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축산업계 대변인 조중동
광우병 생겨야 정신 차릴 건가"

[13인13색-한미FTA를 말하다 ④] 박상표 'VETNEWS' 편집국장

등록 2007.03.23 09:24수정 2007.03.2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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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포기하면서 얻을 수 있는 국익이란 게 과연 뭐가 있을까요. 지금 이 상태에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수입을 전면적으로 재개하는 것은 절대 안됩니다. 만약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들어준다면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를 수입한다고 해도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20개월에서 30개월 된 소에서 광우병 발생 사례가 100건이 넘었습니다. 일본이 광우병이 발생한 적이 없는 '20개월 이하 쇠고기'만 수입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죠."

심한 감기에 걸려 목이 아프다던 박상표 편집국장의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인터뷰 차 찾아간 '국민 건강의 위한 수의사 연대'(이하 국건수)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다소 힘든 기색이었지만 목소리만큼은 카랑카랑했다.

그는 한미FTA 협상이 시작되면서 불거진 '광우병 쇠고기' 논란의 한복판에 서있었다. 수많은 토론회에 나갔고 언론에 꾸준히 글을 기고하면서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알리는데 힘을 보탰다. 그가 편집국장을 맡고 있는 수의사 연대 웹진< VETNEWS >(www.vetnews.or.kr)에는 그의 문제의식이 담긴 글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도 하다.

박 국장은 인터뷰 내내 마른 침을 삼켜가며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 우리 정부의 무대책 등에 대해 지적할 때는 여느 때 보다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미국은 물론 국내에도 광우병을 걸러낼 안전장치가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 미국이 전체 도축 소 중 0.1%에 대해서만 광우병 검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국내로 미국산 쇠고기가 밀려들 경우 우리 국민들은 음식을 먹으면서 지뢰밭을 걷는 심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시장 재상륙을 벼르고 있는 '부실' 쇠고기

이러한 외침에도 객관적인 상황은 비관적이다. 광우병 발병 후 2003년부터 국내 수입이 전면 금지됐던 미국산 쇠고기는 앞으로 수개월 내 국내 안방을 점령하겠다고 호언하고 있다. 한미FTA 협상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 재개 압력은 더욱 노골적이고 집요해지고 있다. 미국은 이미 뼛조각 문제로 촉발된 자국 쇠고기 수입 중단 사태 해결 없이는 FTA 타결도 없을 것이라는 강경입장을 천명한 상태다.


미국이 이렇게 나오는 것은 한국이 광우병 발병 이전 미국의 3대 쇠고기 수출 국가였던 데다 그때까지 수입된 19만9000톤 중 갈비가 66.8%(13만3000톤)에 이를 정도로 뼛조각이 붙은 쇠고기의 비중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올해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미국이 새롭게 ‘광우병 통제국가’ 판정을 받을 것이라며 OIE 기준에 따라 지금이라도 모든 규제를 풀어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미FTA 체결에 목을 메고 있는 정부도 쇠고기 수입 문제를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에 긍정적인 눈치다.


하지만 박 국장은 미국이 그러한 판정을 새로 받는다고 해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위생검역 조건을 완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OIE 기준은 '의무사항'이 아니라 '권고사항'이라는 점을 놓쳐서는 안됩니다. 미국이 광우병 통제 국가 등급을 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수입위생조건을 바꿔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과 미국이 차후 협상을 통해 새로운 기준을 정하면 됩니다. 축산물의 검역은 각 국가의 고유한 권한이고 자존과 관련된 문제인데 정부는 너무도 쉽게 미국의 주장에 편승, 국민의 건강을 지켜낼 원칙도 마련하지 못하고 쉽게 포기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는 이러한 정부의 태도에 안타까움을 내보이면서 "수입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강력한 처리 기준을 마련해 미국에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언젠가는 피할 수 없는 문제라고 하더라도 광우병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철저한 품질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검증만큼은 제대로..."

a 박상표 < VETNEWS > 편집국장.

박상표 < VETNEWS > 편집국장. ⓒ 오마이뉴스 김도균

"예를 들어 OIE 기준을 보면 광우병 통제 국가의 경우에도 '수출 소는 어미와 유래 집단까지 추적할 수 있도록 영구 확인 시스템으로 확인되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미국에서 사육되고 있는 소의 85%는 출생지는 물론 나이나 사육농장 등 이력을 전혀 추적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때문에 우리 정부는 OIE 기준 준수를 요구하며 미국 소의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을 관철시켜야 하는 것이죠."

