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지키기 사제동행' 그들이 아름답다

[현장] '교실 매니페스토 운동' 서약식 행해진 김포통진고등학교

등록 2007.03.21 10:57수정 2007.03.21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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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1일. 우리는 매년 작심하고 다짐합니다. 올해는 이거 해야지. 저거 해야지. 또는 이것만은 하지 말아야지 를… 그러나 그 대단한 결심은 얼마 안가서 나 스스로를 신의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곤 합니다.

다짐은 꼭 1년에 한번만 그것도, 새해에만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나를 지키기 위해, 나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언제든 해도 되는 것 입니다. 우리는 1년을 같이할 학우이며 또 사제지간입니다. 우리는 2007년. 1학년 6반으로써 '약속 지키기 사제동행 교실 매니페스토 운동' 서약식을 합니다.

이를 통하여 한 해 동안 나와 내 주변을 돌아보며 나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때로는 서로를 강제할 것입니다. 약속은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언젠가 실현하게 되는 소망으로서의 약속까지 이어져 나갈 것입니다. 1년을 정리하는 날 우리 모두의 약속이 이루어졌으면 참 좋겠습니다.


김포 통진고등학교 1학년 6반의 소망이 참 아름답다. 1년을 함께 지내게 될 학우들과 그리고 선생님. 그들이 함께할 1년이란 시간은 길 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서로 어떤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고, 그리하여 결국엔 모두 다 함께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그들이 소망하는 그 마음이 어찌 아름답지 않을 수 있겠는가.

a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강지원대표와 통진고등학교 방재선 교장선생님.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강지원대표와 통진고등학교 방재선 교장선생님. ⓒ 김정혜

20일 오전 김포 통진고등학교 1학년 6반 교실에선 담임인 조경희 선생님과 35명 학우들의 약속 지키기 서약식이 있었다. '약속 지키기 사제동행'이란 이름 아래 이루어진 이 서약식은 '교실 매니페스토(공약실천운동) 운동'의 일환으로 청소년 잡지 '큰 바위 얼굴'의 주관으로 행해졌다. 서약식은 강지원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대표와 방재선 통진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의 협약문 교환으로 시작됐다.

선생님도 학생들도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는 듯, 들뜬 분위기 가운데 진행된 서약식. 먼저 담임인 조경희 선생님의 5대 공약 발표가 있었다. 첫째 교실에 있는 화분을 열심히 잘 가꾸겠다, 둘째 학급 문집을 꼭 만들겠다, 셋째 학생 개개인에게 꼭 편지를 쓰겠다, 넷째 살을 꼭 빼겠다, 다섯째 드럼에 이어 올해는 기타를 꼭 배우겠다. 이상 5가지 선생님의 약속에 학생들은 꼭 지켜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실어 큰 박수를 보냈다.


a 학급공동약속을 소개하고 있는 조경희 선생님

학급공동약속을 소개하고 있는 조경희 선생님 ⓒ 김정혜

다음으로 1학년 6반의 공동 공약이 발표 되었다. 첫째 교실에 쓰레기 한 점도 없게 하기, 둘째 지각 결석 하지 않기, 셋째 35명 모두 1번 이상 모두 함께 대화하며 식사하기. 세 가지 약속을 둥글려 보자면 1년 동안 깨끗한 환경에서 다 함께 사이좋게 지내자는 말 아닌가.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함께 한 약속이 소박하기 그지없다.

특히 세 번째 약속은 참 의미심장하다. 왕따나 학교 폭력 등 심각한 학교 문제의 해결책이 그 안에 숨어 있는 듯하기 때문이다. 35명의 학우들이 단 한번이라도 함께 대화하고 함께 식사하자는 이야기는 그 만큼의 교류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a 스스로의 약속을 소중하게 종이학으로 접는 학생들.

스스로의 약속을 소중하게 종이학으로 접는 학생들. ⓒ 김정혜

다음으로 학생 개개인의 공약 발표가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대학 입시 준비의 시작이니만큼 공부에 대한 다짐들이 쏟아져 나오리라 예상했었다.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무엇보다 두드러진 공약은 가족에 대한 약속이었다.

모든 신경이 대학이라는 것에 집중되어 있는 그들이지만 가슴 깊은 곳엔 늘 부모님 이 계시는 듯했다. 그들의 그런 간절함을 엿볼 수 있는 약속들을 듣는 순간, 가슴이 짠해졌다.

a 손바닥 위에 앉은 저 종이학은 무슨 약속을 품고 있을까.

