서 형성에 대해 경계할 필요가 있다."(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13일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 19층에서는 평화재단 주최로 '2·13 합의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최근 북미 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인지 300명 정도의 청중이 몰렸다. 이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해 2·13 합의 이행 과정 및 한반도 미래에 대해 토론을 벌였는데 글머리에 소개한대로 상당한 시각차를 보였다.

먼저 법륜 평화재단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체제 안전 보장을 받는 길 밖에 없다고 내부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안다"며 "미 행정부도 완전히 이전과 입장이 바뀌었는데, 네오콘 등 반대 세력의 힘이 약하고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지지를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금은 단순 핵문제 해결이 아니라 냉전구조가 해체되고 평화체제로 나아가는 길목에 있다"며 "큰 판은 유리하게 진행되지만 평화체제를 디딤돌로 해서 통일로 가느냐 아니면 분단 고착화로 가느냐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갈림길에 있다"고 지적했다.

"종전선언은 평화조약의 앞 단계"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신안보연구실장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동북아 질서개편'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통해 3단계에 걸쳐 한반도 비핵화 과정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먼저 2·13 합의에 규정된대로 60일 이내의 조치가 실행되면 이어 6~12개월에 걸쳐 북한은 ▲모든 핵 프로그램의 완전신고 ▲모든 현존 핵 시설의 불능화 ▲핵확산방지체제(NPT) 복귀 등을 하고 미국은 ▲테러지원국 및 적성국 교역법 해제 ▲경수로 공사재개 ▲종전 선언 등을 하게 된다.

최종 단계에서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면서 북·미 및 북·일수교,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로 가게 된다. 이전에는 종전선언과 평화조약이 한 묶음으로 인식되었으나 요즘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조 실장은 "미국이 종전선언과 평화조약을 구분해, 북한이 2·13 합의의 초기 단계 및 중간단계의 조치를 이행할 경우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통한 종선 선언 서명식을 가질 수 있다는 입장을 북한에 전달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종전선언문에는 남북기본합의서 준수, 국군 포로 및 미군 유해 송환문제 해결 등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라며 "또 서해북방한계선(NLL) 및 공동어로 구역 설정, 유엔사령부의 기능전환, 국가 보안법 및 북한 노동당 규약 개폐 문제 등이 과제로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앞으로 주한 미군기지 및 남한 핵 시설에 대한 사찰을 요구할 가능성 등 난제가 만만치 않다"고 지적한 조 실장은 "그러나 1990년대 초반의 냉전 해체라는 제1의 물결,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제2의 물결에 이어 이제 제3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고 낙관적인 입장을 보였다.

북한이 한반도 평화문제 주도권 쥘 것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남북관계'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한 조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13 합의는 북한이 변한 게 아니라 미국이 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대외 정책의 실패로 궁지에 몰린 미 행정부는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상당히 낙관적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로드맵을 제시했다.

1단계(2007∼2008년 전반)에서는 북한이 비핵화 초기 조치 및 핵시설 불능화, 현존 핵프로그램 완전 신고(사찰 및 검증 완료)를 하고 미국은 테러지원국 해제 및 적성교역법 적용 종료, 경수로 제공시기 논의, 미사일 및 생화학 무기 협상 등을 시작하고 한반도 평화협정에 대한 논의를 한다. 한국은 군사당국 회담 개최를 통한 군축 방안 협의, 대북 개발 협력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2단계(2008년 후반기~2013년)에서 북한은 핵무기 및 핵물질 신고·검증·사찰·폐기를 시작한다. 미국은 한반도 평화협정 체제를 개막하면서 경수로 공사 재개 및 북미 연락사무 설치(2008년) 등을 한다. 한국은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에 노력한다.

3단계(2013년 이후)에서 북한은 핵무기 및 핵시설을 완전히 폐기해 해외로 내보내며 미국은 북미 수교와 함께 주한미군을 일부 철수해 상징적 수준으로만 남긴다. 또 이 단계에서 유엔 보장하에 한반도는 '남북연합'단계에 들어선다.

조 연구원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도에서 이제 한국의 '주도권은 한계에 봉착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평양-워싱턴 채널이 본격 가동된다면 비핵화·평화체제 문제는 북미 중심으로 논의될 수밖에 없다"며 "북미간 이미 합의된 것을 베이징에 모인 나머지 4개국이 형식으로 추인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북한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문제에서 정치적 주도권을 장악하게 된다는 것이다.

"북한 핵 해결되면 자동적으로 평화가 온다?"

주제 발표자들이 낙관적 전망을 한데 비해 토론에 나선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비관적이었다.

그는 "2·13 합의는 매우 불안전하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한반도 평화체제 가능한가?"라고 의문을 제시하면서 "1960~70년대 북한이 핵이 없을 때도 한반도 평화체제는 수립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백 실장은 북미간의 '베를린 밀약설'을 제기했다.

"2·13 합의가 이뤄진 배경을 추측해볼 때 미국과 북한이 한반도 미래를 놓고 전략적으로 비밀거래를 한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기존 핵무기는 장기 과제라는 미명하에 묵인해주고 대신 북한 핵무기 확산과 이전을 막는 것이다. 미국이 파키스탄을 이렇게 관리했다. 미국은 파키스탄의 핵실험 뒤 경제제재를 했지만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하면서 다 풀고 핵을 묵인해줬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중국에 의존하지 말라'고 미국에 말했다. 북한은 미국에 대해서 친중 국가로 남지 않을 수 있다고 메시지를 주면서 실질적인 관계를 변화시킬 것이다. 이는 미국의 두개의 한국 정책과 맞물릴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 핑퐁외교를 통해 수교하는 과정에서 대만은 소외됐다. 한국이 대만처럼 될 수 있다. 우리가 배제된 새로운 질서 형성에 대해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1994년 제네바 합의, 2000년 정상회담 등 지각변동 같은 일이 있었지만 나중에 흐지부지 되었다"면서 "2·13 합의도 처음 2개월 정도는 잘 되겠지만 핵시설 불능화 단계에서부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햇다.

북핵 문제 해결이 곧 한반도 평화체제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서 의문을 표시한 윤 교수는 "북한의 핵 개발은 단지 미국의 위협 때문만이 아니라 중소 대립의 틈바구니 속에서 정권을 보전하고, 남한 경제력과 군사력의 성장에 따른 대응책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호 국방대학교 교수도 주제발표자들에게 "미국은 진정성이 있다고 하는데 과연 북한은 진정성이 있는가, 비핵화에 대한 진지한 의도가 있다고 보는가"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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