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일까요? 비단일까요? 아니면 추상화?이승철
바위협곡을 입구로 만든 고대동굴도시 패트라에서 보이는 것은 모두가 놀랍고 신기한 것들뿐이다. 비좁은 바위협곡과 까마득한 붉은 바위산이 놀랍고, 알카즈네 신전에서 감탄을 거듭하다가, 계곡 안으로 들어가면서 수많은 유적과 동굴들을 바라보게 되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겨를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놀랍고 신기한 것은 그것에 그치지 않는다. 가이드로부터 듣는 패트라의 역사가 듣는 사람들을 또 다시 놀라게 하는 것이다. 패트라는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인 기원전 6세기경에 서부아랍지역 출신의 유목민족인 나바테이안들이 지금의 동굴도시지역 주변에 정착을 시작하면서부터 세워졌다.
그럼 이 척박한 바위계곡 속에서 이들은 무엇을 먹고 살았을까? 주변이 온통 깎아지른 절벽들로 이루어진 붉은 사암과 사막뿐인 이곳은 사람들이 살아가기에 적합한 땅은 절대 아니다. 그런데도 이만한 고대도시를 이루며 살았다는 것이 신기하지 않은가. 사실 그 시절 나바테이안들의 주 수입원은 이 지역을 통과하는 대상(caravan)들을 약탈하는 것이었다.
옛날 어느 영화에서 보았던 장면을 상기해보자. 수십 명의 대상들이 뜨거운 태양빛에 긴 그림자를 끌며 신기루처럼 나타난다. 이들은 진기한 향료와 보물들을 낙타에 짊어지우고 느릿느릿 사막을 걸어가고 있다.
그런데 그 대상들이 어느 모래언덕을 돌아서자 말이나 낙타를 탄 산적들이 바람처럼 나타난다. 하나같이 얼굴엔 검은 복면을 하고 약간 휘어진 긴 칼을 휘두르며 나타난 산적들은 대상들에게서 향료와 보물들을 약탈하여 역시 바람처럼 사라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