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의 시작 2003년 3월 20일 컬프만에 있던 미군함에서 이라크를 향해 첫번째 토마호크 미사일을 쏘아올리고 있다. 이라크전이 시작되는 순간이다.AP/연합뉴스
2003년 3월 20일 새벽 5시 30분 미군은 이라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전쟁 초기 사담 후세인 정권이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미군은 방독면을 꼭 챙겼다. 그러나 이라크군은 대량살상무기는커녕 재래식 포탄조차 변변히 날리지 못했다.
미군은 4월 10일 바그다드를 점령했고 4월 14일 후세인의 고향인 티크리트를 장악했다. 불과 28일 만에 사실상 끝난 이라크 전쟁은 파죽지세 그 자체였다. 미군 사망자는 117명에 불과했다.
그 해 5월 1일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의 종전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소형 전투기 부조종사 석에 직접 탑승해 마침 걸프 해역에서 작전을 마치고 돌아오는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에 착륙했다. TV로 생중계되는 연설에서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는 해방됐다"고 선언했다.
이라크 전쟁에 미군이 붙인 작전명도 '이라크의 자유(Freedom of Iraq)'였다.
그로부터 약 4년 뒤인 지난 19일(현지시각)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연설을 했다. 그의 연설에서 이제 '승리'라는 말은 사라졌으며, 대신 미국민들에게 좀 더 많은 인내를 요구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금 짐을 싸서 돌아오는 것이 최선의 선택인 것처럼 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짧은 기간 만족스러울지 몰라도 결국 미국 안보이익에 재앙적인 결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은 1240억 달러의 군사비 지출 승인을 내년 9월까지 이라크에서 미군 철수와 연계시키는 법안을 고려중이다. 부시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정치적 타격은 크다. 지난 19일 미 CNN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민들의 이라크 전쟁에 대한 지지도는 32%에 불과하다.
부시 대통령은 2만1500명의 미군을 증파할 계획이다. 미군 증파는 조금만 힘을 더 보태면 이라크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다. 지금 바로 철군하면 지난 1989년 소련군이 철수한 뒤 무정부 상태가 되어버렸던 아프가니스탄 꼴이 날 것이기 때문이다.
계속 전쟁을 하자니 승리의 희망은 없고 그렇다고 그냥 나오자니 패배로 기록되니 부시 대통령은 진퇴양난이다. 중동에 '친미 민주주의 국가'를 세워 민주주의를 확산하겠다는 애초 목표는 사라진지 오래다.
예상이 들어맞지 않은 이상한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