손바닥 위에 앉은 저 종이학은 무슨 약속을 품고 있을까. ⓒ 김정혜

늦은 자율 학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갔을 때 피곤하다는 이유로 부모님께 많이 무관심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부턴 늦게까지 밤잠 안 주무시고 기다려 주시는 부모님께 고마움의 인사를 꼭 하겠다는 것이다.

또 한 남학생은 어머니께서 늘 정성스럽게 차려 주시는 밥만 먹었는데 이번 기회를 빌려 부모님께 손수 밥을 지어 드리겠으며 가끔 어머니를 도와 청소기도 돌리겠다고 약속했다.

a 학생들의 소중한 약속이 적힌 종이학이 약속 항아리에 담겨 지고 있다.

학생들의 소중한 약속이 적힌 종이학이 약속 항아리에 담겨 지고 있다. ⓒ 김정혜

다음으로 자신의 방청소를 손수 하겠다, 컴퓨터 하는 시간을 줄이겠다, 양심적인 생활을 하겠다고 약속한 학생도 있었다. 또 공부에 대한 약속도 더러 있었다. 내신 등급을 몇 단계 올리겠다던 지, 모의고사 점수를 몇 점까지 올리겠다는 아주 구체적인 약속을 하기도 했다.

이어 학생 개개인의 공약을 적은 종이를 소중하게 학으로 접어 약속 항아리에 담았다. 이 약속 항아리는 여름 방학식날과 겨울 방학식날 그리고 1학년을 마치는 종업식 날, 이렇게 3번 선생님과 학생이 함께 열어 서로의 약속이 얼마나 잘 지켜졌나를 확인한다고 한다.

a '약속지키기 사제동행' 그들의 약속이 꼭 지켜지길...

'약속지키기 사제동행' 그들의 약속이 꼭 지켜지길... ⓒ 김정혜

선생님의 약속과 학생들의 약속을 담은 약속 항아리가 교실 한켠에 놓여졌다. 그 항아리는 선생님이나 학생들로 하여금 늘 약속이란 것을 일깨워 줄 것이다. 더러, 부모님께 무관심해진 마음도, 어느 순간 게을러진 마음도, 때로 친구에게 서운한 마음도, 또 학업에 지쳐 어느 순간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수시로 일깨워 줄 것이다. 1년 뒤 1학년 6반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 약속 항아리를 열어 보는 날, 그들 모두의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만발하길 빌어 본다.

매니페스토란?

'매니페스토'는 정책, 정권 공약, 선언, 선언서의 의미로 정당이 내거는 정권 공약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선거와 관련하여 유권자에 대한 계약으로서 공약, 곧 목표와 이행 가능성, 예산 확보의 근거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공약을 말한다.

매니페스토를 평가하는 기준으로는 공약의 구체성(specific), 검증 가능성(measurable), 달성 가능성(achievable), 타당성(relevane), 기한 명시(timed)의 5가지가 있다.

이 5가지의 영어 첫 글자를 따서 스마트(SMART)라고 하며 이를 지수화 한 스마트 지수로써 공약을 분석 평가한다. 또 공약의 지속성(sustainability), 자치력 강화(empowerment),지역성(locality), 후속 조치(following)의 첫 글자를 딴 셀프(SELF)지수도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다. 이를 통하여 선거에 승리한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이행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애초 정치적인 의미의 이 '매니페스토'운동이 요즘 사회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기 안산의 삼일초등학교와 전라남도 광주시의 5개 초등학교에서 어린이 회장 선거에 이 매니페스토 운동이 등장했다.

또 지난 4일 한 결혼식장에서는 '매년 첫 눈 오는 날 꽃다발을 주겠다, 청소 설거지 등 집안일을 책임지겠다, 운동을 열심히 해 뱃살을 빼겠다, 절대 비자금을 만들지 않겠다'는 신랑의 약속에 '남편 건강을 위해 건강 지식을 쌓겠다, 외모 관리에 신경 써 남편이 한 눈 팔지 않도록 하겠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겠다'고 신부도 신랑에게 약속했다고 한다. 이른바 '매니페스토' 결혼식으로써 하객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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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자회원이 되고 싶은가? ..내 나이 마흔하고도 둘. 이젠 세상밖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하루종일 뱅뱅거리는 나의 집밖의 세상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곱게 접어 감추어 두었던 나의 날개를 꺼집어 내어 나의 겨드랑이에 다시금 달아야겠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훨훨 날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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