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한미군 성격 변화 요구할 것"

임동원 전 장관 "미군 평화유지군으로 변해야"

등록 2007.03.23 12:25수정 2007.03.23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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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 22일 무소속 최재천 의원실 주최로 열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 토론회'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 22일 무소속 최재천 의원실 주최로 열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 토론회'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김태경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22일 "북한은 기존 선전용 주장과는 달리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정·평화를 위해 주한미군의 한반도 주둔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북한은 미군 철수가 아니라 주한미군의 역할과 지위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 장관은 이날 무소속 최재천 의원이 주최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토론회'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이런 입장은 이미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그리고 직접 미국 쪽에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1세기의 한미동맹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며 "따라서 주한미군도 북한에 대한 적대적 군대로부터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정과 균형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는 군대로 그 지위와 역할을 변경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북한이 미국과 수교할 때 주한미군 철수를 관철시켜 대남 적화통일을 기도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임 전 장관의 이날 발언은 이런 우려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장관은 "부시 대통령이 지난 6년간의 잘못된 대북정책을 변경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런 일"이라고 지적하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5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먼저 통일 지향적 평화체제다. 한반도 평화체제가 자칫하면 분단 고착화로 갈 수 있기 때문에 통일로 가는 평화체제여야 한다는 것이다.

임 전 장관은 "분담 상태를 유지하는 평화는 불안전하고 깨지기 쉬우며, 남북이 서로 다른 통일관을 가지고 대립·대결하는 한 갈등과 긴장을 피하기 어렵다"며 "특히 평화체제 구축에 있어 통일을 원하지 않는 외세에 의한 반통일적·분단 고착적 요소가 개입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번째는 북미 적대 관계의 해소다. 그는 "북한은 북미 관계가 정상화되지 않는 한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북미 관계가 정상화되고 경제적 이득을 얻게되면 핵을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번째는 남북 경제공동체와 군비통제다. 임 전 장관은 "군비통제없는 평화체제 구축이란 상상할 수 없다"며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평택 이전, 전시작전통제권 반환 등을 남북 군비통제와 연계시켜 안보위협을 감소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네번째는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이다. 그는 북한이 주한 미군 철수 대신 역할과 지위의 변경을 요구하고 있으며, 주한 미군은 동북아 평화를 유지하는 군대로 성격이 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섯번째는 동북아 안보 협력 체제다. 임 전 장관은 "6자회담을 모체로 동북아 안보협력기구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며 "이 기구를 통해 정치·군사적 신뢰를 구축해 잠재적 갈등 요인과 군사적 긴장요인을 해소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미 관계 개선에 한국 반발짝 뒤쳐지고 있다

기조 연설에 이어 벌어진 발표 및 토론에서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신안보연구실장은 "현재 북미 관계 개선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데 한국 정부는 이같은 흐름에 반발짝 뒤처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주도권을 확보할 수 없다, 지금 남북한 군사적 문제에 대한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핵이 폐기되면 자동적으로 평화가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군비 통제 등을 통한 구체적 평화모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팀장은 "지난 1974년 미국·월맹·월남·베트콩 4 당사자가 평화협정을 체결했지만 보장체제의 미비로 월남 공산화의 빌미를 제공했다"며 "따라서 미국이 남북한 평화협정을 보장하는 방안, 또는 미국과 중국이 보장하는 방안, 또는 미·일·중·러가 보장하는 방안 등 국제적 보장체제가 반드시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 2기의 목표가 '자유의 확산'이고,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 등은 모두 옛 소련과 동구권의 체제변환을 이뤘던 사람들"이라며 "최근 미국의 태도의 변화는 전술의 변화지 전략적 변화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조 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994년 제네바 합의 때 체결했으나 비공개된 이면 합의에는 북미가 연락사무소 개설 뒤 대사급 수교, 5개 핵시설의 불능화가 이미 들어있다"며 "조지 부시 대통령은 13년만에 빌 클린턴 행정부가 했던 것을 다시 끄집어냈다"고 지적했다.

그는 "2·13 합의는 이제 한반도 평화체제를 북미간의 문제로 만들었다"며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평화협정을 단지 외교·안보적 차원만이 아닌 남북 경제협력 차원에서 강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를 맡은 장달중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도 "그동안 북핵 문제를 미국이 중국에 아웃소싱했다는 말이 많았다"며 "이제 한반도 문제를 우리가 북미에 아웃소싱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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