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여, 도올만큼만 성서공부하라!

[주장] 한국교회 성경공부의 참담한 현실

등록 2007.03.17 15:07수정 2007.07.0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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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김용옥.
도올 김용옥.권우성

이번 도올의 요한복음 강의에 대해 대체로 기독교계에선 자신들의 입장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도올의 강의는 정통 기독교에서 벗어났다"면서 비난에 가까운 얘기를 해댄다. 하지만 그렇게 비판하는 대부분의 논의들은 생산적인 신학적 토론이 되지 못하고 그저 알맹이 없이 오고가는 비난에 가까운 말들만 토해내는 경우들이 많아 보인다.

예전에 도올 김용옥이 TV에서 유교 <논어>를 강의하고, 불교를 강의할 때만 해도 작금의 기독교계 반응처럼 그 시작부터 시끄럽진 않았는데, 왜 이다지도 민감하게 구는 건지 모를 일이다. 아마도 여기에는 기독교가 지니고 있는 교리적 잣대와 보수적 배타성도 한 몫 작동하는 게 아닐까 싶다. 확실히 도올이란 존재는 이미 우리 사회를 읽어내는 아이콘 중의 하나이다.

도올의 성서 강의와 한국교회의 성경 공부 현실

@BRI@지금까지 끝난 20강 강의에 대해서만이라도 굳이 얘기한다면, 한 마디로 도올의 강의는 '엑설런트급'이라고 평하고 싶다. 왜 그런가. 솔직히 오늘날 한국교회의 참담한 현실과 위기를 생각해볼 때, 도올의 강의는 성경을 공부하면서, 이만큼의 철학적 기반과 예수시대 당시에 대한 배경 이해를 깔고서 하는 성경공부를 나는 보질 못했다.

혹자는 도올의 강의도 신학교에서 이미 다 배운 낡은 이론이 아니냐고 얘기하겠지만, 실제로 신학교에서조차 그만큼의 철학적 토대를 가지고 가르치는 데도 드물다. 내가 특히 강조하고 싶은 지점은 오늘날 한국교회의 어처구니없을 만큼 부실한 성경공부 현실이다.

행여 신학교에서 잘 배웠다고 치자. 하지만 그것이 일반 대중들 특히 평신도에게까지 스며들지도 못하고 그저 교리만 주입되고 있는 현실이라면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는가. 오늘날 한국교회가 성경공부랍시고 하는 교재들 대부분은 성경공부가 아닌 교리 공부일 따름이다. 그런 종류의 성경공부 교재들은 도올 강의와 비교 자체를 논할 수 없을 만큼 매우 유치한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교회 현장에서 쓰이는 대부분의 성경공부 교재들은 거의가 보수 근본주의의 5대 교리들인 ▲성서무오설 ▲예수의 동정녀 탄생설 ▲예수의 대속적 죽음 ▲예수의 육체적 부활 ▲ 예수의 재림 같은 것들을 이미 못 박고서 거기에 끼워 맞추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성서는 결코 닫힌 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교리적 해석만이 전통 교리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정죄하는 잣대 노릇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도올도 발끈했나 보다. "도대체 누가 정통이냐?"라고 되묻고 있잖은가.

오늘날 학계에서조차 일반화되어 있고, 기독교 서점에 가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성서 비평 교재조차도 대부분의 교회는 소개하지 않는다. 이 같은 현실은 한국교회가 지닌 심각한 서글픔이 아닐 수 없다. 상황이 이토록 열악하니 도올의 강의가 어찌 고군분투로 보이지 않겠는가.

현재의 한국교회가 시행하고 있는 성경공부의 해악은 작금의 도올 EBS 성서강의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보다 훨씬 더 크고 심각한 수준임을 알아야 한다. 대부분의 한국교회에서 그렇게 행해지고 있는 한심한 성경공부가 우리 사회의 진보의 흐름을 역행하는 데 기여하고, 보수 이데올로기와 밀착되게끔 하며, 그러한 사고구조를 가진 인간들을 자꾸만 생산해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논의의 여지가 없을 만큼의 명백한 현실이다.

도올의 구약폐기론, 어떻게 볼 것인가

이번에 더욱 논란이 되었던 것은 도올의 구약폐기론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도올의 구약폐기에 동감은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동의하지 않는다. 일면 모순된 발언 같지만 나로서는 한 가지 간과되고 있는 점이 있기에 그러하다.

구약은 도올이 지적하고 있듯이 매우 야만스럽고 정복적이며 피를 부르는 흔적들을 자주 보이고 있다. 처절한 생존의 절박성에 놓인 약소민족이 갖는 또 다른 호전성이 야만적으로 삐져나오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반면에 그 속에서조차도 이를 역류하고 있는 상향의 흐름도 같이 있기에 그러하다. 바로 그 상향의 흐름이야말로 진정한 기독교의 모태가 되고 있기에 하는 얘기다.

