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가해자의 강제입원, 어떻게 봐야하나

울산 하모씨, 정신병원 강제입원 그 후... 가족들과 본인 입장 엇갈려

등록 2007.03.20 14:43수정 2007.03.2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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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피해자인권찾기모임 서명운동에 강제입원 피해사례로 발표되었던 하모(72)씨를 둘러싸고 하씨 본인과 가족들, 각각의 상담단체 입장이 엇갈려 관심을 끌고 있다.

부산 O 정신병원에 입원한 하씨는 정신병원피해자인권찾기모임의 상담을, 하씨의 보호자인 송모(71)씨와 막내딸은 울산 동구가정폭력상담소의 상담을 받고 있다.

가족들 "가정 화목해지기를"... 상담소 "폭력 않겠다 약속하고 퇴원 뒤 다시 폭력"

하모씨의 보호자 송모씨와 막내딸.
하모씨의 보호자 송모씨와 막내딸.이은희
하씨의 막내딸(39)은 "평상시 아버지는 엄마와 만나는 것을 막아왔고 어렸을 때부터 폭력을 써왔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아버지가 치료를 잘 받아 가정이 화목해지는 것이다"고 하씨를 입원시킨 이유를 설명했다.

울산동구가정폭력상담소 강진희 상담실장 역시 "가정폭력 가해자들은 이혼을 해도 받아들이지 않고 폭력을 쓰고 가족을 괴롭히는 경우가 많다"며 "가해자의 정신과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슷한 경우를 보면, 가해자가 폭력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서 정신병원에서 퇴원시켜도 나중에 이행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강 실장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이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다, 가해자 처벌이 강화되어 재발이 안 되도록 해야 강제입원까지 오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처벌보다는 예방 차원에서 상담교육을 하는데 초기인 경우는 효과가 있지만 너무 심한 경우는 힘들다"고 주장했다


하씨 "카드빚 안 갚아줘서"... 피해자모임 "가족들도 정신과 치료받아야"

강제입원되어 있는 하모씨.
강제입원되어 있는 하모씨.이은희
그러나 하씨는 "막내딸이 진 카드빚을 갚아주기로 약속했는데 가정생활에 충실하지 않는 딸의 생활태도에 화가 나 나무라며 빚을 갚아주지 않겠다고 했다"며 "이 일로 몸싸움까지 했는데 그래서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정신병원피해자인권찾기모임의 정백향 대표는 "가족들이 정신보건법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조항을 악용해 재산·종교·이혼·불륜·가정폭력 등의 이유로 가족을 강제로 입원시키는 경우가 많다"며 법 조항 폐지를 주장했다.

정 대표는 "여러 번 상담해 보면 피해자들보다 피해자 가족들이 더 큰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가족들도 같이 정신과 치료나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강제입원 피해자들은 가족들이 재입원시키겠다고 협박해서 두렵다며 재입원되지 않는 방법에 대해 계속 문의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한쪽만 정신병원에 신체를 감금하는 것은 불평등이요 인권침해"라며 "피해자들은 강제입원에 충격을 받아 심적 고통을 겪고, 의사를 믿지 못해 치료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하씨를 담당하고 있는 김모(45) 정신과 전문의는 "환자뿐만 아니라 보호자도 오랜 시간의 스트레스로 환자가 된다, 어떻게 보면 둘 다 피해자"라며 "환자들은 병원에 입원하면 보호시스템이 갖춰져 있는데 보호자는 경제적 부담을 져야해서 보호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모씨의 강제입원은 '가정폭력의 해법' 또는 '감금에 해당하는 인권침해'라는 논란 속에 당분간 추이를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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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 사이 인권이 후퇴하는 사회현실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한국의 인권발전이 멈추지 않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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