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에 아지랑이 피어오르면, 진뫼마을 농부들은 회관 방에서 '농한기 끝' 해단식 갖고 논밭으로 나가기 시작한다.김도수
점순이네 아버지는 몇 년 전부터 왼쪽 엉덩이뼈 관절이 안 좋아 절룩거리며 힘들게 농사를 지어왔다. 다리가 아프니 지난해 추수 일은 모두 점순이네 어머니 몫이었다. 갈수록 통증이 심해지자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지난해 가을 추수 끝나자마자 서울로 올라가 수술을 받고 오랜만에 내려온 것이다.
지난 겨울 가끔 고향집에 갈 때마다 아랫집 점순이네 부모님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아내가 물었다.
"아랫집은 어디 갔는가 벼.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만 들리제 통 사람 소리 한 번 들리지 안 혀."
"응, 점순이네 아부지가 다리 아파서 지팡이 짚고 다녔잖여. 서울로 수술 받으로 갔데아. 아랫집도 없고, 윗집 재섭이네 어메도 서울 자식들 집으로 올라가 불어서 없고, 시방 위 아랫집 다 비어 불었어. 따순 봄이나 돼야 니로실(내려오실) 것이고만."
"마을 사람들 중 누구 병문안 가면 봉투라도 하나 허제 그러요? 병원에 가보지는 못할 망정 뭐라도 사 드시게 봉투 하나 만들어 서울간 사람 편에 보냅시다."