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보삼 사립박물관협회장과 최병식 교수. 사립박물관 연구서에 대해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김기
연구를 수행하면서 최교수팀이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세계적으로 사립박물관에 대한 연구가 전무하다는 점이었다. 박물관이라는 커다란 이름에 억눌려 민간이 사재를 털어 운영하는 사립박물관은 그 의의가 큼에도 국제적으로 아직 사립박물관의 위상은 그리 높지 않음을 반영하는 현상이었다.
또한 국내적으로도 최교수의 말을 옮기자면 “한국사립박물관협회는 한국박물관문화의 진흥은 물론 사립박물관들이 현실적으로 한국문화진흥에 절대적인 기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올바른 평가와 의미부여가 이루어지지 않아 이에 대한 체계적인 정체성 확립을 추구”하고자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구체적 연구착수는 1년이지만 3년에 걸친 기초조사가 이루어진 셈인 이번 연구를 통해 최교수가 이룬 성과는 최초의 사립박물관 연구라는 점과 더불어 사립박물관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문화적 영향에 대해 수치화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사립박물관이 설립 및 운영에 지난 20 여년 투자한 금액도 그렇거니와 연간 8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닌 까닭이다. 그럼에도 문제는 이런 문화적 인프라를 통합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박물관 자체의 의식과 정부 정책이 부재하다는 점은 대단히 아쉬운 점이 아닐 수 없음을 강조했다.
사립박물관이 처음부터 박물관을 목적으로 세워진 경우는 흔치 않다. 현장에서 사립박물관의 낡은 서랍 속까지 들여다본 최 교수도 그런 점들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개인적 소장욕구나 학문적 수집 그리고 민족의식 등으로 사립박물관들 대게는 출발함을 그는 제기했다.
그러다가 차차 수집품의 수와 규모가 증가하면서 박물관으로 발전하게 된다는 것. 그 과정에서 사재를 몽땅 털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가족의 반대 등으로 불행을 겪게 되는 일도 자주 벌어지는 일이라고 한다. 물론 모든 사립박물관들이 그런 것이라 볼 수는 없지만 여하튼 대부분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하고 그에 대한 사회적 보상은 대단히 미미한 것이 현재 사립박물관이 처한 입장이라는 것이다.
어느 정도 재산을 보유했다가도 박물관을 운영하면서 처분하게 되고, 몇 년은 학예사 등 직원을 채용해서 꾸려나가다가 운영난에 봉착하게 돼서 결국에는 관장 혼자서 모든 박물관 업무를 도맡는 현상은 사립박물관들의 전반적인 경향이라고 한다.
그러나 미미한 정부지원도 전체 430 여관에 고루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소방시설, 학예사 등을 갖춘 등록박물관에 국한되어 있어 불합리한 요소를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교수가 분석한 다른 나라 사립박물관 등록요건과 우리나라는 사뭇 달라서 정부나 지자체가 가진 사립박물관에 대한 인식에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예컨대 프랑스, 미국, 네덜란드 등의 경우, 사립박물관 등록요건에 소방시설 및 학예사 자격자의 요구가 없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사립박물관들은 등록에 부담을 떠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등록에 대한 막연한 기대심리를 가졌다가 막상 등록 후에 이렇다 할 정부지원이 없어 낙심한 박물관들도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 최 교수는 등록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한편 철저한 평가를 통해 지원을 차등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런 선택과 집중은 결국 시민사회에 박물관의 위상을 알리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걸음도 떼지 못한 기부문화의 단초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노동법 관련해서 고발당하지 않은 관장이 얼마나 될까요?” 하고 난데없는 질문을 던지는 최 교수의 말에서 우리나라 사립박물관들이 겪고 있는 운영의 어려움은 단적으로 느껴졌다. 박물관은 인건비와 운영비 외에도 박물관 발전을 위해 유물구입비가 필수적으로 필요하지만 관장의 개인적 재정이 고갈되면 더 이상 그런 운영 및 발전의 기대는 불가능해진다.
결국 관장 1인의 개점휴업의 박물관이 늘게 되고, 그런 현상이 깊어지면 박물관 인프라는 효율을 잃고 마는 것이다. 국민 개개인의 자발적 투자로 형성된 1조원 이상의 인프라를 그렇게 방치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될 일이 분명하다.
이런 사립박물관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다행스럽게도 몇 년 전부터 국립민속박물관이 사립박물관협력망사업을 통해 노력하고 있고, 그 일이 작년 문화부 우수혁신사례로 선정됐지만 오히려 예산은 준 기이한 결과를 보이고 있어 정부의 박물관에 대한 인식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정책이 많은 나라도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책대상에 대해서 정확히 안 이후에 정책과 법을 만들어야 한다. 사립박물관과 관련한 정부정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립박물과협회의 의견청취 한번 없이 만들어진 정책이 제대로 된 것으로 볼 사람은 없을 것이다”고 정책의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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