박 국장은 이밖에도 "최근 수입된 쇠고기에서 검출된 다이옥신 문제에 대한 명확한 해명, 도축된 모든 소에 대한 광우병 검사 의무화, '교차오염'의 우려가 있는 미국의 사료 정책 전환 등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5년에 유럽에서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 소였는데도 도축 후 광우병 검사를 해보니 113마리가 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판명됐습니다. 이 소들은 검사를 하지 않았다면 소비자들의 밥상으로 갔을 운명이었습니다. 때문에 현재 0.1%밖에 되지 않는 미국의 광우병 검사비율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미국의 일부 업체는 수출을 위해 자신들이 비용을 들이더라도 전수검사를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미국 정부가 이를 막고 있습니다. 광우병을 은폐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우리 정부는 반드시 광우병 검사를 통과한 쇠고기만 수입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박 국장은 또 국내 일부 언론들의 무책임한 보도 태도에 대해서도 열을 올렸다. 이들이 미국 정부와 그들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육류수출협회 등 이익단체들의 주장을 검증하기는커녕 앵무새처럼 되풀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입장 그대로 받아쓰는 조·중·동"

"<조선>·<중앙>·<동아>는 지난 달 설을 앞두고 미국 육류수출협회의 광고를 받아 실었습니다. 내용은 우리 교포 가족들이 등장해 미국산 쇠고기를 안심하고 먹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광고는 그렇다 하더라도 문제는 이들 언론의 보도가 미국 정부와 축산업계의의 주장을 검증하기보다 그대로 받아쓰는데 급급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또 그들의 주장을 비판하는 우리 소비자 단체나 시민단체들의 지적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광고는 광고라 하더라도 언론으로서 비판과 검증 기능을 포기해서는 안되는 것 아닙니까. 과연 이들이 한국의 언론인지 미국의 언론인지, 그 전에 정말 '언론'이 맞는지 의문입니다."


끝으로 '그럼 한국은 광우병 발병으로부터 자유로운지' 물었다. 물론 예상은 했지만 그는 질문이 끝나자마자 "결코 아니다"고 답했다. 광우병은 사전 예방이 중요한데 정부가 광우병을 통제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각국의 전문가들은 한국이 광우병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미 유럽과 일본에서는 소 뿐만 아니라 돼지와 닭에게도 소의 시체를 갈아서 만든 동물성 사료를 먹이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한국은 이를 허용하고 있는 등 미국과 다를 바 없는 사료정책을 쓰고 있다는 비판도 듣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광우병이 발병하지 않게 사전 예방 차원에서 안전 시스템을 마련하고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조사 활동을 꾸준히 벌여나가야 하는데 정부 차원에서 그런 노력은 찾아볼 수 없는 게 현실이죠. 정말 광우병이 발생해야만 정신을 차릴 건지…."


광우병 예방, 일본을 배우자

말끝을 흐리던 박 국장은 광우병 문제에 관해서는 일본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체계적인 조사 활동을 통해서 30개월 미만의 소에서도 광우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이를 근거로 미국에 2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입하겠다는 조건을 관철시켰습니다. 이를 통해 일본 국민들은 광우병의 공포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던 겁니다.

수입산 뿐만이 아닙니다. 일본 정부는 자국내 모든 소들에 대해 광우병 검사를 하기 위해 반대하는 축산업자들을 상대로 끈질긴 설득 작업을 벌였습니다. 이래야만 소비자들이 생산자들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논리를 폈고 비용 문제도 정부가 다 해결해 줬습니다. 결국 정부의 방침이 받아들여졌고 효과적인 광우병 통제 시스템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게 정부가 정말로 해야 할 일들이 아닌가요."


굳이 지적하지 않더라도 대표적인 육류인 쇠고기의 안전성 확보, 그리고 광우병을 통제할 수 있느냐는 우리 국민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의 미래가 달린 문제다. 한미FTA 협상이 이제 종착역을 앞두고 있다. 박상표 국장의 작은 바람은 막바지 협상 테이블에 앉을 우리측 대표들이 다시 한번 그 '미래'에 대한 고민을 새롭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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