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선거부정... 목사로서 부끄럽다"

중진 목사, 교단 내 부정선거 의혹 제기... "명예훼손 고발도 감수하겠다"

등록 2007.03.19 14:55수정 2007.03.19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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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중요한 것은 고소를 당하고 말고가 아니라‘당선만 되면 유야무야 넘어가는 관례를 깨는 것' 법적 고발도 감수하겠다

중요한 것은 고소를 당하고 말고가 아니라‘당선만 되면 유야무야 넘어가는 관례를 깨는 것' 법적 고발도 감수하겠다 ⓒ 장익성/에큐메니안


"착잡하다. 목사가 이런 일에 나서는 것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목회만 해야 하는데……."

16일 한 음식점에서 기독교대한 감리회(이하 감리교) 중진급 목회자인 송정호 목사가 "소속교단 연회 감독인 아무개 씨가 선거시 부정을 저질렀다"며 기자회견에서 던진 첫 마디다.

이와 함께 연회 감독 선거가 있기 2달 전인 지난 2006년 8월, 29개 감리사와 190명의 목회자 명의로 서명된 '부정선거로 감독에 당선된 협의가 있을 시 연회 불참과 분담금 납부 거부'를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감리교 내에서 공명선거를 기적한 목회자는 송 목사 이외도 몇몇 존재하지만 현직 감리사가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적으로 불법을 지적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IMG1이날 @송 목사는 "법적 신고 기간인 총회 때(10월) 교단에 이 문제를 공식 건의하려 했지만, 담당자와 교단이 이러저러한 핑계로 받아주지 않아 지금까지 미루게 됐다"며 "연회 기간인 4월, 목회자들에게 문제를 상기시키기 위해 언론에 공개한다"고 밝혔다.

그는 "금권·불법 선거가 이대로 계속된다면 감리교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판단하게 이같이 결심하게 됐다"며 "교단 정화를 위해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하더라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감리사는 감리교를 총 치리하는 감독회장과 그 아래 10개 지방을 치리하는 연회 감독, 그 아래 지역의 교회들을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사람으로, 감독의 치리를 위임받아 지역의 40여 교회를 감독한다.


또, 4년에 한번 10월 총회에서 감독회장을 선출하고, 연회 감독은 2년 마다 총회에서 뽑고, 4월 연회에선 각 교회·지방연회의 청원·결의안 및 기타 건의 안 들을 처리한다.

송정호 목사는 "심적으로야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일이였고, 이 같은 교회 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말이야 계속해왔지만, 물적 증거가 없어 할 수 없이 묵인해 왔다"며 "우리 연회의 경우 총알(억원)이 몇 개 있어야 이긴다는 등의 이야기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밝혔다.

a 물품을 전달하고 있는 현장을 담았다고 주장하는 비디오 녹취 CD

물품을 전달하고 있는 현장을 담았다고 주장하는 비디오 녹취 CD ⓒ 장익성/에큐메니안

그는 "증거가 불충분하지만 당선된 감독이 후보시, 그 지방 목회자에게 뇌물을 준 영상물을 확보할 수 있어 이같은 기자회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송 목사가 제시하는 증거물은 비디오 녹화 테이프로, 후보자가 선거 전 약탕기를 동 연회 목회자에게 선거기간 중 식사 대접과 물품을 주고 있는 장면이 담겨 있다. 하지만 증거 자료는 선물을 받고 있는 이의 신상 공개를 꺼려, 복사를 허용하진 않았다.

또, 선물을 공여한 당사자 역시 당시 "친분있는 목사가 건강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들었고, 염려스러운 마음에 개인적으로 선물한 것 뿐"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같은 품목을 다른 목회자에게 건 내준 자료가 없거나, 선물을 받은 이가 뇌물이 아니었다고 진술할 경우, 역으로 명예 훼손을 당할 위험 부담도 적지 않다

하지만 송 목사는 "아마 보도가 나간 후에도 당시와 같은(아픈 동료 목사에게 준 단순 선물) 말을 반복하겠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일 뿐"이라며 "비록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할 지라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 목사는 중요한 것은 "고소를 당하고 말고가 아니라, 당선만 되면 유야무야 넘어가는 관례를 깨는 것"이라며, "이같은 악습이 고쳐지지 않는 한 감리교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오히려 명예 훼손으로 고소고발이 들어가고, 알려지는 것이 감리교 정화를 위해 더 바람직한 일이 될지 모르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a 29명의 감리사와 190명의 목회자들의 결의안

29명의 감리사와 190명의 목회자들의 결의안 ⓒ 장익성/에큐메니안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 에큐메니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터넷 에큐메니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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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 메여 있다는 것은 사람이든, 조직이든 줄을 잡고 있는 이의 방향과 눈치를 봐야 하는 것 같습니다. 조직을 떠나 비교적 자유로워지니 이제 메이지 않은 글을 쓰고 싶어졌습니다. 진솔한 이야기를 다른 이와 이제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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