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꽃은 연분홍 물 들여 곱게 바느질한 옷을 차려 입은 가녀린 여인 같다.김연옥
아직 남아 있는 찬 기운에도 화려한 봄꽃들이 여기저기서 꽃망울을 톡톡 터뜨리고 있다. 지난 18일 찾은 청량산(323m, 경남 마산시)에서도 봄꽃 냄새가 실바람을 타고 내 마음을 마구 흔들어댔다.
청량산은 내게 달콤한 첫사랑 같은 산이다. 몸이 무겁고 마음마저 복잡해지면 나는 우리 아파트 뒤에 있는 그 산으로 달려가곤 한다. 새 학기인데다 오랜만에 중학교 담임을 맡아 나는 요즘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19일에 있는 교내 환경심사 때문에 우리 반 아이 몇몇이 사흘 동안이나 늦은 시간까지 남아 교실을 꾸몄다. 나는 그들의 저녁을 챙겨 주며 함께 있었는데, 간간이 춤도 추면서 일을 즐겁게 하는 아이들 모습이 너무 예뻐 내 손전화에도 담아 두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그날 모처럼 청량산을 찾게 되었다. 아파트 뒷문을 나서자마자 생각지 못한 샛노란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 화들짝 놀랐다. 화사한 봄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성큼 다가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