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비밀을 찾아드립니다"

[서평] 정신과 전문의 프랑수아 를로르의 <엑또르 씨의 사랑여행>

등록 2007.03.19 11:33수정 2007.03.19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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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랜덤하우스코리아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사랑에는 두 가지 욕망의 뜻이 있다고 말했다. 첫째는 주고 싶다는 욕망이고, 둘째는 빼앗고 싶다는 욕망이라고 했다. 또 사랑에는 조건 없는 헌신적인 사랑이 있는가 하면 조건적인 사랑이 있다. 희생적인 사랑이 있는가 하면 이기적인 사랑이 있다.

몽테뉴는 <수상록>에서 "사랑은 규칙을 알지 못한다"라고 했다. 사랑은 어떤 의미에서 천의 얼굴을 가진 존재다.


파리의 정신과 의사 엑또르가 사랑의 비밀을 찾아 여행을 떠났다. 프랑스의 정신과 전문의이자 작가인 프랑수아 를로르의 소설 '엑또르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 <엑또르 씨의 사랑 여행>이 그것이다.

주인공 엑또르는 사랑 때문에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해 '사랑'의 비밀을 찾아 또 한 번 깨달음의 여정에 오르고,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를 무대로 여러 가지 사건들이 흥미롭고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소설은 현대인들이 완전히 행복해하지 못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사랑'이 아닌가 하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행복하기 위해서 사랑을 하고, 사랑하면 행복한 것이 당연할진대, 현실의 사랑은 그와 반대로 사람들을 끊임없이 괴롭히며 정신과 의사의 진료실로 문제를 안고 오게 하는 것이었다.

많은 이들이 사랑에 대한 갖가지 이유로 힘들어하며 정신과 의사 프랑수아 를로르의 진료실을 찾았다. 더 행복해지고자 하는 사람들의 물음에 의사인 자신도 답할 수 없음을 깨달은 를로르는 노트를 들고 여행을 시작했다. 누구보다 풍족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더 여유롭지 못하고 행복하지 못하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고 시작된 정신과 의사의 여정은 '더 행복해지기 위한 사랑의 탐구'라는 자리에 이른다.

사랑의 묘약


@BRI@"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마지막 사랑을 간절히 원한다. 사랑하고 또 사랑받는다고 느끼는 누군가를 만나면 그것이 평생 함께할 마지막 사랑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안정된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시작되는 사랑의 설렘에 대한 기대를 버릴 수 없다는 데 있다. 설렘 후의 고통을 뻔히 알면서. 엑또르는 이러저러한 경험들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여전히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것이며 정신과 의사인 자신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것임을 환자들 뒷모습을 보며 절감한다."

이야기의 큰 축은 작가의 분신이기도 한 주인공 엑또르가 마시면 사랑에 빠지게 되는 '사랑의 묘약'을 둘러싼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사이 엑또르는 사귀던 애인과 헤어지고 새로운 사랑을 만나 실연하고 갈등하며 새로운 설렘을 느끼기도 하고, '묘약'의 제조에 얽힌 사랑의 생물학적 분석에 대한 교수의 편지를 받기도 하며, 그 밖에도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남녀관계를 함께 고찰하기도 한다.


사랑에 대해 나올 수 있는 온갖 솔직한 의문들을 이야기에 맛깔스럽게 버무리며 더 적극적으로 독자의 마음을 두드린다. '왜 사랑 후에 따를 고통들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사랑을 시작하는가?', '왜 한 사람을 사랑하는 동안에도 새로운 사랑의 설렘을 기대하는가?'

또 '왜 나는그를 사랑하나?', '어떻게 사랑이 변할 수 있나?', '남녀 간의 이해관계는 사랑에 얼마만큼 작용하고?', '사랑과 성욕의 관계는 어떠한가?' 등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질문은 엑또르의 모험을 통해 답을 찾아나간다.

사람들은 행복해지길 원한다

"우울증은 하나의 질병입니다. 이제 사람들은 자신의 질병이 치유되기만을 바라는 게 아니라 좋은 건강 상태를 유지할 수 있기를, 즉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제가 지어낸 것이 아니라 세계보건기구의 발표문에 있는 내용입니다. 요컨대 사람들은 행복해지길 원한다는 것이죠."

모든 사람들은 행복해지기 위해, 행복한 살을 살기 위해 오늘이라는 시간에 충실하게 반응한다. 행복은 미래의 것이라서 지금 씨를 심어야 하기 때문이다. <엑또르 씨의 사랑 여행>은 한 걸음씩 사랑과 행복에 다가가게 하는 길을 가르쳐 준다. 사랑을 받고 사랑을 하기 때문에 기뻐하고, 때론 사랑 때문에 슬퍼하는 사람들에게 위로의 손길을 보여주며 엑또르를 통해 단순명쾌한 깨달음을 전해준다.

'묘약'을 차지하려는 사람들의 정체가 밝혀지고 엑또르의 모험도 끝나가면서 이상의 의문들도 함께 정리되며 답을 찾아나간다. 모험 중간 중간 떠오른 27가지 사랑에 대한 단상과, 연인 클라라와 헤어지며 깨닫게 된 '실연을 구성하는 5가지 요소'에 대한 단상이 또 노트에 담겨 독자에게 전해진다. 이는 더 완전한 사랑을 위해 저자가 전하는 힌트이다.

저자가 정신과 의사라는 점에서 사랑과 행복에로의 접근이 심층적이고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좋은 책은 주제와 그것을 이끌어 가는 길이 명확한 것인데 <엑또르 씨의 사랑 여행>은 주제의 분명성과 덧붙여 더불어 풀어가는 방법이 좋은 책이다.

덧붙이는 글 | 나관호 기자는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이며 북칼럼니스트입니다. 
또한 <나관호의 삶의 응원가>(www.bigfighting.co.kr)라는 타이틀로 메일링을 통해 글을 보내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나관호 기자는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이며 북칼럼니스트입니다. 
또한 <나관호의 삶의 응원가>(www.bigfighting.co.kr)라는 타이틀로 메일링을 통해 글을 보내고 있습니다.

엑또르 씨의 사랑 여행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베로니크 사바티에 그림, 이재형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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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짧은 여행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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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제이 발행인, 칼럼니스트다. 치매어머니 모신 경험으로 치매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이다. 기윤실 선정 '한국 200대 강사'로 '생각과 말의 힘'에 대해 가르치는 '자기계발 동기부여' 강사, 역사신학 및 대중문화 연구교수이며 심리치료 상담으로 사람들을 돕고 있는 교수목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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