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의 대부분의 공원들이 겨울이면 물이 부족하여 바닥을 드러내 놓은 경우가 많다. 호수의 바닥이 말라버린 위엔밍위엔의 모습이다.김대오
중국의 경제발전으로 인한 산업화, 공업화는 13억 인구의 물 수요를 급증하게 하는 반면 황허(黃河)를 비롯한 주요 강의 수량은 해마다 줄어들더니 1972년 결국 황허는 단류(斷流) 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하게 되었다.
황허의 단류는 96년 133일, 97년 226일, 98년 300일에 달하다가 99년에는 42일로 줄어들었으며, 2000년에는 다행히 단류현상이 멈췄다. 그러나 여전히 황허는 물 부족과 단류라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을 가지고 있는 상태다.
게다가 해마다 폭염과 가뭄현상이 반복되고 있으며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로 인하여 중국의 지하수면도 매년 낮아지고 있다. 중국농업대학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국식량의 40%이상을 생산하는 허베이(河北)성 일대 북부평원의 지하수면은 지난 5년 간 매년 1.5m씩 내려앉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방의 물을 북방에 옮겨라"
생명과 직결된 물문제의 해결 없이는 경제건설과 현대화도 없다는 판단 아래 중국 정부는 다양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남수북조공정(南水北調工程)과 인공강우(人工降雨)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남수북조프로젝트는 1952년 2월 마오저동(毛澤東)이 황허 시찰시 "남방의 물은 풍부하고, 북방의 물은 적으므로 가능하다면 물을 빌려올 수도 있다"고 한 말이 모태가 된 것으로 유량이 풍부한 창쟝의 물줄기를 화북(華北)과 서북(西北)지역 및 북부지역의 강으로 연결시키는 거대한 수로공사를 말한다.
2001년 3월 전인대에서 주룽지(朱鎔基) 총리는 중국의 물 수급 문제를 원활히 해결하기 위해 총공사비가 약 590억 달러 소요되는 세계 최대규모의 수리 프로젝트를 50년 계획으로 시행한다고 발표하였다.
이 프로젝트에 따르면 2010년까지 창쟝의 물을 1300km에 이르는 동부, 중부 서부의 3개 초대형 인공운하를 통해 1년에 480억톤씩 물 부족이 심각한 쟝쑤(江蘇),안훼이(安徽),샨동(山東),허뻬이(河北),허난(河南), 톈진(天津), 베이징(北京) 등의 성시(省市)로 돌리게 된다. 또한 2020년까지 황허 상류에 수원을 보충해주기 위한 서부지역 수로를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공사비를 감내하면서도 중국정부가 추진중인 남수북조프로젝트는 중국이 벌이는 처절한 '물과의 전쟁'이며 고질적인 물 부족 문제 해결과 경제 건설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향한 전략적이고도 야심에 찬 계획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정부는 심각한 물부족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구름을 모아 더 많은 비를 내리게 하라'는 인공강우의 특명을 시달하고 많은 연구를 해 오고 있다. 1958년 정부 주도로 인공강우에 대한 기초연구가 시작되다가 1978년 중국기상과학원이 설립되면서 (비록 80년대 초 예산상의 이유로 잠시 중단되기도 하였지만) 지속적이고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게 된다.
현재 중국에는 20여 개 성구(省區), 1000여 개의 현(縣)에서 대공포를 이용한 인공증우 실험을 실시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강수량의 6-20%를 증가시키고 있으며 특히 상습 가뭄지역인 칭하이(靑海)성과 황허 상류의 경우 각각 26.4%와 25.2%의 강수량증가를 가져와 수자원확보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베이징의 경우 인공강우로 인해 매년 1.8억 톤의 물을 확보하고 있는데 톤당 0.2원(30원 정도)으로 환산해도 1.79억 위엔의 가치에 해당하며 이는 인공강우를 위한 투자액의 90배에 이르는 것이라고 한다. 베이징에는 현재 인공강우를 위한 19개의 기지, 37문의 대공포, 6기의 로켓발사대와 150여 명의 인공강우 지상요원이 배치되어 있다.
인공강우, 더 큰 자연재앙 부를 수도
최근 들어 베이징의 평균 강우량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베이징시민의 1인당 수자원은 300㎥로 전국의 1/4, 세계평균의 1/30에 불과한 형편이다. 큰 강이 없고 물 수요가 많아 늘 물 부족에 시달리는 베이징은 항공 구름 분석을 통해 그 성공 가능성만 확인되면 언제라도 인공강우와 증우를 위한 로켓, 대공포 발사와 항공기를 이용한 강우촉진제 살포를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인공강우를 위한 로켓이 한 민가에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한편에서는 인공강우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공강우가 인근 지역의 구름을 모아 주변에 또 다른 가뭄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자연환경을 건드려 오히려 더 큰 자연재앙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많다.
어쨌든 남수북조프로젝트나 인공강우실험 모두 심각한 물 부족 상황을 맞고 있는 중국의 수자원확보를 위한 필사적인 노력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투자와 연구가 미봉책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자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스스로 그것을 보호하고 아끼려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바로 그것이야말로 아직 완전하지 않은 인공강우를 완전하게 하는 마지막 핵심기술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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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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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원 총량 세계 6위 중국이 '물부족'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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