분명하게도 예수의 하나님 나라 운동은 구약시대의 예언자 전통과 맞닿아 있다. 알다시피 예언자 전승은 구약의 또 다른 한켠에 있는 왕조전승과 충돌하면서 형성되어 온 약자해방 전통에 서 있는 진영이다. 이들 예언자들이 구약의 열왕들과 이스라엘 민족의 회개와 가난하고 억눌린 자들에 대한 구원과 해방을 절절히 부르짖고 호소하면서 나중에는 상생의 세계인 하나님 나라를 대망하는 메시아(새로운 왕) 사상으로 가게 된다. 그 메시아는 고난 받는 종으로서의 메시아요, 지배하는 왕이 아닌 섬김의 도를 갖는 새로운 신왕사상이다.

이 상향적 흐름의 진정한 성취는 당연히 신약의 예수사건에 있다. 아마도 도올도 이 점만큼은 크게 부인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 그렇기에 구약과 신약도 각각 '예수 이전'과 '예수 이후'로 놓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구약을 읽는 진정한 맛깔스러움은 원시적인 미개함과 야만스러움 속에서조차 바로 온전한 구원의 역사로 향하는 상향적 진화의 흔적들을 읽어내는 데에 있다. 이 '상향'이란 도올 자신도 백두의 <이성의 기능>(the Function of Reason)을 번역하면서 언급했던 바로 그 상향과 다르지 않은 개념이다.

물론 나름대로 이를 잘 읽어내려면 기본적인 해석학적 훈련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이를테면 신 이해부터 달리해야 하니 말이다. 즉, 구약도 세계를 이해하는 철학적 소양만 잘 갖춰진다면 얼마든지 유용할 수 있다고 본다. 어차피 성서관의 문제 역시 해석학의 문제로 귀결된다.

무엇보다 분명한 점은, 도올의 구약폐기 언급은 도올 요한복음 강의의 핵심이 아니다. 단지 언론 혹은 보수교계가 가십거리 혹은 트집거리로 잡아서 부각이 된 점이 더 크다. 내가 보기에 도올의 요한복음 강의에 전부 동의하진 않더라도 유용하게 느껴지는 내용도 아주 많아서 그 같은 구약폐기 언급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여겨진다.

한국교회여, 제발 도올만큼만이라도 성서 공부하라!

그만큼 한국교회 현실은 도올의 성경공부만큼 성서를 전혀 읽어내지도 못하고 있는 지경이다. 헬라철학이 뭔지, Q자료가 뭔지, 이러한 기본적인 이해에 해당하는 용어들조차도 신학교 가서나 들어나 볼까, 일반적인 한국교회 안에서는 전혀 나눠지지 않고 있다. 이미 한국교회 대부분 목사들부터가 교회 성도들에겐 그런 건 별로 필요 없다고 여기는 것 같다.

언젠가 교회를 아주 오래 다녔다는 신자분과 얘기하던 중에 예수가 원래 세례 요한의 제자였다는 사실을 말하자 매우 깜짝 놀라며 날 더러 주님에게 어찌 그런 망발을 하느냐고 말했다. 예수가 세례 요한의 제자였다는 사실은 오늘날 신약학계에선 일반화된 이해에 속하지만 한국교회를 십수 년을 다녀도 듣도 보도 못한 얘기에 해당되는 것이다.

이같은 기본적인 이해조차도 매우 '서프라이즈'한 것으로 둔갑되는 한국교회 안에선 도올의 강의는 앞으로도 계속적인 비난을 받을 것이고, 그 반작용으로 도올 강의의 진가는 더욱 더 빛날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성서무오설을 얘기하고 성서문자주의를 고수하는 한, 무슨 깊은 공부가 나올까 싶다. 성경공부도 제대로 안 하는데 제대로 된 내용의 설교가 나오겠는가.

나 자신이 백퍼센트 도올에 대해 동의하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도올 강의를 그나마 옹호하고 싶은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한국 기독교계가 도올 강의에 대해 왈가왈부하기 이전에 그 스스로부터 자숙하고 반성해야 할 산적한 문제들과 참담한 현실부터 먼저 직시했으면 싶기에 하는 얘기다.

그러니 제발 한국교회여, 그냥 도올만큼만 성경공부하길 바란다. 적어도 도올은 그래도 나름대로 공부를 쌓고서 성경을 지지든 볶든 하였지만, 성서문자주의가 9할 이상이나 지배되고 있는 오늘날 한국교회 현장에선 그 같은 치열한 공부과정 자체가 아예 사라져 버렸다. 아니 필요 없어졌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깊은 사고를 요구하는 공부체계가 전혀 아니잖은가. 성서를 읽고도 오로지 교리적 해석에만 눈이 멀어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갈 길이 먼 한국교회 변혁에서 볼 때, 도올 강의는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이 더 많다고 본다. 오늘날에는 한국개신교에 대한 비판 자체부터가 일반 사회에선 (설령 그것이 멋모르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한국교회가 언제까지 우리 사회의 진보의 흐름에 역행하면서 지탄의 대상으로서 남아있어야만 할 것인가. 작금의 한국교회를 위한 변혁은 그만큼이나 절실하고 요원한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정강길 기자는 세계와기독교변혁을위한연대 기획실장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정강길 기자는 세계와기독교변혁을위한연대 기획실장입니다.
#도올 김용옥 #요한복음 #구약폐기 #성서강의 #성경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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