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8차 협상 마지막 날인 지난 12일 저녁 서울 하얏트 호텔에 마련된 브리핑룸에 예정에 없이 김종훈 한국측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가 함께 입장해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해 2월, 정부가 느닷없이 한미FTA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나선지 어느덧 1년. 두 나라가 어영부영 몇 차례인가 만나더니 벌써 협상 막바지란다. 다음 주 서울에서의 끝장 협상을 마지막으로 끝내겠단다. 결국 미국 무역촉진권한 종료시점에 맞춰, 당초 미국이 원하던 대로 타결해주겠다는 뜻이다.
물론 뼈를 포함한 쇠고기 시장 전면개방 압력을 포함한 농업부터 자동차·섬유·의약품·무역구제까지, 쟁점 현안은 여전히 그대로이고 우리가 얻은 것은 없다. 군자금 유용 의혹 등 북핵 현안에 밀려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 문제는 단 한번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미국에 우리 입장을 전달했고, 계속 견지해가겠다는 협상단의 설명은 하나마나한 말이다.
"이익이 되면 체결하고 이익이 되지 않으면 체결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낮은 수준의 합의 언급도 애시 당초 정치적 수사에 불과했다. 협상 자체가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에서 출발됐음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방송시장 개방설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더니 CNN이 한국어 방송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리가 떠돈다. 아니, 떠도는 것이 아니라 거의 기정사실화돼가는 분위기다. 한미 FTA 반대집회가 한창이던 지난 9일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고 나온 미국 거대 미디어그룹 타임워너사 파슨스 회장 입에서 나온 소리다. 정황상 노무현 대통령과 교감 없이 할 수 없는 소리고, 그렇다면 실무차원의 협상 단계도 이미 넘어선 문제라는 뜻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 뉴스에 담긴 정책·가치관, 그냥 봐도 되나
농업·자동차·섬유, 무엇하나 중요치 않은 것이 없지만, 방송은 또 다른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외국 뉴스를 한국어로 듣는다…. 일각에선 '글로벌 시대에 이미 안방에 들어온 CNN뉴스를 사람들이 보다 쉽게 볼 수 있도록 해준다는데 뭐가 문제냐' 하겠지만, 막상 너무나 일상화돼 있어서 눈치 채기 어려운 TV라는 매체의 여론형성력, 영향력, 활용가치까지 따져 본다면 그 파장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CNN은 <타임> <포춘> <라이프> <피플> <워너브라더스> <카툰 네트워크> HBO 등 출판은 물론 영화·인터넷·케이블·방송 분야에 총 60개 계열사를 둔 막강한 복합미디어 재벌이다.
이같은 사실은 차치하더라도, 또 CNN의 정치적 입장과 성향 역시 모르는 척 덮어두자. 그래도, CNN을 앞세운 미국이, 미국 자본을 기반으로 만든 미국 뉴스를, 한국 정부의 너무도 친절한 인도 속에 한국의 안방까지 가지고 들어와 노리는 것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선전·정책·가치관 확산일 것이 분명하다.
이는 비단 우리가 그저 일상적인 TV 보기 안에서 그같은 미국의 가치를 별다른 여과 장치 없이 받아들이고 단순히 광고료만 낸다는 의미를 넘어 미국의 정치적 입장, 미국의 경제정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질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더한 것이다.
문득 '푸줏간 앞의 개'라는 니체의 말이 떠오른다. 푸줏간 주인에 대한 공포와 고기에 대한 욕망 때문에 전진할 수도 없고, 후퇴할 수도 없는 개 한 마리. 그리고 니체의 이 말을 접하고 '욕망은 용기를 통해 자유를 얻고 용기는 욕망을 통해 풍요를 얻는다'라는 주석을 스스로 붙였다는 한국의 한 젊은 인문학자의 말도 떠오른다.
욕망을 접거나 용기를 내거나 할 수 없다면, FTA고 뭐고 지금이라도 모두 그만둬야할 일이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다시는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또렷한 이정표를 세워둬야 할 일이다.
한미FTA,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건 협상도 아니고, 국민과 국익을 위한 것도 아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김지연 작가는 모방송국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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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안방에 들어오는 미국 뉴스, 무엇을 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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